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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체 줄줄이 무너지면 사회의 기초도 붕괴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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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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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목 / 일식집 ‘기리야마’ 대표, 전 외교관

코로나로 민생경제 눈앞이 캄캄
현장 사정 헤아리는 지원책 절실

   
 

2012년 식당을 개업한 이래 여러 차례 부침(浮沈)을 겪었다. 그중에서 위기라고 부를 정도의 충격은 역시 2015년 터진 메르스 때였다. 사회적 접촉을 피해야 하는 전염병 사태는 외식업계에 생사를 가르는 직격탄이다.

올 초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더니 인구 1100만의 대도시 우한이 1월 23일 봉쇄됐다. 하지만 1월 중순까지 한국은 중국의 재난을 강 건너 불구경처럼 여기는 분위기였다. 1월 20일 첫 국내 확진자 발생 소식에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

매장 비치용 손 소독제를 사기 위해 약국을 찾았지만 가는 곳마다 품절이었다. 중국인들이 위생용품을 싹쓸이한다는 말을 들었다. 한 약국에서 마스크를 쓸어 담던 중국인과 마주치기도 했다. 가장 교류가 많은 이웃 나라의 사정이 이렇다면 한국도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확진자 증가세가 완만했던 탓인지 그 후로도 한동안 분위기는 평온했다. 정부는 방역 능력을 자신하며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 열심이었고, “이번에는 큰 피해 없이 넘어가는 것 같다”고 덕담을 건네는 사람도 많았다. 그때 내가 지인에게 한 말이 있다. “국내 사망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는 순간 모든 상황이 일변할 것”이라고. 메르스 사태의 교훈이 그랬다.

2월 20일 국내 첫 사망자가 발표되자 거짓말처럼 매출이 절반 이하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비상경영을 위해 직원들이 단축 근무에 동의해 줬고, 건물주도 임대료를 깎아 힘을 보태줬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 미증유의 위기가 현재진행형이다.

주류 매입비는 평소의 10%로 추락해 사색이 된 영업사원 보기가 안쓰러울 정도다. 외식 유통업계 전반이 출구가 보이지 않는 암흑의 터널에 들어서 있다.

3월 중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되고 유럽·미국 등지에서 다중 이용 업소가 강제 폐쇄됐다. 지인들에게 전해 들은 현지의 사정은 전시(戰時)를 연상시킨다. 한국에서는 그래도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한다. 그것이 결코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님을 알기에 더욱 그렇다.

3월에 귀국한 가족이 있어 능동감시 실태를 경험할 수 있었다. 세심하고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지원은 한국 아니면 할 수 없는 고도의 행정 역량이라고 느꼈다. 휴일에도 쉼 없이 가동되는 선별진료소의 의료진을 보며 방역 현장에서 이들의 직업정신과 헌신으로 사회 안전이 지탱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다만 먹고사는 문제는 갈수록 눈앞이 캄캄해진다. 총리는 “모아놓은 돈으로 버티라”고 했지만 내게는 그런 돈이 없다. 100조원을 퍼붓는다는 정부 지원책은 신기루처럼 실체를 잡기 어렵다. 정부는 “전례 없는”을 강조하지만, 예전 것들의 짜깁기이고 신용과 담보가 없으면 그림의 떡이다.

당장 숨통이 트이도록 세금과 4대 보험 면제 또는 유예라도 해주면 좋을 텐데, 국민의 몇 %에 얼마를 나눠 주느냐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보면 허탈한 심정마저 든다. 선거가 목전인 탓도 있었을 것이다. 현장에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방역과 달리 경제 대책은 머리와 손발이 따로 노는 느낌이다.

사업을 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은 누군가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번 돈으로 공무원 두세 명 연봉에 해당하는 세금도 내고 있다. 자생력을 지닌 사업체를 만드는 것은 산고(産苦)에 비견될 정도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사업체가 모여 이 사회를 떠받치는 기초를 이룬다고 생각한다.

사업체가 줄줄이 무너지면 사회의 기초도 무너진다. 사업체가 살아남고 일자리가 유지되면 어떻게든 재기를 도모할 수 있다. 조금 더 현장의 사정을 헤아리는 실효적 지원이 있다면 다시 한번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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