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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는 언제나 불륜이 인기?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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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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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에는 어떤 문화상품이 인기를 끌까? 요즘 JTBC 불륜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2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날로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반면에 tvN 월화드라마 ‘반의반’, KBS 2TV 수목드라마 ‘어서와’, JTBC 월화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등 다수의 멜로드라마는 시청률이 0~2%에 불과할 정도로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출판시장에서도 큰 위기에는 늘 불륜소설과 기존의 가치를 비트는 소설이 인기였다. 미국 대공황기에는 불륜소설과 카네기 처세술 같은 새로운 처세서가 인기였다. 남북전쟁 시기에 열여섯 살 스칼렛 오하라가 두 남자 사이를 넘나드는 위태로운 사랑을 그린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1930년대 최고의 인기 상품이었다. 일본의 버블 붕괴가 시작될 무렵 와타나베 준이치의 불륜소설 ‘실락원’은 그때까지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가 엄습한 한국에서는 ‘현실’과 ‘몽상’을 상징하는 두 남자 중에서 한 남자를 고르는 25세 여성 안진진이 주인공인 양귀자의 ‘모순’이 유일하게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당시 은희경 장편소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의 주인공인 대학 무용과 여교수는 “모든 사랑은 반칙”이라며 “애인이 셋 정도는 되어”야 사랑에 대한 냉소를 유지할 수 있다고 외쳤다. 전경린 장편소설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은 남편의 외도 때문에 유폐의 나날을 보내던 여주인공 미흔이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의 섹스를 통해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아주 특별한 날을 일컫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에 엄청난 인기를 끈 소설은 신경숙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이다. 이 소설은 불륜소설이 아니다. 엄마가 지하철에서 갑자기 사라지자 가족이 엄마를 찾아 나서며 엄마가 존재 자체가 무시되거나 방치됐던 사실을 깨닫는다. 이렇게 최후의 울타리인 가족 안에서마저 홀로 서야 하는 엄마가 절대 고독에 시달리다가 사라지는 모습은 기존 가치를 비트는 변형된 불륜으로 읽을 수 있다.

위기에서 대중이 이런 소설과 새로운 처세서를 찾는다는 것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살아남아야 훗날을 기약할 수 있다. 최근 출간된 이금이 장편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도 코로나19로 전대미문의 위기에 직면한 대중의 사랑을 받을 법하다.

약 100여 년 전에 18세의 세 여성은 사진만 보고 결혼하기로 약속하고 포와(하와이)로 떠난다. 모두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포와에 도착해 만난 남편들은 주인공 버들의 신랑만이 약속대로 26세 남성이었고 다른 둘은 아버지나 할아버지뻘이었다. 시작부터가 지옥에 빠졌지만 되돌아올 수도 없었던 세 여성은 끊임없이 밀어닥치는 인생의 파도를 넘나든다. 세 여인은 불과 23세 나이에 남편 떠난 여자, 남편 죽은 여자, 남편한테 버림 받은 여자가 됐지만 그들은 여성들만의 연대를 통해 고난을 극복한다. 혼자 서 있는 건 금세 부러질 수도 있지만 함께 짊어지는 장막은 서로에게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누군가에게 보호막이 될 수 있다는 걸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민족은 무수한 재난을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언제든 이겨냈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전 지구적 위기에서도 가장 모범적으로 이겨내고 있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의 세 주인공들처럼 말이다. 감염병의 고통은 앞으로도 계속 밀려들지 모른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으면 “파도처럼 온몸으로 세상과 부딪히며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이 소설 또한 불륜은 아니지만 힘겨운 세상을 이겨낼 처세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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