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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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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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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 논설위원

   
 

우주정거장에서 본 1월1일의 지구는 역동적이다. 날짜변경선 바로 앞 뉴질랜드 북섬의 기즈번에서 시작된 ‘카운트다운-불꽃놀이-해맞이’는 서쪽으로 새해 첫날을 한바퀴 돈다. 그 앞뒤로 릴레이처럼 이어지는 게 또 있다. 국가·조직의 리더들이 내놓는 신년사(新年辭)이다.

세계 이목을 붙잡는 신년사는 근래 북한의 몫이었다. 국정의 축과 방향을 유달리 신년사에 담고, 대외 메시지의 지속성(사이클)이 긴 까닭이다. 2018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창 올림픽 참가” 의사를 비치며 한반도 해빙을 연 것도 신년사였다. 지난해엔 7~8개 마이크가 세워진 딱딱한 단상을 벗어나 양복 입고 집무실 소파에 앉아 새해 메시지를 30분간 낭독했다. ‘정상국가’ 이미지를 한껏 과시한 해였다. 그렇게 2013년부터 1월1일 오전 9시(2016년엔 낮 12시) 조선중앙TV로 공개된 김 위원장의 ‘육성 신년사’가 올핸 없었다. 세밑에 나흘간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로 갈음했지만 이례적이다. 북한에서 신년사는 주요 과업·지침이 망라돼 1년간 주민들의 학습자료로 쓰인다. 대민·대남 메시지는 빠진 첫 신년사가 된 셈이다. 김일성 주석이 즐긴 육성 신년사도 이번처럼 1987년에 세밑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로 처음 대체된 바 있다.

‘빅맨’들의 새해 키워드도 종일 쏟아졌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홍콩 안정’을, 아베 일본 총리는 6년 만에 동북아에 생채기를 낳는 ‘평화헌법 개정’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단결’을,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기후변화’를 화두로 던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희망·보답·성과’를 신년사 줄기로 삼았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해 건너뛴 ‘사법개혁’을, 문희상 국회의장은 정치가 나아가지 않으면 퇴보한다는 ‘부진즉퇴(不進卽退)’를 내놓았다. 총선을 넉 달 앞둔 여야에선 “개혁 완수”(이해찬) “패권 교체”(이인영) “통합”(황교안) “결사항전”(심재철) “보수재건”(유승민) “정치교체”(심상정)라는 메시지가 부딪쳤다. 흰쥐 해인 경자년 첫날 서울엔 서설이 내렸다. 선남선녀들이 가장 많이 주고받은 첫말도 그렇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띄운 인사말도 그랬고, 곱씹을수록 그 이상의 말은 없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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