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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의료 경쟁력, 어떻게 최고가 됐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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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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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임 / 논설위원

   
 

우리가 의료비 부담 없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누리는 줄은 알았다. 그런데 이 정도였나. 코로나19 사태는 한국 의료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새삼 깨닫게 해줬다. 위기에서 진짜 실력이 드러나듯, 바이러스가 각국 의료시스템에 등수를 매기고 있다.

한국 코로나19 방역의 핵심은 신속한 대량 진단을 통한 환자 치료와 접촉자 격리다. 어제까지 누적 검사 수는 무려 39만5194건. 이런 대량 진단은 신종인플루엔자, 메르스를 거치며 유전자 증폭(PCR) 진단산업이 발달한 덕분에 가능했다. 검체 채취-검사-폐기에 이르는 표준화된 기술이 보급됐고 훈련된 인력도 양성됐다. 이런 뛰어난 진단 능력이 없었다면 국경 폐쇄도, 도시 봉쇄도 않는 ‘민주주의 방역’은 실패했을 것이다.

진단 능력이 환자 폭증을 막아냈다면, 우수한 의료 인프라와 의료진이 코로나19 치사율을 1%대에 묶어뒀다. 지금까지 감염병 사태에는 수익을 따지지 않고 즉각 동원이 가능한 공공의료시스템이 효과적일 것으로 봤다. 이번에 한국이 그 상식을 깼다. 한국의 의료 인프라는 전적으로 민간에 의존한다. 전체 병의원 중 95%를 차지하는 민간 병의원은 시설 및 서비스 경쟁을 벌여 왔다. 의사는 실력으로 선택받는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의료진이 국가적인 보건 위기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반면 공공의료의 모범이었던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에선 사망자가 속출했다.

민간 바이오기업, 병의원과 의료진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토양은 역설적으로 건강보험이라는 공공 재원이었다. 만약 건강보험이 코로나19 진단검사비를 부담하지 않는다면 그 비싼 검사를 누가 선뜻 받겠는가. 수요가 창출되지 않으면 이를 개발한 회사는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건강보험은 민간 기업이 ‘안전한 도전’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마찬가지로 병원비가 비싸면 환자들은 아파도 가급적 병원을 가지 않는다. 건강보험이 진료비를 통제하니 환자들이 쉽게 병원을 찾고, 의사는 많은 임상 경험을 축적할 기회를 얻었다. 낮은 수가를 보전하기 위해 ‘3분 진료’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덩달아 한국의 의료 경쟁력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결국 한국의 의료 경쟁력은 민관 협력, 곧 공공성과 효율성이 조화를 이뤄 낳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에 급습당한 대구의 경우 민간 의료가 공공 의료로 순식간에 전환됐다. 민간 병원인데 코로나19 전문병원을 자청한 대구동산병원. 계명대 캠퍼스 내로 이전하면서 마침 비어 있던 원래 병원의 수백 병상을 통째로 내놓았다. 이곳으로 각지에서 의료진이 달려왔다.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은 “관군이 밀리니 의병이 모인 것”이라며 “공공은 공공성이 있고, 민간은 이윤만 추구한다는 이분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민간 바이오기업은 혁신의 씨앗을 심었고, 드라이브스루 검사 같은 의료진의 창발성이 발현됐다. 정부가 그 덕을 봤다. 이 위기가 지나더라도 민간 기업을 옥죄는 좀스러운 규제도 풀어주고, 목숨을 걸고 감염병과 싸운 의료진이 자부심을 갖도록 대우했으면 한다. 그래야 다음 감염병이 창궐해도 국민 건강을 지켜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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