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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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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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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환 / 논설위원

   
▲ 일본 함대에 패해 러시아 해군이 스스로 침몰시키는 코레예츠 함./Jack London

일본 함대에 패해 러시아 해군이 스스로 침몰시키는 코레예츠 함./Jack London

1904년 2월9일 제물포항(인천항). 정오까지 항구를 떠나라는 일본해군의 최후통첩으로 러시아 순양함 바랴크(Varyag)호와 포함 코레예츠(Koreets)호가 랴오둥반도 뤼순(旅順)항으로 가기 위해 항구를 나섰다. 배가 팔미도 해상에 이르자 무려 10여대의 일본 군함이 불을 뿜었다. 러시아 함대는 압도적인 무력 앞에 40분 만에 만신창이가 됐다. 러시아 군함의 수병들은 항복을 거부하고 자폭으로 침몰을 선택한다. 바로 만주와 조선에 대한 지배권을 놓고 벌인 러일전쟁의 시발점이다. 전날 밤 일본이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뤼순항을 기습 공격한 것과 거의 동시에 벌어진 것이다. 10일에는 일본 메이지 왕이 러시아에 선전포고해 공식적으로 전쟁의 막이 올랐다. 두 강대국이 자국의 패권을 위해 우리 강토에서 일으킨 슬픈 전쟁이다.

당시 미국 샌프란시스코 일간지 이그재미너의 종군 사진기자인 잭 런던은 침몰해가는 러시아 군함 코레예츠 등 생생한 전투 현장을 담은 사진을 많이 남겼다. 침몰한 두 러시아 함정은 이후 일본이 인양해 군함으로 개조했다. 러시아 군함 이름 ‘코레예츠’는 러시아어로 ‘고려인(한국인)’이라는 뜻이지만 왜 이 이름을 붙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은 러일전쟁 승전의 역사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겨 첫 전투였던 제물포해전을 아주 중요하게 역사에 기록하고 있다. 러시아정부는 러일전쟁 발발 100주년인 2004년 2월8일에 바랴크호와 코레예츠호 전사자 추모비를 인천 연안부두에 건립하기도 했다.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군인들과 시민들이 지난 9일 블라디보스토크 해양묘지에서 제물포해전에서 숨진 러시아 수병을 기리는 추모행사를 열었다고 한다. 나라를 위해 싸우다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 죽음을 택했으니 추모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시발점이기도 한 러일전쟁 그리고 그 첫 전투가 인천 앞바다에서 벌어졌다는 것조차 잘 모르는 것 같다. 지금 세계는 강대국들이 자기이익만 우선시하면서 각자도생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동북아 정세는 구한말을 연상하게 한다. 나라에 힘이 없으면 강대국들의 전쟁터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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