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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지옥’
두만강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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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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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명주 /시인

   
 

이국에서 살며 된장국 냄새만 맡으면 역겨움을 느낀다던 고향친구가 있다. 살던 곳과 물리적으로 뛰어넘을 수 없이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고향은 정신적 ‘울렁증’이다.

그러면 한곳에 죽치고 사는 사람에게 고향은 어떤 존재인가?

‘마지못해’ 사는 오래된 ‘부부관계’이다. 낡투를 뒤집어쓰고 온갖 전통과 세습으로 뭉친 집합체, 지켜야 할 풍속들이 켜켜이 쌓인 곳, 결코 자랑스럽지만은 않은 비박한 과거가 타투흔적처럼 남은 곳, ‘쉰내 나는 이곳을 떠나는 것이 소원’이라고 넌덜머리를 치면서 또 살아내는 곳이다. 여행 에세이에서 김연수 작가는 그 고향을 두고 ‘정겨운 지옥’이라고 칭했다.

그런 치열하던 고향 감정의 경계를 허물어주는 곳이 있다. 바로 온라인이다.

시공간의 경계가 사라진 온라인의 가상세계. 이젠 아무하고나 24시간 소통이 가능하고 초당으로 생사를 확인하고 분당으로 소식을 공유한다. 경제 돌기와 정비례로 불어난 지구적인 인구 유동시대에 서로 상생하며 급시우 같은 존재로 온라인은 우리 생활에 깊숙이 천착했다.

이왕의 어떤 수단으로든 대타가 어려운 역동으로 오프라인과 경계가 허물어져 갖가지 정보의 공유와 전달의 스피드, 생활의 편리 등 편익에 우리 삶은 졸부처럼 시간과 공간의 폭리를 얻었고 감정의 폭리도 얻었다.

파생으로 각종 명목의 다양하고 활발한 온라인 가상 모임장― 위챗그룹 같은 것이 남발한다. 공감대가 불어났다. 사람이 외로울 사이가 없어졌다. 잇달아 가족애, 향수… 이런 단어들이 빛을 잃었다.

그런 온라인 때문에 도래한 ‘몸 따로 정신 따로’의 ‘양다리’시대, 요즘의 시대이다. 더불어 실체와 가상의 줄다리기에서 중심을 잃고 방황하는 온라인 찬양 군단이 넘쳐난다. 온라인 ‘고향’설까지 제기된다. 그러면 과연 가상에 고향을 대타할 만한 감정의 안식처를 세울 수 있을까?

대답은 “노”이다.

코로 들이마시는 사람 냄새가 풍기는 곳, 몸의 귀소본능으로 노후에 ‘지옥’일지언정 찾아가 드러눕고 싶은 땅이 고향이다. 탯줄이 묻히고 부모가 살았던 곳,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아이 컨택, 스킨십이 곁들인 만남과 소통, 이 모든 걸 이루는 고향은 오로지 정신적인 것도 아니고 몸만 남은 곳도 아닌, 양자가 분리될 수 없는 혼합실체이다.

온라인 출시로 십년도 안 되는 사이 느리던 소통 방식이 철저히 깨진 것만은 사실이다. 온라인의 혁혁한 공로이다. 뛰어넘을 수 없는 거리로 오는 괴리감도 단연 단축되었다.

그러면 온라인은 정신기탁의 믿음직한 공간일까?

그것도 의심스럽다. 우선 온라인의 영향력은 절대 과소평가하지 못한다. 실제로 온라인이 가진 힘은 막강하다. 그러나 온라인의 가상공간은 결코 청정지역은 아니다. 정신기탁을 하기에는 너무 혼잡스럽고 시비가 난무하며 더욱이 온라인 힘을 역이용하는 ‘댓글부대’, ‘온라인 홍위병’이 기승부리는 곳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온라인의 영향력에 대해 무시하고 소통에 소극적인 것이 문제인 듯이 과대평가도 기피할 문제이다. 온라인이라는 가상세계의 힘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현실적인 행동이 전제되지 않으면, 그 곳은 현실을 도저히 인정하지 못하는 도피처일 뿐이고 유토피아의 난잡한 허상이다. 조직화된 가상 속의 활력을 이끌어내는 힘은 더욱 치열하게 조직되어 움직여야 하는 현실에 있다.

때문에 실체가 우선이다. 모든 가상은 실체를 위한 존재이다. 실체를 떠난 가상은 아무리 화려한들 그것은 떠도는 유령일 뿐이다.

따라서 지금은 우선, 도덕과 법규의 미숙한 불모지인 온라인에 만능의 온라인 몰카같은 것을 출시시켜, 저질스럽고 치졸한 손가락 터치로 세상을 어지럽히는 ‘인간탈’의 곪아가는 정신들을 물샐틈없이 엄벌하는 것이 더 급선무다.

아울러 거침없이 쳐들어오는 온라인에서의 바르고 건강한 구조체계, 그것을 고민하는 것이 거시적인 우리 현실의 고향―지구를 더욱 정겨운 ‘지옥’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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