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0.1.22 수 17:46
재외선거, 의료보험
> 오피니언 > 본국지논단
새해, 우리 젊은이들에게 태양을!
매일경제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0.01.06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유승민 / 문화재청 문화재 감정위원

 

   
▲ 강진희 1888년作 `승일반송도`

1887년 겨울에 조선이 미국으로 보낸 사절 중 강진희(姜璡熙·1851~1919)라는 젊은 통역관이 있었다. 임무는 통역이었지만 그에게는 공적 임무를 위한 능력 말고도 그림에 재주가 있었다. 미국에 도착한 이듬해 여름, 그는 미국에서 만든 종이에 자기의 재능을 뽐낼 기회를 얻었다. 바로 자기의 임금 고종의 생일을 기념하는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다.

통역관 강진희가 당시에 지구 반대편에 있던 자신의 국왕을 위해 그린 두 점의 그림, 그중에 하나가 이번에 소개할 `승일반송도(昇日蟠松圖)`다. 비록 공무로 떠나온 길이기는 하나 신하로서 임금의 곁을 떠나 있는 것 자체가 송구했던 유가의 관료 윤리를 강조하듯, 강진희는 미국에 체류 중이던 선임과 동료의 충심을 모아 `성상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해 이 그림을 그립니다`라고 관지에 적어넣었다. 이런 점으로 보면 이 작품은 그림으로 노래한 사미인곡(思美人曲)인 셈이다.

둥치의 비늘과 드러난 뿌리에서 보여주듯이, 오랜 세월 동안 풍상을 견디며 자란 소나무는 듬성거리지만 넓게 퍼진 가지와 잎, 그리고 새로 돋는 어린 가지로서 500년을 이어온 왕조의 과거와 미래를 상징하고, 실타래처럼 휘감은 구름은 뿌리 곁에 돋은 영지, 난초와 함께 상서로움과 왕조시대의 유가적 가치를 표현하기에 충분한데, 여기에 화룡점정은 붉은 기운을 거느린, 선명한 아침 해다. 당연히 이 붉은 해는 국왕을 상징한다. 오랜 연원에서 나오는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 소나무를 택하는 것은 삼국시대 솔거가 경주 황룡사에 그렸다는 노송도 이야기로도 알 수 있으나,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붉은 해는 보기 드문 사례다. 더구나 강진희는 해를 화면의 한가운데에 배치하였는데, 이 또한 국왕의 상징을 더 강조하려는 의도로 읽을 수 있다.

자국 군주의 탄신일을 맞아 그린 작품이므로 저 이미지들의 상징들은 모두 왕실을 축복하는 내용임이 사실이지만, 지금의 우리는 다른 의미로 읽을 수 있다. 강진희가 이 그림을 제작한 해 1888년과 2020년은 모두 쥐띠 해다. 해를 상징하는 동물은 같아도 그때의 세상과 지금은 아주 다르다. 1888년은 국왕과 국가를 동일시하려던 왕조시대였지만 오늘날은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세상이다. 그 당시의 젊은이들은 수신(修身)에서 시작하여 왕조를 위해 봉사하는 삶을 꿈꾸었지만 지금의 청춘들에게 그런 삶은 옛날 이야기일 뿐이다.

저 그림도 마찬가지여서, 19세기 말에는 왕을 위한 그림이었지만 지금의 젊은이들은 제각각 다른 의미로 바라볼 작품이니, 그 간극은 말하기조차 무안할 정도다. 과연 지금의 우리 젊은이들은 이 그림을 어떻게 바라볼까?

학교에 소속된 학생이든 일찍 사회인이 되었든, 우리의 청춘들은 세상에 짓눌려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이미 여러 통계가 예언했고, 차차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현실들을 보면 우리 청춘들에게 저 붉은 태양처럼 솟아오를 기회와 기운이 충만한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노령인구가 청장년의 수보다 많아져서 세상을 감당할 경제인구도 충분치 않은 현실, 직업사회로 진입하려면 넘어야 할 벽이 통곡의 벽이 되어간다는데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어떻게 현실을 수용해야 할까? 받아들이고 능력으로 이겨내라고 하면 그만일까? 기성세대인 어른이라면 저 젊은이들이 홍조 띤 얼굴로 저 그림 속 해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1월 1일이면 관성인 듯이 보는 해돋이, 그다지 마음에 와 닿지도 않는 희망을 담은 덕담은 우리 후속 세대에게 절실한 것일 리 없다. 학력을 포함한 스펙으로는 규정할 수 없는, 또 그래서도 안 될, 젊은이들의 생기를 왜곡하거나 억누를 수 있는 통념과 제도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그러므로 지금의 우리는 저 왕성하게 돋는 해가 우리의 젊은 세대가 당연히 누려야 할 기회이며, 해는 그 기회가 그늘 없는 햇살처럼 평등하게 주어져야 함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보아야 한다.

올해는 젊은이들에게 저 태양과 같은 기운이 골고루 나누어지기를 빈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회사소개광고문의기사제보구독신청찾아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 110-888 서울시 종로구 종로 19 B동 1118호 (종로1가, 르메이에르종로타운) | Tel 02)2075-7141~3 | Fax 02)2075-7144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 01003 | 등록일자 : 2009. 10. 24 | 발행인 : 이구홍(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개인정보취급담당자 : 최유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유정
Copyright 2008 세계한인신문. All Rights Reserved.mail to oktim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