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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해 개인 희생하는 ‘대국소민’이 중국의 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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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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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 베이징 총국장

신종 코로나 발생과 극복 과정에
개인의 무한 희생을 바탕으로 한
국가의 안위 지키는 사고가 작용
문제는 책임 피하려 잘못 인정 안 해

코로나19와 중국 방역의 특징

   
▲ 지난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우한(武漢) 시찰 뉴스가 방영되는 베이징 쇼핑몰의 초대형 전광판 아래로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중국의 선전 기구들은 이날부터 일제히 팬데믹 이 시작된 우한을 방문한 시 주석의 모습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AP=연합뉴스]

세계가 아수라장이 됐다. 마스크는 동나고 슈퍼마켓은 텅 비었으며 주가는 폭락하는 등 대혼란을 빚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박쥐를 잡아먹는 먼 나라 일 정도로 치부하며 손 놓고 있던 결과다.

전대미문의 재앙에 부닥친 세계 각국은 이제서야 두 나라를 주목한다. 먼저 홍역을 치렀고 또 치르고 있는 중국과 한국이다. 두 국가의 신종 코로나 대처 방안에서 자국의 해법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외신은 한국의 경험을 ‘투명성’과 ‘개방성’, 그리고 ‘국민 협력’의 3박자에서 찾는다. 그렇다면 중국 경험의 본질은 뭔가. 국가의 안위를 명분으로 개인의 무한 희생을 요구하는 전체주의적 국가 운영이다.

이는 중국 왕조의 오랜 ‘큰 나라(大國), 작은 국민(小民)’ 전통에서 유래한다. 나라는 한없이 크고 민초는 턱없이 작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이해는 무시된다. 심지어 목숨까지 내놓아야 한다.

이 ‘대국과 소민’ 전통은 중국에서 코로나 사태가 불거지고 또 극복되는 전 과정을 관통한다. 우선 기상천외의 중국 식도락이 불러낸 신종 코로나는 어떻게 세계적인 대재앙으로 발전했나.

관료와 언론 병폐가 코로나 확산 도와

사태 초기 중국의 ‘대국과 소민’ 전통에서 비롯된 두 가지 병폐가 신종 코로나에 날개를 달아줬기 때문이다. 하나는 중국 공산당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관료주의다. 중국에선 “하늘과 싸우고 땅과 싸워도 관료와는 절대 싸우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관(官)의 힘은 세다. 우한(武漢)의 여러 의사가 원인 불명의 폐렴 바이러스 출현을 보고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우한의 지방정부는 1월 중순 개최한 시 차원의 인민대표대회라는 정치 행사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중앙정부는 곧 다가올 춘절(春節, 설) 명절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데 신경을 썼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원로들에게 세배 다니기에 바빴다. 인사 다닐 사람이 많다는 건 그만큼 뒷배가 든든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신종 코로나 출현을 친구들에게 알린 리원량(李文亮) 등 중국 의사 8명이 경찰서로 소환돼 “유언비어 퍼뜨리지 말라”는 훈계를 듣고 각서에 지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던 구조였던 것이다.

다른 하나는 언론 감독의 부재다. 중국 언론도 사회를 감독하긴 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공산당의 집권을 돕는 수준이다. 더 깊게 들어가면 언론사와 언론인 모두 다친다. 신종 코로나가 세를 불릴 때 중국 언론은 아무런 경고음도 발하지 못했다.

시진핑 집권 이후 언론의 성(姓)이 공산당의 당(黨)이 되며 자율성은 더 약해졌다. 사회의 치부를 들춰내고 병폐를 고발하기보다는 세계의 어떤 국가나 개인이 중국의 명성에 흠집을 내는가를 색출하는 작업에 더 공을 들이는 ‘애국주의 장사’에 몰두한다.

신종 코로나는 이처럼 의사에 의해 발각은 됐지만 관료나 언론에 의해 억제되지 않은 채 무섭게 힘을 키웠고 마침내 중국을 강타했다. “중국 건국 이래 속도가 가장 빠르고 전파 범위가 가장 넓으며 대처하기 가장 힘들다”는 평가를 받게 된 배경이다.

퇴진 없는 공산당 잘못 시인 못 해

   
▲ 홍콩의 인터넷 매체 이니티움미디어(端傳媒)가 펴낸 『대국소민(大國小民)』. ’큰 나라가 우뚝 일어났지만 작은 국민은 한명한명 도리어 잊혀지고 버려진 인간이 됐다. 심지어 국가의 적이 됐다“는 카피라이트가 인상적이다. [이니티움 캡처]

중국의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도 개인의 생명보다 국가의 안위를 우선하는 ‘대국과 소민’ 정신은 그대로 나타난다. 시진핑 주석은 “커다란 위기이자 시험”이라는 코로나 사태를 맞아 우한 봉쇄라는 사상 초유의 수단을 사용했다.

봉쇄된 건 인구 1100만의 우한뿐이 아니다. 6000만 인구에 육박하는 후베이(湖北)성 전체가 중국의 나머지 지역으로부터 격리됐다. 우한과 후베이성 사람들의 생명을 담보로 바이러스가 중국 전역으로 전파되는 걸 막는 초강수였다.

폐쇄된 도시에서 몸을 누일 병상을 못 찾고 많은 우한 시민이 쓰러졌다. 신종 코로나로 인한 중국의 전체 사망자 가운데 96% 이상이 후베이성에서 나왔다. 그러한 우한과 후베이성의 막대한 희생을 대가로 중국은 코로나의 전국적인 확산을 막았다.

먼저 틀어막고 이어 지원에 나섰다. 시진핑 주석은 코로나와의 싸움을 ‘인민 전쟁’으로 규정하고 중국을 하나의 바둑판으로 보는 전략을 구사했다. 후베이성 내 각 지역에 대한 지원을 여력이 있는 중국의 나머지 성, 시, 자치구와 연결시켰다.

산둥(山東)성과 후난(湖南)성이 후베이성의 황강(黃岡)을 돕고, 광둥(廣東)성과 하이난(海南)성은 징저우(荊州)를 지원하는 방식 등이다. 이런 식으로 후베이성의 16개 지역이 중국 내 19개 성, 시, 자치구로부터 일대일 맞춤형 도움을 받아 코로나 사태를 극복했다.

그러나 대가는 참혹했다. 3000여 고귀한 생명을 잃었고 14억 국민이 두 달 가까이 사실상의 자택 연금과 같은 생활을 했다. 식당 등 소규모 자영업은 기약 없이 문을 닫았다. 1분기 경제는 제로 성장에 가깝다는 말이 나온다.

중국에서 ‘인권(人權)’ 운운하는 건 사치다. 중국의 코로나 극복 경험은 시민 사회가 부재해 나라가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 중국과 같은 전체주의 성격의 ‘대국과 소민’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이같은 중국의 모습은 앞으로도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관의 힘은 여전히 무소불위이고 사회 문제를 들추는 비판은 용납되지 않는다. 중국의 최근 신규 확진자 발생이 제로라는 발표가 거짓이라는 말이 벌써 나오고 있다.

전체주의 성격의 ‘대국과 소민’이 야기하는 또 다른 문제점은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잘못을 인정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은 어떻게 져야 하나.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공산당은 집권 위치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 자연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비판자에 대한 입막음 시도가 계속 이뤄지는 이유다. 그래도 일부 개선은 이뤄진다. 어떻게? 비판자의 말 중 공산당의 집권에 도움이 되는 건 받아들여 정책에 반영한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용서하지 않는다. 중국 공산당은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환경에 계속 적응한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나아간다(與時俱進)는 공산당 특유의 생존 방식인 셈이다.

[책임 회피 위한 발원지 물타기…방역 모범국 맞나]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가 우한이 아니라고 부인한다. 여기에도 ‘큰 나라 작은 백성’ 사고가 깔렸다. 중국에서 존경받는 의사인 중난산(鍾南山)은 지난달 27일 느닷없이 “신종 코로나가 중국에서 출현은 했어도 발원은 아니다”란 묘한 말을 했다.

이후 중국에선 시진핑 주석까지 나서 “발원지를 아직 알 수 없다”며 중국이라 단정 짓지 말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심지어 “미군이 우한에 바이러스를 가져온 것 아니냐”는 말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입에서까지 나온다.

솔직히 출현한 것이나 발원한 것이나 무슨 큰 차이가 있나 싶다. 신종 코로나가 중국에 시작돼 세계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사실 자체엔 변함이 없는 게 아닌가. 그런데도 중국은 발원지 물타기에 안간힘이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중국의 코로나 극복 경험 요체는 결국 국가의 구성원인 개인에 대한 막대한 희생을 바탕으로 한다. 이를 통해 전체의 안정을 찾는다. 문제는 책임 소재를 흐린다는 것이다. 지방정부의 우두머리 경질이 고작이다. 더 이상의 책임 추궁은 없다.

이런 방역 경험을 과연 민주 국가가 따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베이징 거리를 걷다 보면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보행에 편리하게 길이 나 있는 게 아니고 통제나 관리하기에 좋게 돼 있다는 점이다. 나라는 크고 백성은 작다는 사실을 늘 깨닫게 된다.

   
▲ 유상철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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