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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적절과 시기적절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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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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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구 /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낚시 인구가 등산 인구를 넘었다는 기사를 본 지가 몇 년이 지났는데 나는 여전히 등산 인구에 속한다. "인왕산을 진산으로 삼고 백악과 남산을 청룡과 백호로 삼으시오"라고 천도를 조언한 무학대사 덕분에 나는 주말마다 한 시간 내에 내가 원하는 산에 오를 수 있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등산 중에 유독 땀을 많이 흘리는 나는 여름에 산행 시간이 길거나 험한 산을 오를 때마다 챙겨 가야 할 물의 무게에 유독 신경을 쓰는 편이며, 그 시작은 아주 무덥고 가물었던 십여 년 전 여름에 두타산과 청옥산을 완주하려던 무모한 산행으로 비롯되었다. 두타산 정상에서 하산하지 않고 호기롭게 경력이 많은 산꾼을 따라 청옥산을 향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한낮의 찌는 듯한 더위로 벌컥벌컥 마셔버린 물은 하산 전에 이미 사라졌으며, 한 시간 정도면 내려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하산길은 세 시간 넘게 이어졌다. 타는 듯한 갈증은 지친 내 몸에 피곤함을 더해 끝내는 생각마저 지배해 가끔가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물통에만 내 시선이 꽂혔다. 온통 물 생각뿐이었을 때 어느 산꾼이 건네준 미지근한 한 모금의 물은 하산 뒤 시골 슈퍼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스포츠 음료수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콤했다. 이후 나는 필요한 양의 물보다는 항상 한 병 더 챙겨가는 습관이 생겼다. 지금 우리는 아직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로 경제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터널이었기에 모두가 당혹해하고 그 터널의 어둠과 종착점을 알지 못한다. 당연히 그 터널을 지나는 방법에 대하여 논란이 일기 시작하고 있으며 그중 하나의 논란이 바로 우리 사회의 경제적 약자에 대한 지원이다. 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논리로 지원의 정당성과 그 시기를 주장하고 있다.

그 논란의 주된 핵심은 `시의적절`과 `시기적절`이다. 시기와 상황에 모두 맞춰 지원하자는 주장과 우선 시간이라도 맞추자는 주장이다. 맞는다. 모두 맞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원의 타당성과 효과성, 절차의 효율성과 합리성을 `핀셋 지원`이란 말로 포장하여 세월만 보내려 한다면 나는 다 때려치우고 그냥 지원하라고 하고 싶다.

누가 뭐래도 쇠는 달아 있는 동안에 치여야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문제를 복잡한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관료주의 정부는 문제를 관리할 때, 발생 가능한 상황을 모두 예측하려고 시도한 후 모든 변수를 포함하는 규정을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시기가 시기인 지금 전체의 0.01%에 해당하는 틈을 찾기 위한 완벽한 정책과 그에 따른 규정보다는 1%의 틈을 허용하고 신속하게 실행할 수 있는 단순한 규정의 정책이 더 낫다. 완벽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열흘 굶어 군자 없다는 말처럼 기본권의 극단으로 몰려서 지금 언 발에 오줌이라도 누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정책은 `시의`를 따지기보다는 `시기`에 집중하는 편이 현명한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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