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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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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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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석 / 사회에디터

   
 

아버지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워 보였다. 아이가 제 무게를 실어 한껏 내리눌렀는데도 기척조차 못 느낀 듯했다. 오히려 텅 비어 있었던 그동안의 어깨가 아틀라스의 그것보다 무거웠을 그다.

고향 땅 대구 어디에서도 가족 누일 곳 찾지 못해 애태우던 그는 이역 광주가 내민 구원의 손을 잡고 200㎞를 허위허위 달려왔다. 쇠약해진 큰딸을 태운 휠체어가 마지막 장애물인 계단을 만나 멈춘 그 순간, 의료진 등이 감염 우려 때문에 잠시 주저한 그 순간, 아버지는 딸을 어깨에 둘러메고 순식간에 계단을 뛰어올랐다. 내리는 비 따위는 애초부터 ‘적수’가 될 수 없었다.

지난 7일 광주광역시 남구 빛고을전남대병원에서 벌어진 일이다. 대구의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 가족은 광주가 병상을 제공한 덕택에 간신히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대구시민은 사실상의 물리적, 심리적 봉쇄 상태에 있지만 외롭지 않아 보인다. 전국에서 온정의 손길을 내밀고 있어서다. ‘달빛동맹’ 파트너인 광주의 지원은 특히 각별하다. 달빛동맹은 두 도시가 옛 이름인 ‘달구벌’과 ‘빛고을’의 앞글자를 따 만든 협의체 이름이다.

광주에게 대구는 정치적, 역사적으로 편하지 않은 존재일 수 있다. 하지만 광주는 아낌없이 의료진과 구호품은 물론, 병상까지 내줬다. 더욱 감동적인 건 지난 1일 발표된 ‘광주공동체 특별담화문’의 문구다. “1980년 5월, 고립됐던 광주가 결코 외롭지 않았던 건 광주와 뜻을 함께해준 수많은 연대의 손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빚을 갚아야 할 때입니다.”

꼭 40년 전의 늦봄, 광주는 지금의 대구와 달리 손 내밀어주는 이 하나 없이 철저하게 봉쇄된 채 비극을 맞았다. 그런데도 광주는 ‘광주’를 얘기해도 동티가 나지 않을 시점에서야 이뤄진 연대와 지원에 감사해 하면서 갚아야 할 빚으로까지 여기고 있다.

이번에는 대구가 빚을 갚을 차례다. 올해 5월에는 대구가 광주를 보듬어 안고 위로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길 바라본다. 물론 철쭉 만발한 팔공산과 무등산 정상에서 ‘코로나 대전’의 승전고를 울린 이후라는 전제에서다. 그렇게 정을 섞어가다 보면 ‘달빛’은 더욱 밝아지고 동서는 더욱 가까워지리라. 우리는 그렇게 또 한 뼘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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