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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에 보낸 시진핑 ‘코로나 전문’…위로로 포장한 속내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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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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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 국제전문기자

시 주석, 피해국 정상들과 소통외교
82개국에 물품·의료진 보내 연대
전파 책임 요구 차단할 목적 의심
‘의료 실크로드’ 영향력 확대 의도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문을 보내 코로나19 피해를 위로했다. 시 주석은 “양국은 서로 돕고 한배를 탄 우호 국가”라며 “감염병에는 국경이 없고 세계 각국은 동고동락하는 운명 공동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 주석의 이달 외교 일정을 살펴보면 전문을 보낸 목적이 안부 인사와 위로만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전염병을 가장 먼저 겪은 것을 계기로 중국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글로벌 주도권 장악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이었다.

시 주석의 중국은 정상외교와 전염병 정보공유, 물자·의료진 지원을 앞세워 발 빠르게 코로나 이후를 노린 세계 질서 개편에 나섰다. 시 주석은 이달 들어 항공 이동이 어려워지자 전문·전화를 통한 ‘비대면’ 정상외교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관영 인터넷 매체인 신화망·중국망·인민망과 외교부 발표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달 들어 이틀에 하루꼴로 정상 외교를 펼치고 있다. 지난 12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통화하고 “중국 인민의 힘든 노력이 세계 각국에 전염병 방제를 위한 소중한 시간을 벌어줬고 중요한 공헌을 했다”고 말한 것이 시작이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중국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지자 ‘중국 공헌론’이란 맞불을 놓으면서 이를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중국 책임론’을 ‘중국 공헌론’으로 막아

   
 ▲ 지난 14일 중국 후난성 장사의 산업단지에 코로나19 확산으로 고통을 겪는 독일에 보낼 구호물자가 쌓여 있다. [신화=연합뉴스]

13일엔 유럽연합(EU) 행정수반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정상회의체인 유럽위원회의 샤를 미셸 상임의장에게 각각 위로 전문을 보내고 지원 의사를 밝혔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대규모로 확산하던 지난달 1일 중국의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의료물자 긴급 구매를 도와달라고 부탁했지만, 상황이 역전된 3월엔 시 주석이 전문만 보낸 점에 눈길이 간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에게 전문을 보낸 14일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이탈리아의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에게도 각각 위로 전문을 보내고 도움을 약속했다. 16일엔 이탈리아의 주세페 콘테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했다. 17일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베이징을 방문한 파키스탄의 아리프 알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으며, 스페인의 펠리페 6세 국왕에게 위로 전문을 보냈다.

   
▲ 지난 18일 벨기에 리에지 공항에서 마스크 등 중국의 구호물자가 하역되고 있다. 이 물자는 프랑스와 벨기에에 지원된다. [신화=연합뉴스]

19일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고 “중국은 감염 사태를 완벽하게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능력·판단력이 있으며 국제 방역 협력을 확대해 전 세계 보건 안전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은 감염 발생 국가에 즉각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국제사회에 모범이 됐다”고 치켜세우고 “이런 행동은 중국에 도발하고 먹칠하려는 나라에 명쾌한 답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세계 각국을 지원함으로써 코로나19 전파 책임을 물으려는 미국 등에 대항했다고 평가한 셈이다.

21일엔 독일·프랑스·스페인·세르비아 정상과 연결했고 22일엔 아프리카 나미비아, 23일엔 영국·프랑스·이집트와 연쇄 접촉했다. 특히 눈길이 가는 것은 23일 시 주석이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올해 들어 세 번째로 통화하면서 글로벌 방역관리와 개발도상국 지원을 함께 하자고 제안한 부분이다. 프랑스와 손잡고 아프리카·중동에서 방역·의료 주도국이 되겠다는 시 주석의 구상을 엿볼 수 있다. 정상외교 과정에서 발언을 살펴보면 목적이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중국이 초기 대응을 제대로 못 해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한 데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소재를 묻는 움직임을 사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 코로나19 피해국에 방역·의료를 지원하고 대책을 조언하면서 친중 국가로 만들겠다는 의도도 엿볼 수 있다. 기존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보건의료 실크로드’를 추가하는 모양새다. 전염병 위기를 외려 기회로 삼아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극대화하겠다는 뜻이다.

비디오 회의로 113개국과 방역 노하우 공유

   
▲ 시진핑 주석 

정상외교와 함께 중국이 활용하는 수단이 방역 정보·경험 공유다. 중국은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을 중심으로 8만1000명 이상이 감염되고 3300명 이상이 숨지는 사투 속에서 습득한 정보·경험을 타국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113개국 이상과 비디오 회의를 통해 감염확산 방지대책 등을 조언하며 코로나19 지원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중남미 25개국과 3시간 동안 비디오 회의를 열어 ‘중국의 방역 지도력’을 과시했다.

다음 수단이 인공호흡기·마스크·방호복 등 의료·방호 물품 제공과 의료진 지원이다. 중국은 지난달 27일 적신월사를 통해 코로나19 검사키트를 이란에 보낸 데 이어 이달 7일에는 이라크에 마스크 등 지원 물자와 질병통제예방센터(CCDC) 소속 의료진 7명을 파견했다. 중국이 보낸 물자와 의료진은 11일 이탈리아 로마에, 21일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 각각 도착했다고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 최신호가 보도했다. 중국은 이미 82개국 이상에 의료·방호 물자 제공하거나 의료진 파견하거나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를 중국의 국가 이미지를 우호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소프트파워 국가로 전환하려는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코로나19를 기회로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고 글로벌 주도국가로 올라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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