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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모든 걸 해결해줄 수는 없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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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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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논의를 위한 경제주체 원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혹독한 위기가 덮쳐 왔다. 사람들이 움직이면 안 되고 모이면 안 되는 상황이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는 기존의 경제위기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본질적으로 경제행위를 영위하기 어렵게 만드니 대안이 별로 안 보인다. 기본적인 경제활동이 제약받는 상황이니 소득의 상실과 보건의료 비용의 증가는 대부분의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공식적인 통계가 나오면 분명하겠지만 현재의 체감지표상으로도 그렇고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들도 경제공황의 전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우리에게 닥친 위기가 단기간의 경기침체에 그치지는 않고 오랫동안 부정적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주장이나 제안들이 나오고 있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유사한 긴급소득지원이 실행되고 있다. 자칫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될 수 있어 여야 간에도 조심스럽게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혹시 포퓰리즘 발상에서 나온 퍼주기 지원이 아닌지 또는 국가 부채를 걱정하지 않는 무책임한 결정 아닌지 쟁점이 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긴급 편성한 추경안에 대해 수정을 거쳐 여야합의로 국회에서 통과시킨 것을 보면 현재의 상황에서 국민과 기업들에 긴급 지원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긴급생계지원의 이름으로 소득 순위에서 하위 계층에 한정된 지원은 여야는 물론 국민 대부분이 지지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긴급하게 지원해야 하는데 여기에 기본소득이란 이름을 달아 지원하자는 발상이다.

기본소득 개념은 이미 4차 산업혁명시대의 일자리 감소와 플랫폼 노동의 확산으로 노동소득에만 의지해선 기본적인 생활이 어려울 수 있다는 근거하에 그 도입 필요성이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일자리를 찾고 근로하려는 의지를 약화시킬 수도 있고 기존 복지제도가 가지는 개별적 특수성과 목적성을 위협할 수도 있고 지속가능한 재원의 마련을 위한 조세재정 정책의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고 도입하더라도 단계적으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준비해야 한다.

오히려 현재와 같은 급격한 경기침체와 경제위기에는 기존 소득지원 제도를 활용해서 그 조건을 완화하고 재원의 규모를 늘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 근로장려세제, 일자리안정자금, 중소기업신용보증제도 등을 통해 긴급히 대응을 할 수 있다. 자치단체가 기본소득과 유사한 이름으로 직접 현금 지원을 해 주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지만 자치단체 간 형평성과 재원의 지속가능성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한시적인 부조에 그쳐야 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기본소득 도입의 타당성과 여러 문제점을 차분히 검토하고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경제위기에 긴급히 대응하면서도 근본적인 경제구조조정과 일자리 위기까지 폭넓게 대처하기 위해선 국가의 이름으로 기본소득이란 특단의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경제사회 주체들이 다 같이 위기 극복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엊그제 대통령의 초대로 노사정과 시민사회 대표들이 모여 경제원탁회의를 개최한 것과 같은 사회적 대화를 더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해 기본적인 위기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고통 분담과 상생 추구의 행동원칙에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는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없고 국민이 양보와 타협을 통해 위기 극복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사회적 대화는 위기의 순간에 특정한 국가적 제도보다 더 중요하다. 극심한 체제위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모든 세력과 대표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최선이 아닌 차선책을 그리고 모두의 입장에서 최악을 피한 집단 지혜를 발휘했던 남아공의 흑백 갈등 극복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만델라 대통령의 통합적 리더십을 만들어 냈던 이면에는 플라밍고 모델이라 칭하는 남아공의 사회적 대화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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