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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처럼 미래를 보고 뛰자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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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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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신 / 전경련 상근부회장

경제와 미래를 위해
원수와도 손잡는 베트남처럼
한국도 과거와 이념에서 벗어나
성장에 대한 열망과 꿈 펼치는
신명과 희망의 눈빛 되찾아야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국제경영원(IMI)의 교육사업을 위해 베트남 호찌민을 방문한 적이 있다. 현지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베트남 최고경영자과정을 개설하고 한국 기업의 성공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문화 한류’ 못지않게 ‘경제 한류’의 인기도 엄청나다는 것을 느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데도 4개월간 수업료 900만원을 내겠다는 지원자가 줄을 이었다. 모두 한국을 배워 이겨보겠다는 ‘야수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한국과 베트남은 아픈 역사를 지나왔다는 데 많은 공통점이 있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유교를 중심으로 한 문치주의를 표방하며 중국 영향권 아래 있었고, 근대에는 식민지로 전락했다. 식민지에서 해방된 뒤 남북으로 허리가 잘려 분단되면서 북에는 공산 정권, 남에는 자유민주주의 정권이 수립된 것도 같다. 무엇보다 동족상잔의 내전을 벌인 것도 동일하다. 베트남의 상처는 우리보다 훨씬 클지도 모른다. 내전만 17년 겪은 데다 통일 후 사회 혼란도 상상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베트남전쟁 당시 월남은 미국으로부터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모든 분야에서 앞서 있었다. 그러나 리더십의 부재, 반(反)정부 시위, 농민 봉기, 부정부패 등으로 국민 갈등 및 국론 분열이 극에 달했다. 여기엔 공산주의 세력의 위장된 선동에 포섭된 월남 고위층, 종교인, 학자들이 큰 역할을 했다. 월남이 패망한 뒤에는 잔혹한 숙청이 연속됐다. 월맹은 여러 명분을 붙여 대규모로 숙청했다. 월맹을 지지했던 월남의 프락치와 친월맹 인사들이 가장 먼저 숙청됐다고 한다. 국민들은 얼마나 먹고살기 힘들었던지, 공산화된 조국을 등지고 보트피플이 된 사람만 12년간 106만 명에 이르렀다. 그중 11만 명은 남중국해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처절한 피의 역사였다.

그랬던 베트남이 지금은 새로운 국가로 변모했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라면 원수와도 손을 잡는 등 무서울 정도로 실리주의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반미(反美) 감정이라면 세계 어느 국가보다 강해야 마땅하지만 1995년 국교 정상화를 발표하고, 2000년부터는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으면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베트남전쟁에 투입된 미군이 55만 명에 달했고, 투하된 폭탄이 미군이 제2차 세계대전 때 사용한 것보다 세 배 많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반한(反韓) 감정도 없다. 우리가 사과하겠다고 했는데도 그들은 “미래로 갈 길도 바쁜데 왜 과거를 논의하나? 그보다 더 나은 협력과 투자를 논의하자”며 오히려 우리를 부끄럽게 했다.

결과는 어떤가. 오늘의 베트남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중 하나가 됐다. 지난 세월을 보상받으려는 듯 적극적인 세제지원과 규제완화, 외국인 투자에 대한 각종 혜택을 제공하며 글로벌 기업을 불러모으고 있다. 베트남은 매년 7% 넘게 성장하는 경제와 1억 명에 달하는 내수시장을 갖추고 있으며 35세 이하 인구가 60%에 달할 만큼 젊은 나라이기도 하다. 기업 관점에서는 젊은 노동력과 높은 소비력의 선순환이 가능한 시장이다. 미래지향적이고 실리적인 정책까지 더해지니 무궁무진한 성장 잠재력에 해외 기업이 너도나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제반 환경보다 더 매력적인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찬 국민의 눈빛이었다. 그들은 아직 한국보다 잘살지도, 많이 배우지도 못했지만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신명나는 삶을 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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