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희 / 도쿄 통신원

지난 17일 일본 아사히신문 은 조간판 1면과 11면을 통해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과의 단독 인터뷰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였다. 미·소간의 냉전 종식을 이끈 그로서는 자신의 대표적인 업적중 하나인 「중거리핵전략조약(INF)」에 대해 금년 2월 탈퇴 의사를 밝힌 트럼프 행정부 (이후 푸틴 러시아 대통령 7월 3일 조약 탈퇴 법령 서명, 8월 2일 미국 조약 탈퇴 공식 선언) 에 대한 증오심 가득한 심정으로 인터뷰에 응했을 거라고 추측된다. 미·러 양 슈퍼파워 대국간의 핵을 둘러싼 새로운 경쟁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수 없을 정도로의 공멸에 대한 위기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더욱이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INF탈퇴 이후 새로운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희망한다고 피력하였으며 중국은 이후 한국과 일본에 미국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정세는 난세의 난세를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속 가만히 있을 북한인가. 3일 북한은 외무성 미국담당부상명의 담화에서 「미국은 우리의 선제적인 조치들에 화답해 움직일 생각은 하지 않고 그 무슨 지속적이며 실질적인 대화타령을 늘어놓으면서 저들에게 필요한 시간벌이에 매달리고 있다. (중략)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미국을 압박했다. 이에 찰스 브라운 미 태평양 공군 사령관은 17일 「북한의 성탄절 선물은 장거리 탄도미사일일 것이며 북한의 ICBM시험 발사 준비 신호가 있는지 북한 지역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라고 응수하였다.

급박하게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성 대북특별대표는 서울에서의 일정을 빈손으로 마치고 19일 부터 1박 2일의 일정으로 방중한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미 하원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역사적 사건이 발생하였다. 하원은 검찰의 역할, 상원은 재판소의 역할을 하며 상원 의석의 대부분을 여당인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다고는 하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에 커다란 족쇄 하나가 채워진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더욱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낸 것이 유일한 외교성과라고도 할 수 있는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의회를 중심으로 한 대북 강경파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계를 2019년 12월에서 잠시 2017년으로 돌이켜 보려 한다. 화염과 분노, 코피작전 등 실전을 눈앞에 둔 북·미 양국 간의 거센 갈등이 평화국면으로 들어선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더욱이 한반도에서의 전시 상황 시 후방 병참을 담당할 일본 자위대의 당시 최고 책임자였던 카와노 카츠토시((河野克俊) 통합막료장은 2017년을 회고 하며 「군사 충돌의 가능성을 이렇게 까지 가까이서 느낀 적은 없었다」고 일본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적 있다.

연말 거듭되는 다양한 한국 관련 모임의 망년회에 참가 할 때마다 필자는 한민족의 핵무기에 대한 아니함과 가벼움을 종종 느끼곤 한다. 미국의 대일 핵폭격으로 인한 일제의 패망이 있어서 일까, 혹은 한번도 핵의 위력을 직접적으로 시험해 본적이 없어서 일까. 그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핵무기는 인류를 지구상에서 없애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의 결여가 많은 한국인들에게는 내재되어 있는 듯싶다. 그러나 핵무기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 원자력발전소의 폭발에 의한 아픔을 겪은 일본에서의 핵에 대한 인식은 한국과는 사뭇 다른 듯 싶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 양 정상이 천명하였던 비핵화의 의지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작금 그 해법을 둘러싼 의견은 다양할 수 있으나 한국민이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핵무기가 얼마나 위험한 무기이며 전 인류의 멸종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갑자기 가까워진 사이에서 큰 선물은 서로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에 어떠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줄까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국제사회에 선언한 약속을 어떻게 이행하고 그 이행을 통한 제재완화와 경제적 성장에 집중하는 것이 진정한 한반도의 영구 발전을 이루어내는 역사적 과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