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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 가지 전쟁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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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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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득 / 국제부장

백신개발·경제회복·미래준비
코로나19와 전쟁 이제 시작

중세 붕괴시킨 흑사병처럼
빅뱅같이 폭발할 변화 대비를

   
 

힘겹고 어려운 날들이 가고 있다. 거리의 마스크 행렬은 마치 다른 행성에라도 와 있는 듯 기이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해도 암울하기만 하다. 언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600여 년 전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 때도 그랬을까.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두려움에 유럽인들은 `카르페 디엠(carpe diem)`으로 인사했다고 한다. `남겨진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자`는 말로 하루를 버텼다. 지금 이동금지령이 떨어진 이탈리아의 삭막한 골목. 발코니에서 서로를 위로하는 합창이 울려 퍼진다. 기괴하면서도 눈물겨운 풍경 속에 중세시대 `카르페 디엠`이 되살아나고 있다.

1346년 유라시아 대륙을 휩쓴 흑사병과 2020년 코로나19는 소름 끼칠 만큼 유사하다. 중국에서 창궐하던 흑사병은 실크로드를 따라 몽골군에 의해 유럽에 퍼졌다. 이탈리아 제노바에 처음 전파됐고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남부부터 참극이 시작됐다. 유럽 인구 3분의 1을 감소시킨 죽음의 사신. 최소 75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염병이다. 코로나19도 그 전철을 밟고 있는 게 아닐까. 유럽 첫 확진자는 1월 말 중국 우한에서 이탈리아 로마에 관광 온 60대 중국인 부부였다. 3주 뒤 롬바르디아주 작은 마을에 `1번 환자`가 나타났고 지금 유럽 대륙은 환자 24만명에 사망자만 1만4000명을 넘었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와 세 가지 전쟁을 동시에 치르고 있다. 백신 전쟁, 경제 전쟁, 그리고 미래에 관한 전쟁이다. 흑사병은 2~3개 세기에 걸쳐 지속적으로 창궐을 반복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지금의 제약 기술로 봐서 충분히 백신 개발이 가능하다. 문제는 얼마나 빨리 개발되고, 과연 그때까지 경제가 버텨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세계 경제가 엉망진창이 되기까지 불과 한 달 걸렸다. 지난달 중순만 해도 뉴욕 다우지수는 3만 선에 육박했다. 코로나19는 중국으로 한정돼 유럽과 미국은 오판했고 방심했다. 중국 공장이 멈춘 뒤 한 달 만에 유럽과 미국 시장은 셧다운됐다. 세계 30억명 이상이 발이 묶인 것도 사상 초유다. 글로벌 증시에서 시가총액 3경2000조원이 사라졌다. 실업 광풍이 몰려온다는 경고음도 요란하다. 미국 실업률이 30%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린 어떻게든 백신이 개발되기까지 안간힘을 다해 버텨야 한다. 살아남아야 미래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염병은 인류 역사를 바꿔왔다. 다시 말하면 인류는 전염병과의 전쟁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진입했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너무나도 다른 세상일 것이다. 중세 유럽은 흑사병 이후 전혀 다른 세계가 됐다. 기도해도 죽으니 교회 권위가 무너졌고,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죽어 장원 체제도 붕괴됐다. 도시에 진출한 농노는 부르주아가 됐고 인간 본질에 눈을 뜬 르네상스가 태동했다. 산업혁명을 거친 서양은 역사상 처음으로 동양의 부를 앞질렀다. 코로나19 이후 변화도 중세 유럽 충격에 못지않을 것이다. 국제 질서가 새판을 짤 것이고 세계 부의 분배도 재편될 것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스트롱맨`의 운명도 간당간당하다. 한 달 만에 재택근무, 원격진료, 온라인 수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을 보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산업과 생활의 지형을 바꿀 것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겠냐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미 마비된 국제 무역, 특히 실물경제는 복구되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른다.

세계 공급망과 유통망이 재건되는 과정에서 자본주의의 근본적 변화가 시작될 수도 있다. 얼마 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온라인 미사에서 "어려운 날들을 낭비하지 말라"며 세계인을 위로했다. 빅뱅같이 폭발할 변화에 대비하라는 말로 들린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언제 죽을지 몰라 `카르페 디엠`만 외쳤던 중세 유럽인들처럼 너무도 고통스러운 현실이 목을 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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