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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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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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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덕 / 논설실장

전쟁이다
생존 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런던의 친구는 나보다 더 우울한 듯했다. 그곳은 유령도시 같다고 했다.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았다. 음식이나 약을 사거나 하루 한 번 운동하러 갈 때만 집 밖에 나갈 수 있는 도시. 이탈리아처럼 군용 트럭으로 관을 실어나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위안이 될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 힘든 시간이다.

가장 혹독한 시험대에 오른 이들은 지구촌의 모든 지도자들이다. 극한의 딜레마가 그들을 짓누를 것이다. 바이러스를 막으려면 사람들 발도 묶어둬야 한다.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당장은 참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 굶어죽게 생겼다`며 뛰쳐나올 것이다. 가게와 공장과 학교를 열면 바이러스도 따라올 것이다. 누군가는 희생될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 억제에 전력투구할 것인가, 충격을 완화하는 데 주력할 것인가. 안전을 위해 일자리를 얼마나 희생시킬 것인가. 고통스러운 결정을 해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생사가 걸린 문제이므로 모든 악다구니와 삿대질을 견뎌야 한다. 바이러스는 체제를 공격한다. 국가가 사회를 강력히 통제하는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는 일단 초동 진압으로 승기를 잡은 듯하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체제를 자랑하던 서방은 야멸차게 문을 닫아걸고 있다. 미국은 글로벌 리더십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와의 전쟁과 미·중 패권 전쟁이라는 두 전선에서 오락가락한다. 위기의 진원지인 중국은 이제 전 세계에 산소호흡기를 공급하고 있다. 미·소련의 우주 경쟁을 방불케 하는 미·중 백신 개발 경쟁에서 과연 누가 웃게 될까.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총력전이다. 포연이 가라앉으면 재편된 글로벌 질서를 보게 될 것이다. 체제와 정권, 기업과 개인의 운명은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 이것은 극한의 생존 게임이다.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무서운 게임이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전쟁에 임하는 자세부터 보자. 경직적인 이념과 진영 논리, 낡은 매뉴얼은 잊어야 한다. 참호 속에서는 이념을 따질 수 없다. 시장 원리가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는 전시에는 그만큼 정부 역할이 중요해진다. 평시에는 재정건전성과 통화가치의 안정성을 강조했더라도 전시에는 재정과 통화정책으로 압도적인 화력을 퍼부어야 한다. 경제와 산업 체제는 더 유연해져야 한다. 미국과 영국 자동차 업체가 산소호흡기 생산에 뛰어들고 우리나라 반도체 업체가 마스크 제조 장비를 만드는 것처럼 민간의 모든 자원을 가장 요긴한 데 쓸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상충되는 전략적 목표 사이에서 우왕좌왕해서는 안 된다. 특히 안전과 일자리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아가야 하며, 어느 시점에 억제에서 완화로 무게중심을 옮겨가야 할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은 끝까지 살려야 하지만 가망 없는 좀비 기업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지원해서는 안 된다.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없을 때는 어느 토끼부터 쫓을지 분명한 원칙을 세워둬야 한다. 물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나라 경제의 생존에 필수적인 것부터 살리는 것이다. 산업 생태계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어떤 기업에 공적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면 기업 회생으로 생길 이득을 국민이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은 정책 당국자의 위기 대응에 어떤 책임 추궁도 없을 것임을 선언해야 한다. 남대문에 불이 났을 때 왜 지붕을 뚫고 물을 뿌렸냐고 질책해서는 안 된다.

총력전은 국민 모두의 에너지를 결집해야 하는 전쟁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자본이다.

모든 지도자는 결단력과 책임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처음부터 갈피를 못 잡은 트럼프와 달리 뉴욕 주지사 앤드루 쿠오모는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내놓으면서 "이번 조치로 누구를 비난하고 싶으면 나를 비난하라"고 했다. 생존 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어쨌든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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