향후 북미 간 대화시 남한이 배석할 수 있도록 미국에 요구해야 할 것
기회가 된다면 대북 특사 의지 있어
남북정상회담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 될 것

지미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과 대담에서 북한이 진정성 있는 핵폐기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보냐는 질문에 대해 "진성성이 있다고 믿는다"며 제반 조건이 갖춰질 경우 북한이 핵폐기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향후 북미 간 대화시 "남한이 북미 간 대화에 배석해야 하고 미국이 북한 측에 남한의 배석을 요구해야 한다"며 한국과 북한, 미국 간 3자회담 형태로 북핵문제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문했다.

카터 전 미 대통령은 2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홍정욱 의원과 만나 북핵 문제와 94년 방북 경험을 토대로 향후 대북 정책 방향에 대해 조언했다.

그는 최근 거론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조건없는 남북정상회담이 북한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지지 입장을 피력했다. 또 지난 1994년 방북 때와 같이 다시 방북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설 의향이 없냐는 질문에 "결과적으로 클린턴 전 대통령이 갔지만, 지난해 미국 여기자 억류 사건 당시 워싱턴 측으로 부터 북한 쪽에서 나의 방북을 희망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며 “지금도 기회가 생긴다면 다시 북한을 가겠다”고 말했다.

1994년 6월 김일성 주석과의 회견 당시 상황과 관련, 그는 “당시 미국 정부는 물론 김영삼 정부에서도 방북을 반대했었다”면서 “당시 중국 쪽으로 부터 경제제재가 계속되고 김일성을 범죄자로 낙인하고 북한 정권을 불법정권으로 규정할 경우, 북한이 남침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는 경고를 듣고 방북하기로 결심했다”며 방북이 불가피 했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이 핵폐기를 위해 어느 선까지 양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고 싶다면 더 높은 지위의 당국자들이 만나는 북미 고위급 직접 대화가 있어야 하고 미국의 대북 불가침 약속 또는 조약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2.13 합의대로 하면 관계 정상화가 가능하고, 경제제재도 풀릴 수 있음을 북측에 알려주고 그 다음에 북한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담을 마친 홍정욱 의원은 “지금 시점은 지난 1994년 1차 북핵위기로 긴장기 최고조에 달해 카터가 방북했을 당시와 흡사하다”면서 “당시 직접 방북해 제네바협정과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돌파구를 뚫었던 카터 전 대통령과의 대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의 해법을 간접적으로 전해듣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1994년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탈퇴해 제1차 북핵 위기가 불거지자 6월 방북해 김일성 주석과 회담했으며 이를 통해 그는 북한으로부터 구형 원자로 폐기와 남북정상회담 약속 등을 이끌어 내고 제네바협정 체결의 길을 열었다. 지난 2002년에는 북한과 아이티, 보스니아, 에티오피아 등 국제 분쟁이 발생한 지역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인권 수준을 증진한 공로로 2002년 노벨평화상을 받는 등 퇴임 이후 왕성한 활동으로 퇴임 이후 가장 성공적인 대통령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