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경 / 베이징 특파원

▲ 중국 유명 훠궈 체인점 하이디라오가 론칭한 9.9위안(1700원)짜리 자장미엔점. 여럿이 앉는 테이블보다 1인용 좌석이 더 많다. [사진 박은경 베이징 특파원]

깔끔하게 단장된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종업원들이 환한 미소와 인사로 맞이한다. 세련된 일식집 같은 느낌이랄까.

지난달 30일 찾은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의 중국식 패스트푸드점 스바촨은 기대 이상 훌륭했다. 뷔페식으로 진열된 음료와 후식을 고른 후 면이나 덮밥을 선택하면 조리사가 즉석에서 만들어준다. 비슷한 음식을 파는 식당과 다른 점은 자장미엔이 9.9위안(약 1700원)이라는 너무 저렴한 가격이라는 것이다. 베이징의 자장미엔은 보통 20위안 정도다.

스바촨은 중국 유명 훠궈 체인점인 하이디라오가 론칭한 집이다. 하이디라오는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다가 3월말 재개장하면서 일부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가 거센 항의를 받았다. 사과하고 가격 인상도 철회했다. 가격에 한껏 민감해진 소비자들은 가성비 높은 스바촨에 열광하고 있다.

중국 매체들도 스바촨을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소비행태를 보여주는 사례로 앞 다퉈 보도하고 있다. 싼 가격 외에도 과학기술 도입으로 인한 인건비 절감, 대면접촉 없는 1인용 좌석에 주목한다. 이 식당은 카메라가 설치된 계산대에 쟁반을 놓으면 자동으로 음식 값이 나오고, 전자페이 QR코드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직원 3명만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객 단가가 13위안에 불과하지만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이유다. 또 여럿이 앉는 다인 테이블보다 1인용 좌석이 더 많다. 식사시간이 되지 않은 오후 5시에 찾았는데도 7~8명의 손님들이 휴대폰을 보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2~3시간씩 줄서서 사먹는 차 프랜차이즈 시차(喜茶·헤이티)도 코로나19 이후 제품 가격을 2위안씩 올려 논란이 됐다. ‘밀크티 30위안(약 5100원) 시대’가 됐다며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시차는 다른 돌파구를 마련했다. 지난달 3일 선전시 푸톈(福田)구에 자매브랜드 시샤오차(喜小茶)를 열었다. 밀크티, 커피, 과일차 같은 음료를 파는데 가격은 11~16위안으로 시차 가격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면 요리 체인점인 시베이도 ‘국민식당’을 지향하는 저가 중국식 패스트푸드점 ‘궁장장’을 열 예정이다.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패스트푸드점을 중심으로 한 저가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점인 KFC는 지난달 38위안의 가입비를 내면 한 달간 라떼 커피를 1위안에 마실 수 있는 카드를, 맥도날드는 9.9위안의 가입비를 내면 햄버거를 9.9위안에 살 수 있는 카드를 출시했다.

업계는 코로나19 불황에 소비 양극화 현상이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외식산업도 고급 식재료로 만든 건강식과 가성비 높은 간편식으로 쏠릴 전망이다. 왕훙(網紅·인터넷 스타)들이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음식점을 히트치던 시대가 저물고 철저히 가격경쟁력으로 승부가 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닷새간 이어진 중국 노동절 연휴가 5일 끝났다. 지난달 초만 해도 코로나19로 폐가 같은 냉기가 돌던 음식점이 사람의 온기로 채워졌다. 입구에 길게 대기줄이 늘어섰다.

소비는 회복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 지점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출발점이 바뀌었으므로 궤도 또한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