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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국제정세에 대처하는 한국의 자세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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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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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각수 / 객원논설위원·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외교부 차관

   
 

2020년대를 여는 경자년 새해의 국제 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도 험난할 것이다. 2010년대에 시작된 유일 초강대국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단극질서가 퇴조를 계속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로 산업 패러다임 변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초연결사회와 반세계화 흐름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구조적 변화도 병행되면서 혼란과 초불확실성의 세계가 전개될 것이다.

우리 외교안보의 치명적 약점인 북핵 문제를 둘러싼 지난 2년은 북한이 `완전한 핵 폐기`의 뜻이 없음을 재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잘못된 접근 방식으로 2018년 초 국제사회에 유리했던 동력을 살리지 못하였다.

북한은 미·중 전략 경쟁을 활용해 대중 관계를 정상화해 뒷배를 든든히 하였고, 2년간 핵·미사일 능력을 꾸준히 강화했으며, 제재 우회로를 통해 제재를 회피했고, 자기과시욕에 빠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3회 정상회담으로 국제적 지위도 얻었다. 북한이 지불한 유일한 비용은 핵·미사일 실험 중단이었지만 한미연합훈련 중단으로 충분히 보상받았다. 결국 파키스탄형 핵무장국가로의 길을 착실히 걸어온 것이다. 2020년에는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북한의 의지와 재선을 앞두고 상황을 관리하려는 미국의 희망이 맞부딪히는 가운데, `그럭저럭 버티기(muddle through)`로 최후의 해결 기회도 멀어져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 핵 위협의 증가에 대한 우리 억지·방어 태세는 별로 강화되지 않았다. 동아시아 전략 환경의 핵심 변수인 미·중 전략 경쟁은 최근 무역 갈등이 1차 합의로 봉합됐지만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으며 기술, 대만, 홍콩, 위구르, 남중국해 등으로 단층대를 넓혀 가고 있다. 5G 화웨이 배제, 학술 교류 제한, 사이버 갈등 등에서 보듯 미·중 분리(decoupling)가 심화될수록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우리는 훨씬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북핵,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방위비 분담 등으로 한미동맹에 불협화음이 있는 가운데 한미연합훈련, 주한미군,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중거리 미사일 배치 문제,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 등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지소미아 파동 이후 최근 정상회담으로 숨을 돌린 한일 관계도 최우선 과제인 강제징용 문제가 그 해법을 둘러싼 국내 이견으로 진전이 더뎌 새해에도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과 미국·일본 간 틈새로 인한 전략적 공백을 노리고 있다. 중국은 사드 사태의 보복을 계속하면서 최근 왕이 외교부장 방한에서 보여주듯이 고압적 대한 외교와 한국의 대중 유인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러시아도 우리 정부의 신북방정책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한반도 문제에서 북한에 가까운 자세를 보이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고 복잡한 지정학적 환경에 놓여 있으며 냉전이 남아 있는 매우 독특한 우리나라로서는 국제 정세를 잘 헤쳐 나가는 일이야말로 국가 생존을 좌우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우리 헌법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는 외교를 지향해야 한다. 한미동맹을 확고히 하면서 주변국과의 관계를 빨리 정상화해야 한다. 둘째, 중견국가 지위와 역량에 맞게 침착하고 겸허한 외교를 해야 한다. 오만이나 피해자 의식은 실패를 부른다. 셋째, 실사구시의 외교를 해야 한다. 감정, 희망적 사고와 이념적 편향은 상황 판단을 그르친다. 넷째, 원칙과 일관성 있는 외교가 중요하다. 상대방의 신뢰와 존경은 큰 외교 자산으로 단기 이익에 사로잡혀 신용을 잃어서는 안 된다. 다섯째, 플랜 B를 늘 준비하는 세심한 외교가 필요하다. 여섯째, 지정학적으로 어려운 여건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 나름의 전략 공간을 만들고 이를 위한 지렛대를 늘려야 한다.

일곱째, 정확한 상황 판단을 위한 정보 수집과 분석을 강화해야 한다. 초불확실성의 세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외교란 내치의 연장이라는 점에서 국내의 경제·안보 기반을 튼튼히 하고 초당적 대처에 힘써야 한다. 정부는 험난한 국제 정세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사회의 모든 지혜와 역량을 결집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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