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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은 왜 아베에게 저항하지 않는가문학작품에 숨겨진 국가주의 파헤친 日사상가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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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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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 / 문화전문기자

가라타니 고진은 두말이 필요 없는 일본 대표 사상가다. 그는 `일본근대문학의 기원`을 통해 독립적인 것처럼 보이는 문학작품이 사실은 국가주의의 산물이라는 주장을 펼쳐 주목받았다. 국가와 자본, 그리고 문학의 관계망을 탐구한 그의 개성 넘치는 이론은 세계 문학판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에 나온 가라타니의 강연집 '사상적 지진'은 흥미로운 책이다.

그는 책에서 '일본인은 왜 데모를 하지 않는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현대 일본에는 큰 데모가 없다. 일부 집회가 있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들처럼 큰 규모는 아니다. 전 세계가 반전 데모나 페미니즘 시위를 하고, 세계화 반대 시위를 할 때도 일본은 대체로 조용히 넘어간다. 왜 그럴까. 가라타니는 여기서 일본 현대사회의 병증을 찾아낸다. 가라타니가 굳이 데모(시위 행진)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그것을 소규모 집회나 모임과 구분하기 위해서다. 가라타니는 일단 데모가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하나의 중요한 요인임을 전제한다.

   
 

"아무리 비능률적으로 보일지라도 역시 데모는 효과가 있죠.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대규모 데모가 오늘날 이라크 전쟁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왜 이 같은 데모가 사라졌을까? 가라타니는 "(일본의) 고요함 혹은 정치적 무활동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일본은 전제국가는 아니지만 전제국가와 비슷한 억압이 있다고 말한다. 억압이 가능한 건 일본에서 중간 세력(계급)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서양은 근대화 과정에서 귀족이나 성직자 같은 중간 계급이 존재했고, 그들이 일방적인 전제주의를 막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현대 일본에는 이 같은 중간 계급이 없다. 물론 중간 계급이 없는 상명하복의 종적 구조가 일본 근대화의 동력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일본의 민주주의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아베의 독주도 가능하다.

"일본에서는 중간 세력이 없기 때문에, 즉 사회적 차원의 저항이 없었기 때문에 통일국가의 형성이 빨랐고 산업화 또한 빠르게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에 따른 외상 빚을 다른 형태로 지불하게 됐습니다."

일본은 어떤 식으로 외상값을 지불하고 있을까. 너무나 나약해져 버린 `일본의 개인`이 외상값이다. `허약한 개인`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

"(자주적 집단을 가져보지 못한) 일본인들은 연대하는 일을 꺼리기 때문에 개인으로서 허약합니다. 어떤 일을 당해 불만을 품어도 쉽게 단념하죠. 다른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단단히 결속합니다. 그들은 개인으로서 강한 겁니다."

가라타니는 일본을 "정치적인 패배가 초래한 전제국가의 형태"라고 규정한다.

일본인이 이렇게 말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과격한 발언이다.

효고현에서 태어나 도쿄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그는 문학에 숨겨진 국가주의의 얼굴을 파헤치면서 세계 지성계의 스타가 됐다. 그가 일으킨 파장은 열도를 넘어 한국에까지 미쳤다. 최근 수십 년 동안 나온 한국 국문학 논문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외국인은 다름 아닌 가라타니 고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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