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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대림동도 서울이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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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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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용 / 작가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과 함께 대림동에 대한 편견이 등장했다. 현재 대림동에서 확진자가 나온 사례는 없다. 중국 여행을 자제하고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철저히 하여 감염병에 대비하는 것과, 이미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된 특정 집단과 지역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사진은 4일 오전 한 방역업체 직원들이 중국교포 밀집지역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대림중앙시장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배우한 기자]

오랫동안 우리나라는 인구 순유출 국가였다.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농사 지을 땅을 찾아 만주로, 일자리를 찾아 일본으로 수많은 사람이 떠났다. 1903년, 인천항에서 100여명의 조선인들이 하와이 사탕수수농장으로 이주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200만명의 재미교포가 기회를 찾아 미국에 이주하여 살고 있다. 어려웠던 시절, 광부와 간호사들은 독일로 이주해 본국의 가족들을 먹여 살렸다.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우리나라가 외국 사람들에게 기회의 땅이 됐다. 일산, 분당 등에 신도시가 동시에 만들어지면서 건설 노동자가 부족했고, 한국계 중국인, 동남아시아인이 중심이 된 많은 외국인이 우리 도시로 모여든 것이 시작이었다. 그들은 고국에서보다 높은 급여를 받았고, 대한민국의 도시는 부족한 노동력을 공급받았다. 전국적으로 200만명, 서울에만 40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 낯선 타국 땅에 온 사람들은 모여 살면서 서로 의지했다. 그들이 모인 곳 중에 대림동이 있었다.

대림동은 참 독특한 곳이다. 해방 이후 우리 도시에 대림동 같은 곳은 없었다. 물론 대림동이 유명해지기 전에도 서래마을과 동부이촌동에 프랑스인과 일본인이 모여 살았지만, 두 마을에는 한국 사람이 훨씬 많이 살았다. 원곡동에는 많은 외국인이 모였지만, 그들의 국적은 다양했다. 하지만 대림2동 거주 인구의 80% 가까이가 조선족이다. 이렇게 동 하나에 특정 외국인 집단이 주류를 이룬 적이 처음이고, 또 그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 대림동을 향한 편견과 공포가 생겼다. 일상에서 대림동을 찾는 사람들에게 대림동은 인력 시장으로, 양꼬치나 마라탕을 파는 곳으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특정 사건이 발생하면 대림동을 향한 편견과 공포가 고개를 치켜든다. 2년 전에도 그랬다.

2017년 12월 13일 새벽, 다툼을 벌이던 26세 청년이 왼쪽 가슴에 칼을 맞고 쓰러졌다. 신고를 받은 구급대가 청년을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지고 말았다. 하루 뒤 경찰에 잡힌 가해자는 25세 황모씨였다. 그런데 하필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조선족이었고, 사건의 현장은 조선족 밀집 지역인 대림동이었다. 이날 새벽에 일어난 사건은 포털 사이트 메인 뉴스가 됐다. 술 마시고 시비 끝에 일어난 사건으로 한 청년은 사망했고, 한 청년은 살인자가 됐지만, 우리의 관심은 사람이 아닌 집단과 지역으로 향했다. “조선족을 추방하라”, “대림동은 우범지대다”와 같은 댓글이 달렸다.

조선족의 강력 범죄가 뉴스에 나오고 많은 대중매체에서 대림동을 범죄의 온상으로 묘사하면서 조선족과 대림동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심해졌다. 하지만 통계는 편견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준다. 2016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 국적 소지자 10만명 중 범죄자 검거 건수는 2,220명으로 한국인 10만명 당 3,495명보다 현저히 적었다. 또 살인, 강도와 같은 강력범죄의 비율 역시 한국인의 68%에 불과했다.

한동안 잠잠하더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과 함께 대림동에 대한 편견이 등장했다. 대림동에 가보니 사람들이 길바닥에 침을 뱉고, 길거리 음식을 손으로 만진다는 르포 기사가 회자됐다. 그런 행동은 서울의 어느 거리에서나 볼 수 있지만, 그 기사에는 편견으로 가득한 댓글이 어김없이 달렸다. 하지만 현재 대림동에서 확진자가 나온 사례는 없다. 중국 여행을 자제하고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철저히 하여 감염병에 대비하는 것과, 이미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된 특정 집단과 지역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물론 조선족들의 행동이 우리 사회의 규범과 어긋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쓰레기 무단 투기다.(쓰레기 무단 투기를 하는 한국 사람도 많다.) 처음에는 몰라서 그냥 버렸다. 중국에서는 쓰레기를 버릴 때 돈을 내지 않으니. 하지만 종량제 봉투를 사야 한다는 것을 안 다음에도 쉽사리 그 규범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쓰레기 무단 투기하는 조선족 물러가라”고 외칠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기본적인 규범을 익히고 체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함께 살아갈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실제로 조선족 스스로도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조선족들은 자율방범대를 만들어 동네를 순찰하고 함께 모여 청소를 했다. 동네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섰고, 문화적 차이로 인해 한국 사회와 어울리지 않는 상의 탈의와 같은 행동을 고치도록 이웃을 설득하고, 한국 사회에서 지켜야 할 규범을 익히도록 노력했다. 한국의 시민사회도 조선족들과 함께 그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기회가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이주자가 없다는 것은 그곳의 환경이 살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주자를 배척하는 것은 올바르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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