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온바오 [이기영 칼럼] / 09.07.16>

▲ 서울 청개천, 창춘시 뤼위안구 구청장과 함께

한국에도 이런 지도자가 있을까?
5월20일 내 핸드폰으로 걸려온 전화는 뜻밖의 사람이었다. 업무상으로 만난적이 있는 창춘시(長春市) 뤼위안구(綠園區, 녹원구) 구청장 “왕팅카이(王庭凱)” 바로 그 사람.

나와는 적지않은 친분이 있기도 하지만 그는 나에게 있어 언제나 일밖에 모르는 바쁜 사람으로 기억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무슨 시간이 나서 내게 전화를 했을까?

“이사장님 ~ 혹시 제게 도움이 되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가 한국을 좀 급히 가려 하는데 옆에서 좀 도와 주실 일이 있습니다”

항상 웃는 얼굴로 깨끗한 외모를 가진 왕팅카이의 부탁을 거절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평소 외국 투자 상인인 나에게 깍듯한 예절을 갖추어 대해 주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업무와 관련되어 한국 방문을 그렇게 급히 서두르는지 아무런 말도 내게 해주지 않았다.

업무에 바쁜 그는 한국 방문에 도움이 되어 주겠다는 나의 약속을 확인하고 6일 후인 5월26일 창춘공항 출국장에서 만나자고 했다. 도대체 무슨 급한 일로 어떤 도움을 바라는지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그날을 기다렸다. 상당히 긴 시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왕팅카이를 출국장에서 만난 것은 5월26일 아침, 우리는 북방항공에 몸을 싣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특유의 웃음과 예절을 갖춘 그가 고맙다는 말을 하고 한국의 어느 기업과 투자에 관한 상담이 있는데 통역과 함께 업무에 관한 약간의 도움이 필요해서 날 찾았다는 것이다. 나를 찾은 목적에 대해 잠깐 동안 설명을 하더니 옆에 앉은 나는 거들떠 보지도 않은채 코를 곯며 꿈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어이없고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할 수 없이 옆에 앉아 신문이나 읽다가 예쁜 쿵제(空姐, 스튜어디스)가 가져다주는 기내식이나 먹어야 했다. 음식을 가져다 주는 시간에도 그는 잠에서 깨어나질 못했다.

비행기가 한국 인천공항에 착륙을 해도 그는 잠에서 벗어나질 못하다가 내가 깨워서야 겨우 잠에서 벗어난다. “이 친구 밤새도록 술 깨나 퍼마셨나보군~” 이렇게 생각하고 웃고 있는 나에게 미안한 듯 한마디 한다.
밤새도록 한국 기업에 관한 자료 찾고 상담내용을 점검하다가 밤을 꼴딱 세우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러려니 하고 인천공항에 내려서 생각지도 못한 일이 터지고 말았다. 한국비자를 받지 않고 일본 비자만 가진 그는 한국기업과 상담을 끝낸 후 다음날 즉시 일본에서 다음 상담이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한국 기업과의 상담이 순조롭지 못할 경우 하루 이틀 더 지체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일본행 비행기표를 미리 사지 않았던 그가 한국의 출입국 관리소에 붙잡혀 한 시간이 되어도 나오질 않는 것 아닌가?

내국인 통로를 통해 미리 출국심사장을 빠져나온 나는 황당한 상황에 비지땀을 흘리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구조 활동을 벌여야 했다.

그렇게 바쁘게 뛰어다니며 비행기표를 사서 전해주고 겨우 구조를 했는데 한다는 말이 고맙다는 말도 없이 배가 고프다고 밥이나 사 달라 한다. 참 어이가 없어도 한참 없다. 짐 가방은 이런저런 서류들과 책 몇권 밖에 없는 그가 도대체 무얼 하려는 것일까? 점점 궁금해지기만 한다.

옷가지도 입고 있는 옷과 속옷 간단한 것 두 세 개가 전부인 그를 보면서 “얻어먹기 위해 작정을 했구먼~"라고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식당을 찾는데 갑자기 “저기 좋은 식당 있네~”라고 말하는 거다. 그가 가리키는 식당은 상상 밖의 식당이었다. 한국에서는 가장 값싸고 밥 한 그릇에 채소 버무린 것을 올려주는 최하 가격인 작은 식당을 찾은 것이다. 거지도 그런 상거지가 없다. 밥 한 그릇을 한순간에 뚝딱 없애버린 그가 이젠 나보고 전화를 해 달라 한다. 그리고 그 한국 회사와 만날 시간 약속을 잡아 달라 한다.

“아니 그럼 그 회사와는 미리 약속도 하지 않고 왔단 말인가? “
그는 한국의 기업과 만날 약속을 자세하게 한 것이 아니었다.

뒤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는 한국기업과의 공격적 담판을 위해 수행원도 없이 혼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탔던 것이다.

점점 나는 걱정이 앞선다. 도대체 이 친구가 나를 얼마나 골탕을 먹이려고 나를 끌어 들였는지 앞일이 캄캄하다.

그가 만나서 담판을 하려 했던 기업의 약속시간이 다음날 아침으로 정해졌다. 그는 호텔을 찾아 먼저 묵을 곳을 정하자고 했다.

나는 모처럼 귀한 손님이 한국을 찾았으니 좀 더 좋은 호텔을 찾아 대접을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곳저곳 호텔을 수소문 하는데 이 친구는 업무를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호텔만을 고집했다. 결국 혼자 누워도 잘못 돌아누우면 굴러 떨어질 만한 침대가 있는 초소형의 호텔을 선택하게 되었다.

호텔비를 지불하려는 나를 뒤로 밀쳐내고 자기가 계산을 하는데 얼마나 심하게 밀어대는지 좁은 홀에서 밀려 밖으로 튀어 나갈 뻔 했다. 가방 한개 밖에 없는 그가 짐을 풀어놓고 자기를 공원이나 하천이 있는 곳으로 안내 하라는 것이다.

“거참~ 별 이상한 버릇도 가진 사람일세! 관광할 곳이 얼마나 많은데 하필이면 공원이나 하천이라니..”

생각나는 곳은 서울 한복판을 흐르는 청개천이었다. 이 청개천은 서울의 모든 하수를 모아 흘려보내던 곳이다. 이 하천은 자동차 도로의 밑에서 흐르다가 몇 년전 정화사업을 추진하고 도로를 뜯어내어 옛날의 모습으로 뒤바꾸어 놓은 서울시민들의 자존심이기도 하기에 그곳으로 그를 안내했다. 그리고 그 청개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청개천을 복원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투자가 있었는지...
그 유리처럼 맑은 물이 서울 한복판을 흐르게 하기 위한 대가가 얼마나 큰 것인지에 대해 서로의 대화를 나누었다.

한동안 그가 말을 하지 않고 생각에 잠겨 있다가 하는 말~ “사진이나 한방 찍읍시다” 하는거다. 그는 뤼위안구의 환경에 대해 깊이 고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공원을 찾고 하천을 찾았던 것은 바로 그가 뤼위안구의 환경을 어떻게 바꾸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수많은 자료와 지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나는 그의 목적을 알고 난 후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두려움이었고 그에 대한 존경이었다. 그는 열심히 하천을 걸으면서 갖가지 녹색환경을 위한 설치물들을 살피고 있었다

다음날~
우리는 공항에서 빌린 승용차를 이용해서 방문하려는 기업을 찾아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어떤 회사를 찾아가는지 알지 못했다. 그는 나에게 깊이 있는 설명을 해준 적이 없었고 틈만 나면 잠에 취해 꿈나라로 가버리곤 했기 때문이다. 꿈나라에서 누굴 만나 즐기는지 가끔 씨익~ 웃고 침을 흘리기도 하는 그는 천진난만한 아이들 같았다.

그가 찾은 한국의 기업은 '풍력발전 개발회사'였다. 그는 뤼위안구에 풍력발전소를 유치하고 녹색도시로 뤼위안구를 건설하려는 꿈에 젖어 있었던 것이다. 한국의 풍력발전개발회사는 세계 제일의 발전 능력을 갖춘 신기술의 특별한 것이었다.

이미 베이징에 건설을 하고 있는 이 회사의 풍력발전소를 남보다 빠르게 유치하려는 경쟁심에서 수행하는 사람도 없어 혼자서 나를 끌고 한국으로 쳐들어 온 것이다. 이 풍력발전 장치는 가로등마다 설치해서 전력을 생산하기도 하고 옥수수밭에 여기저기 설치하여 토지 손실이 없이 녹색전기를 얻어낼 수 있는 신기술이었다.

뤼위안구는 창춘의 서북쪽에 위치하고 풍량이 많아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이미 수많은 자료들을 찾고 연구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뤼위안구의 재정으로 투자가 불가능한 것을 감안하여 한국측에서 투자까지 하도록 노력하는 그에게는 불가능한 담판이 아니었다.

혼자서 그 담판을 위해 한국으로 쳐들어간 중국의 영도!
그의 담판 능력과 고집스런 투지는 어떤 것도 이룰 수 있는 것이었다. 한국 회사측의 투자에 대한 확인을 한 후, 한국 측 기업이 10일 후에 창춘을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급하게 차를 몰아 다음 목적지를 향했다.

그 다음 목적지는 다름 아닌 서울 근교의 팔당댐 수력발전소였다.
댐으로 막아둔 거대한 호수의 물을 바라보더니 그가 쥬타이시(九台市, 구태시)에서 근무할 때 당시 스터우커우먼(石頭口門)의 수질을 개선하고 맑은 물을 유지하기위해 노력하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호수가의 작은 물고기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 우리는 이미 신발을 벗고 있었다. 나도 그 친구도 이미 발에 물집이 생겨 더 이상 걷기 어려운 지경이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급하게 차를 몰아 인천공항으로 달렸다. 음식이 입에서 넘어가기도 전에 다시 공항으로 달리는 우리는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 시간을 맞추기 위해 시속 160키로의 속도를 내야 했다. 엄연히 불법운전인데 그 책임은 내가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전혀 걱정조차 하지 않고 또 꿈나라로 들어가 버렸다.

일본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어렵게 40분전에 공항에 도착한 그는 나를 한국에 남겨둔 채 “장춘에서 만나” 라고 손을 흔들고 모습을 감추었다.

아마도 그 친구는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속에서도 꿈을 꾸고 있겠지…
녹색의 뤼위안구를 위해서~

한국에는 과연 얼마나 많은 국가 지도자들이 이렇게 무장된 정신을 가지고 있을까?
한국에는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지도자들을 알고 있을까?
무섭게 변해가는 중국에서....
무섭게 변해가는 중국인들이 숨 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