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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살리기에 '바주카포' 쏘는 독일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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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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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섭 /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무한대의 유동성 공급으로
코로나 피해기업에 화력 집중

獨처럼 韓국책금융기관 나설 때
대규모 자금으로 속도전 절실
어정쩡한 기업 지원 효과 없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지면서 각국 정부가 대응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나라는 독일이다. 기업 살리기에 `바주카포`를 쏘아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FRB)은 금리를 낮추고 국채매입을 늘리는 등 금융 부문에 대한 지원을 하다가 회사채를 매입해주는 선까지 나가 있다.
한국도 한국은행이 금융 부문 유동성 지원을 늘리다가 산업은행이 회사채를 매입해주고 정부가 은행들에 기업 지원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은 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에 화력을 쏟아붓고 있다. 올라프 숄츠 재무장관은 위기 초기부터 기업에 "무한대의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며 이것은 `바주카포`라고 강조했다. 바주카포를 쏘아대는 주체는 산업은행에 해당하는 KfW다. KfW가 기업대출을 대폭 늘리고 기업어음, 회사채도 매입해준다. 독일의 해법이 눈에 띄는 것은 위기 원인에 직접 작용하는 대책을 빠르게 실행하기 때문이다.

이번 위기의 핵심은 실물 부문이다. 사람과 물자 이동이 막히면서 기업이 생산활동을 제대로 못하고 물건도 팔리지 않는 것이다. 기업은 생존을 위해 갑자기 대규모 현찰이 필요하게 됐다. 은행 예금을 빼든지 은행과 약정한 신용한도를 다 써가며 돈을 빌린다. 현찰이 될 만한 자산은 다 팔고 있다. 이런 예기치 못한 사태가 동시에 벌어지니까 금융시장이 작동하지 못한다. 보통 금융위기 때에는 주가가 떨어지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던 국채 가격이 올랐다. 이번에는 국채 가격까지 함께 떨어졌다. 예금이 빠져나가니까 은행이 갖고 있던 국채까지 파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시장에 돈을 돌게 해서 그 돈이 실물 부문으로 흘러가게 하는 전통적 대책은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금융은 금융대로 대책을 세우되 기업에 직접 자금을 공급해 줄부도 사태를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일처럼 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들이 바주카포를 쏴야 한다. 민간은행들은 기업 살리려다가 손실이 나면 담당자들이 책임질 수밖에 없다. 위험해 보이는 기업으로부터 돈을 빨리 회수할 유인은 있어도 위험을 무릅쓰고 돈을 빌려줘서 기업을 살릴 유인이 없다. 정부가 강제할 방법도 없다. 반면 국책 금융기관은 이런 국가적 위기 때 행동하도록 만들어졌다.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도록 정부가 빨리 제약 요인들을 풀어줘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출심사 기준을 전격적으로 완화해야 한다. 그리고 돈이 빨리 공급되도록 절차를 대폭 줄여야 한다. 잘못될 경우에 대한 책임도 면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부실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부실은 정부에서 공적자금으로 다 부담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살 수 있는 기업들이 무너진 뒤 뒤치다꺼리하는 비용에 비하면 그 규모는 `새 발의 피`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살 수 있는 기업들이 무너지면 재정에서 실업급여 지출이 대폭 올라가게 된다. 기업이 살아있으면 나갈 필요가 없는 지출이다. 이 돈의 일부를 국책은행의 신속한 자금집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실채권 부담 비용으로 앞당겨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한국은행의 위기대응이 "안일하다"며 미국 연준처럼 한은도 회사채 매입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산업은행이 지원할 수 있는 자금에 절대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나오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기업은 지금 하루하루 피가 마르고 있다. 회사채 매입은 제한적 효과밖에 없다.

당장 현찰이 들어와야 한다. 정부가 독일처럼 국책은행들에 책임을 면제해줄 테니까 `바주카포`를 쏘라고 지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어정쩡하고 뒤늦은 지원은 효과도 없고 돈만 낭비한다. 기업 살리기에 초점을 맞춰 속도전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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