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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으로 가는 길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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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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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수 / 칼럼니스트

   
 

8세기말에서 11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고향 땅인 스칸디나비아로부터 북 유럽과 중앙 유럽까지 항해하며 약탈을 일삼고 교역을 일으켜 세력을 확장해나간 바이킹(Vikings)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바다의 늑대라고 불리는 바이킹은 긴 독사라는 별명을 가진 롱쉽(Longship)을 개발해 해상을 장악해갔으며 한 때는 중동지방과 러시아에 까지 진출하여 도시를 건설하고 문화를 전파했다. 그의 후손들이 이어온 스칸디나비아 나라들은 오늘날 세계 제일가는 삶의 터전위에 이상형 국가를 건설하여 유지하고 있다. 신라 시대인 9세기 전반에 장보고 장군은 완도 일대에 청해진을 개설하고 한국, 중국, 일본 일대의 바다에서 출몰하던 해적을 소탕했다. 한편 국경을 초월한 군사-산업-상업 복합체를 결성해 아시아의 무역을 쥐락펴락하는 해상 왕으로 군림했으나 조정에서 보낸 자객에게 어이없이 암살되고 말았다. 민족의 운명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노르웨이(Norway)의 어원은 북쪽을 뜻하는 ‘Nor’와 길을 뜻하는 ‘Way’가 합쳐져 ‘북쪽으로 가는 길’이란 뜻이다. 14세기 중반 흑사병으로 인구의 60%를 잃고 자력으로 일어서기 힘들었던 노르웨이는 14세기 말부터 18세기 초 까지는 덴마크의 지배를 받으며 연명했다. 그 후 1905년 까지는 스웨덴의 지배를 받다가 독립하였으나 넓은 평야 지역을 스웨덴에 내주고 북쪽 해변의 험한 산악 지역을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2차 대전 때는 독일의 침공으로 해안선의 대부분이 초토화 되고 국왕이 영국으로 망명하는 수모를 겪었다. 국토 면적이 32만Km2로 뉴질랜드 보다 약간 크다 고는 하나 국토의 대부분을 스칸디나비아 산지와 협곡 해안이 차지하여 뉴질랜드보다 약간 많은 인구를 수용하기에는 벅찬 나라였다. 국토의 74%가 황무지이고 23%가 삼림, 나머지 3.3%가 농장, 시가지 등으로 이용 될 뿐이니 짐작할 만하다. 그러나 풍부한 수력 자원을 바탕으로 중화학 공업을 일으키고 해운업을 발전시켰으며 피오르드(Fiord) 지형과 북극 해안을 이용, 관광자원화하고 북해의 청정한 바다에서 연어 등 수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북쪽 해변 오지를 차지하고 있던 노르웨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분리 독립을 관대하게 허용했던 스웨덴에게 1967년 땅을 치고 후회하는 일이 벌어졌다. 노르웨이 대륙붕에서 북해유전이 발견된 것이다. 1901년부터 수여된 노벨상은 앨프레드 노벨(Alfred Novel)의 유지에 따라 물리, 화학, 생리 의학, 문학상, 1960년대 들어 추가된 경제학상은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시상하고 있다. 그러나 노벨상의 정신이자 백미인 평화상은 무슨 연유에서 인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시상토록 했는데 이 또한 스웨덴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아마도 스웨덴으로부터 유형무형의 수탈을 당하고 있으면서도 평화의 정신을 계승하여 온 노르웨이에 대한 배려인 듯싶다.

노르웨이 북해 유전은 석유 저장량으로는 세계 5위, 천연가스 저장량은 세계2위이다. 현재 국가 총 생산량(GNP)의 22%를 차지하는 북해유전 수익으로 노르웨이 경제는 비약적인 신장을 이뤘다. 1인당 국민소득은 1980년대부터 스웨덴을 앞지르기 시작해 현재는 $78,000로 룩셈부르크, 스위스에 이어 3위이다. 돈 벼락을 맞은 노르웨이가 사치와 방탕한 생활에 물들어 국가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해유전에서 번 돈을 아주 현명하게 사용하고 있다. 정부는 북해유전 수익으로 글로벌연금펀드(Government Pension Fund-Global)를 만들어 더욱 탄탄한 재정 기반을 확충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펀드를 조성했지만 핵무기 개발에 관련된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으며 윤리성과 투명성이 두드러져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헐값에 나온 자산들을 사들이면서 2,000억 달러로 시작한 기금을 2018년 기준으로 5,700억 달러로 성장시켰다.

아무리 넘쳐나는 곳간이라도 낭비와 사치 앞에서는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법이다. 짠돌이 성향도 지닌 노르웨이인들은 옷차림새도 튀지 않으며 평등주의적 시각을 지니고, 겉 모양보다 내실을 중시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 있다. 이는 정부의 냉철한 판단과 얄미울 정도로 알뜰한 재정 운용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이 정치와 사회를 주도한 결과이기도 하다. 여성의 인권지수는 부동의 세계 1위이다. 아마도 문호 헨리크 입센(Henrik Ibsen)의 ‘인형의 집’에서부터 여성의 역할과 정체성에 눈을 뜬 것이 계기였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석유 수출 이후 부를 쌓으면서 생활 성향을 두고 풍요를 누리는 현대 세대와 가난을 경험했던 기성세대가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인구 500여만 규모의 나라에서 난센과 아문센 등 세계적인 탐험가와 작곡가 그리그, 극작가 입센, 화가 뭉크, 조각가 비겔란, 의학자 한센 등을 배출한 것도 경이롭다. 한국과는 한국전쟁 때 스웨덴, 덴마크와 마찬가지로 의료단을 파견하여 도왔으며 전 후 국립의료원을 설립하는데 기여했다. 한국 입양인 들도 6천 명가량 거주하고 있다. 한국전쟁 중 노르웨이인 의사를 만나 극적으로 노르웨이로 와서 스위스 요리 학교를 졸업하고 유럽 최고의 요리사가 되었으며 ‘미스터 리’ 라면을 개발해 히트한 이철호 씨가 있다. 라면을 통해 한국을 알리고 양국 간에 마음의 다리를 놓았던 공로가 대단하다.

겨울철에는 낮이 극히 짧고 눈이 많이 내리며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어 도심지 도로에는 언더 히팅(Under Heating) 장치를 설치할 정도이다. 쓸쓸하고 황량한 자연환경에서도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행복을 가꾸어 나가는 노르웨이인들이 부럽다고 느껴진다. 주어진 처지를 원망하지 않고 선진화된 복지 정책을 바탕으로 안정된 생활을 즐기고 있는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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