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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소프트 파워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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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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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우 / 논설위원

   
 

소프트 파워(soft power·연성 권력)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였던 조지프 나이가 군사력과 경제력 등의 하드 파워(hard power·경성 권력)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1990년 처음 사용했다. 강제나 강압이 아니라 매력과 설득을 통해 상대가 자발적으로 순응하게 하는 힘을 말한다. 조지워싱턴대의 중국 전문가 데이비드 샴보 교수는 소프트 파워를 다른 나라가 그 나라를 본받으려 하고, 그 정치 시스템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는 자석 같은 것이라고 했다. 나이 교수는 냉전에서 미국이 승리한 것은 주로 하드 파워 덕분이었지만, 탈(脫)냉전시대에 미국은 민주적 가치, 시장경제, 개방성 등의 소프트 파워를 적극 활용해 국제무대에서 지도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서방에서 소프트 파워 담론은 크게 힘을 잃었다. 트럼프는 미국, 혹은 서방 소프트 파워의 바탕인 자유주의적 가치를 앞장서서 파괴하고 있다.

서방의 소프트 파워가 동력을 잃어가는 지금, 그 공백을 파고드는 게 중국이다. 중국이 소프트 파워를 주요 국가정책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건 2007년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때부터다. 샴보 교수는 중국 정부가 매년 100억 달러(약 11조6000억원) 정도를 소프트 파워 강화에 쓰고 있다고 추정한다.

관영언론이 영어 프랑스어 등 외국어 발간물과 방송을 대폭 늘리고, 중국어·문화를 가르치는 공자학원을 160여개국 550곳에 설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도 본질은 소프트 파워 진흥책이다. 무엇보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고속 성장을 이룬 중국의 경제발전 신화가 중국 소프트 파워의 핵심이다.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 이는 중국 붐은 중국의 대규모 투자와 함께 고속 성장 비결을 배우려는 열망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 시위 사태와 지난 11일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의 대선 압승은 중국 소프트 파워의 근본적 결함을 뚜렷이 보여준다.

두 사건의 의미는 같은 중화민족도 중국 공산당이 지향하는 권위주의 정치시스템을 수용할 뜻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공산당 전면 영도를 내세우며 주도하는 시민 자유 억압과 인권 경시는 중국의 이미지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남중국해 등에서의 영토 분쟁으로 중화 민족주의 물결을 우려해온 이웃나라들도 중국을 진정한 친구로 여기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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