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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더 위험해진 트럼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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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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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범 / 워싱턴 특파원

   
 

전세계 사람들이 새해 벽두부터 워싱턴을 바라보며 가슴을 졸였다.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 예고에 따른 북-미 충돌 위기가 잦아드나 싶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공습살해라는 전격적인 행동으로 세계를 전쟁위기감 속에 빠뜨렸다.

최근 며칠, 워싱턴 권역의 사람들은 눈 예보 때문에 공립학교들이 하교 시간을 앞당긴다는 교육청의 문자메시지를 받고도 ‘혹시 다른 일이?’라며 잠시 철렁해야 했다. “워싱턴이나 뉴욕 도심은 가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도 농반진반으로 나눴다.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트럼프가 무력대응을 자제한 것은 천만다행이다. 중국이나 북한과 그랬듯이 이번에도 트럼프 스스로 사태를 만들어 긴장을 한껏 끌어올린 뒤 이를 완화하면서 ‘승리’를 선언하는 패턴이 되풀이된 것이지만, 아무튼 전쟁은 피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을 모면했어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이란 사태는 근거와 과정이 의심스러운 충동적 결정, 갈수록 ‘예스맨’들로 채워지고 있는 참모진, 트럼프에 대한 미국 안팎의 낮은 신뢰 등 트럼프 집권 3년간 누적된 불안정성이 집약된 사건이다. 당장의 탄핵 국면과 다가오는 11월 대선 앞에서 트럼프의 이런 취약점은 끊임없이 미국과 세계 사람들을 괴롭힐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는 솔레이마니 제거 결정의 이유로 “임박한 위협”을 들었지만, 당국의 브리핑을 들은 의원들은 “언론 보도 이상으로 구체적인 게 없다”며 증거 부족을 지적한다. 트럼프가 했던 “이란 52곳 타격” 발언도, 당국자들은 그게 어느 곳들인지 분석된 상태가 아니었다고 전한다. 미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솔레이마니 제거가 가져올 보복의 악순환 등 후폭풍에 대해 생각을 해봤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트럼프가 이번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미 조야에서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있었으면 이런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현재 트럼프 옆에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외교안보 핵심 참모들이 ‘받들어 트럼프’ 일색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국내 지지도가 40%대로, 임기 내내 반대 여론 50%대를 못 넘고 있다. 그는 국제 무대에서는 이란 핵협정 등 다자협약을 파탄 내고 관세 부과나 방위비 분담 인상 요구 등을 휘두르면서 관계를 악화해왔다. 그의 충동적 행동과 국내외의 신뢰 부족이 맞물려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북-미 관계에서도 걱정해야 할 것은 트럼프가 북 정권에 군사 옵션을 쓸 가능성이 아니라, 과연 트럼프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대한 진지한 의지와 구상을 갖고 북한과 대화를 시작한 것인지, 여전히 우선순위에 두고 해법을 찾을 열의가 남아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구심이다. 백악관이 지난 연말 내놓은 트럼프 정부 3년 성과 자료에 북한 대목은 ‘두차례 북-미 정상회담’ ‘비무장지대(DMZ)를 건너 북한 땅을 밟은 최초의 미국 대통령’ ‘제재 유지’ 정도로 짤막하다. 나쁘게 말해 트럼프가 북한의 ‘이용 가치’에 흥미를 잃어가는 모습이다. 그는 갈수록 모든 것을 재선 유불리에 따라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 북한에 대한 대응도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렵다.

2020년, 세계는 지난 3년보다 훨씬 휘발성과 가연성 높아진 미국 대통령을 안고 살아야 한다. 각자 보호 장구를 단단히 챙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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