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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전문식당으로 바뀐 뉴욕 최고급 레스토랑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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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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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희 / 뉴욕 특파원

   
 

2일 점심 무렵(현지 시각)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 인근에 위치한 고급 일본식 레스토랑 '스시 야스다' 앞은 한산했다. 정문에 "테이크아웃을 하실 손님은 벨을 눌러 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지 않았다면 영업하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분위기였다. 늘 손님들로 붐비던 가게 안은 썰렁하게 비었고, 기자가 매장 안에 들어섰을 때 포장된 음식물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가던 손님을 제외하곤 내부엔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았다.

미슐랭 원 스타 레스토랑인 스시 야스다는 2000년 뉴욕타임스(NYT)로부터 최고 점수인 별 세 개를 받은 곳이다. 당시 NYT의 음식 평론가인 윌리엄 그라임스는 "절묘하다(sublime)"고 극찬했다. 그런데 이곳이 최근 테이크아웃 체제로 전환했다. 뉴욕 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이 지난 3월 17일부터 뉴욕 레스토랑·카페·술집의 매장 영업을 중단하고, 테이크아웃과 배달만 허용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매장 영업이 금지된 뒤 맨해튼 곳곳에는 아예 잠정 영업 중단 간판을 건 레스토랑도 속출했다. 영업에 치명타를 입을 상황에 직면하자 평소엔 예약하기도 힘든 콧대 높은 몇몇 고급 레스토랑도 한시적으로 테이크아웃 및 배달 전문식당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NYT로부터 별 세 개를 받은 이스트 할렘 지역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오'도 테이크아웃 서비스를 시작한 곳 중 하나다. 식사하려는 고객은 줄을 잇지만 매장 내 테이블 4개와 칸막이 자리 6개밖에 없는 라오는 "든든한 인맥이 없으면 예약을 못 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예약이 어려운 곳이었다. 소셜미디어에 36만명 이상 팔로어를 보유한 푸드 인플루언서(사회와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사람) '인덜전트 이츠(Indulgent Eats)'는 인스타그램에 "지금이야말로 라오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했다.

'뉴욕 3대 스테이크 하우스'라고 불리는 '피터 루거'는 테이크아웃을 원하는 고객들로부터 픽업 한 시간 전에 주문받고 테이크아웃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레스토랑은 신용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악명 높지만, 오너인 대니얼 터텔은 뉴욕 요식업 전문 매체인 이터(Eater)에 "대인 접촉을 줄이기 위해 한시적으로 신용카드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기 이탈리안 레스토랑 '카르보네'는 아예 푸드 딜리버리 앱 '캐비어'〈사진〉를 통해 일부 메뉴를 배달하기 시작했다.

매장 영업이 아니라 테이크아웃이 영업의 중심이 되면서 메뉴 자체를 개편하는 식당도 늘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맨해튼에 여러 개 체인을 둔 차이니스 레스토랑 '마라 프로젝트'는 당면과 매운 소스 등으로 구성된 '격리 메뉴(quarantine menu)'를 출시했다. 몇 주 동안 보관할 수 있어 자가 격리 중에 먹을 수 있는 메뉴라는 뜻이다. 맨해튼 코리아 타운에 위치한 BBQ 레스토랑 삼원 가든의 토니 박 사장은 "배달하기 쉽도록 기존 메뉴 자체를 전면 개편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 효과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지하철과 거리에는 행인도 드물어 노숙자와 마약 중독자들이 더 두드러지게 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악화되면서 뉴욕에선 요양원, 식료품점 등 필수 직군을 제외하곤 100% 재택을 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와 극장도 문을 닫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뉴욕 레스토랑 업계의 모습은 코로나가 초래한 예상치 못한 지구촌 풍경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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