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승 / 기자

현 시점에 우한 폐렴 대응을 가장 잘하고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 ①대통령이 나서 우한에 다녀온 3000명을 전수조사 하기로 한 한국 ②650명의 자국민을 귀국 시키기 위해 전세기를 띄우고 강제입원, 취업제한 조치에 나선 일본 ③후베이성에서 온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말레이시아 ④그외

한국 네티즌들은 우스갯소리로 '④그외(북한)'이라고 말한다. 북한은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막았다. 중국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사람 간 감염을 인정한 바로 다음 날이다. 22일에는 국경을 잠정 폐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곤과 부족한 의료 인프라로 전염병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발빠르고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게 했다.

일각에서 "우리도 그랬어야 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건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통제 가능하며 사람 간 감염 가능성이 낮다며 세계인을 안심시키는 동안 1100만 인구 도시 우한에선 500만명의 사람들이 다른 도시로, 한국으로, 일본으로, 태국으로 빠져나갔다. 그사이 확진자의 연령대와 국적, 이동경로는 다양해졌고 사망자는 100명을 넘었다.

이번 사태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추구해온 전염병 국제 공조는 위기를 맞았다. WHO는 지난 23일 우한 폐렴 확산이 국제 비상사태(PHEIC)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여론 뭇매를 맞았다. 신종 바이러스의 위중성 판단도 쉽지 않지만 WHO로서는 발원지가 중국 이라는 점에서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중국은 그동안 전염병의 진원지였던 아프리카 등 빈국처럼 주요국의 경제 원조를 기다리는 가난한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이제 중국을 빼고 국제 정세를 논하는 해외 석학은 단 한명도 없다. 상위 10% 자산가가 1억명에 달하는 이 나라가 비상사태 선포로 각종 의약품을 사들인다면 지구촌이 패닉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WHO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국제분쟁에 연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많은 국가들은 WHO의 비상사태 선포를 참고해 입국 거부 등의 조치를 취한다. 무역수지에 영향을 주는 이런 조치들이 중국으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많은 해외 리서치 기관이 우한 폐렴이 중국 정부의 성장률 6% 지키기에 위협이 될 것이라 경고했다. 그동안 WHO의 조치에 반기를 드는 국가는 없었지만 중국은 좋은 쪽이건 나쁜 쪽이건 늘 세계인의 기대를 뛰어넘었다.

비상상태를 선포한다고 한들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전염병 국제 공조의 핵심은 정보 공유다. 유일한 정보 유통창구인 중국에선 이미 감염 정보가 축소, 은폐 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시진핑 정부가 사스 때 지적 받았던 정보 투명성 문제를 개선했다고 보지만, 경제규모가 커지고 1인 독재체제가 강화 하면서 정보 통제 유인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사스 땐 정부의 사태 은폐를 고발했던 의사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단 한명도 없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 한다.

제대로 된 국제 공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각국은 발빠르게 각자도생의 ‘마이웨이’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WHO의 비상사태 선포를 기다린다고 했다가 사태가 심각하다며 우한 폐렴을 지정감염증으로 지정하고 자국민을 태우기 위해 전세기를 띄웠다. 각국은 국경 폐쇄, 입국 거부 등 대응에 분주하다. 국내에선 반중 감정이 격해지며 '중국인 입국 금지' 청원에 동의한 사람이 50만명을 넘었다. 한 정치인은 '우한 폐렴 사태 이후 입국한 중국인을 송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안타깝지만 마이웨이식 대응은 세계를 분열케 하는 임시처방 일 뿐이다. 우한 폐렴 사태는 원조 중심의 기존 전염병 국제 공조 체계는 경제 대국이 진원지일 경우 명백히 한계가 있음을 세계에 알렸다. 이제 전염병에 관한 강제력 있는 새로운 질서를 논의해야 한다. 중국은 국제 위상에 못 미치는 초라한 뒷모습을 들켰다. 금지된 야생동물을 몰래 파는 상인들, 턱없이 부족한 의료 인프라, 재난 앞에서 무질서한 국민들, 정보 통제에 급급한 공권력. 믿기 힘들지만 중국의 현실이었다. 중국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국제 공조로 추락한 대국으로서의 위상을 되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