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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익의 혐오발언 직접 들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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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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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원 / 도쿄 특파원

   
 

지난해 8월1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야스쿠니 반대 촛불 행동’ 도심 행진에 참가했을 때의 일이다. 한국과 일본 시민들로 구성된 시위대가 지요다구 재일 한국와이엠시에이(YMCA) 건물 앞을 출발해 야스쿠니신사 인근 공원까지 촛불 모양의 작은 형광봉을 들고 1.5㎞를 행진하는데, 대형 스피커를 매단 검은색 우익 차 한 대가 나타났다.

차에서는 “조선인을 때려죽이자”는 섬뜩한 말이 반복돼 흘러나왔다. 2006년부터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전일인 8월15일 즈음 열리는 이 시위에 대한 우익들의 방해는 거의 늘 있는 일이었다. 지난해 우익 차량 등장을 봤을 때도 처음에는 심드렁했지만, 2018년까지는 들을 수 없었던 “때려죽이자”는 말까지 들리자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일본에 오기 전에도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 문제를 기사나 자료로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죽이자는 말을 근거리에서 듣게 되니 충격이 작지 않았다.

헤이트 스피치로 표출되는 민족 차별주의는 말 자체로도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입히지만, 말로만 그친다는 보장도 없다. 1923년 일어났던 간토(관동) 대지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같은 유언비어가 퍼졌고, 이는 최소 희생자 수천명으로 추정되는 조선인 학살 사건으로 이어졌다. 증오와 차별의 언어를 사회가 용인하기 시작하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우익들이 헤이트 스피치를 하는 곳에서 일본 시민들이 ‘카운터’(반대) 시위를 하는 이유는 헤이트 스피치 자체가 올바르지도 않을뿐더러 공동체 전체를 파괴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기도 하다.

연말인 지난달 12일 재일동포가 많이 거주하는 일본 가와사키시 시의회가 혐한 시위를 비롯해 ‘헤이트 스피치’를 한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조례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일본 내에서 헤이트 스피치 ‘처벌’을 담은 법규가 제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로 처벌을 할 수 있는 경우는 시 공공장소에서 헤이트 스피치를 한 이에게 중지 명령을 내리고, 명령을 받은 뒤에도 헤이트 스피치를 하는 때다. 이때도 시장이 검찰에 가해자를 고발해 수사기관의 수사를 거쳐야 처벌을 할 수 있다. 상습범이 아니고서는 처벌까지 받기가 쉽지는 않을 듯 보인다. 인터넷에서 하는 헤이트 스피치도 가와사키시 조례 처벌 대상에서는 빠졌다. 그래서 완벽하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헤이트 스피치를 근절하기 위해 싸워온 재일동포와 일본 시민들, 그리고 가와사키시 행정당국의 노력이 거둔 큰 결실임은 틀림없다.

일본에서는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 개최를 맞아 차이를 존중하는 다양성 있는 사회를 지향하자는 논의가 지난해부터 눈에 많이 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럭비월드컵에 출전한 일본 대표팀을 수식했던 단어인 ‘원팀’이다. 일본 대표팀 31명 중 15명이 외국 국적자였는데, 다양한 배경을 지녔지만 하나의 팀이라는 의미에서 크게 유행했다.

럭비월드컵을 주최하는 경기단체인 ‘월드 럭비’는 3년 이상 해당 국가에 거주하는 경우 등에는 국적과 상관없이 대표가 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일본 출판사인 ‘지유고쿠민샤’(자유국민사)는 지난해 ‘신어·유행어’ 대상으로 이 ‘원팀’을 뽑았다. 그러나 유행어와 현실 사이 간극은 여전히 커 보인다. 다르다는 것이 차별과 공격의 이유가 되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는 꾸준한 발걸음들을 올해 일본에서 더욱 많이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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