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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을 향한 '우리안의 모순'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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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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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향 /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

건설 붐과 오일머니 통해
에너지 자원부국 긍정인식
난민문제엔 유독 배타적
이슬람 혐오정서 벗어나야

   
 

한국 사람은 중동을 이중적으로 바라본다. 국익에 중요하다면서도 배타적 태도를 지닌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연례조사(2019년 12월 4~24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500명 대상 유선·휴대전화 RDD로 응답자 패널 구축 후 온라인 조사, 95% 신뢰구간에서 ±2.5%포인트의 표집오차)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은 중동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인식했지만 중동 출신 이민자에겐 유독 부정적이었다.

중동 이미지 관련 질문에서 응답자 절반 이상(54.8%)이 중동을 에너지 자원 부국과 연관시켰다.
다음으로 이슬람 문화(21%), ISIS 등 테러(13.9%), 독재·종파갈등 등 정치 혼란(6%), 고대문명 발상지(1.7%), 만수르 등 유명 인사 및 관광지(1.6%)를 떠올렸다. 여성보다 남성, 젊은 층보다 고령층에서 중동 이미지가 더 좋았다. 남성의 긍정 응답이 62.4%로 여성(51.7%)보다 10%포인트가량 높았고 연령대별 긍정 응답은 20대 44.7%, 30대 50%, 40대 56.2%, 50대 62.3%, 60세 이상 65.6%로 고령층에 갈수록 높았다. 남성 경제활동인구가 여성보다 많고 고령층은 1970년대 중동 건설 붐과 오일머니 벌이를 경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성에게 부정 이미지가 우세한 이유는 2018년 제주 난민 사태 이후 무분별하게 퍼진 난민 성범죄 가짜뉴스 및 이슬람 혐오 정서와도 연관 있어 보인다. 또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 ISIS의 세기말적 폭력, 중동의 독재 몰락과 뒤이은 정치 혼란이 비교적 근래에 알려지면서 젊은 층은 부정 이미지를 떠올렸을 것이다. 한편 우리 국익에 중동이 중요한지를 묻는 질문엔 다수(80.3%)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중동에서 중립적이거나 부정 이미지를 떠올린 응답자조차 중동이 국익에 중요하다고 봤다.

그러나 `중동` 하면 에너지 자원 부국을 떠올리고 중동이 국익에 중요하다던 한국인은 중동 출신 이민자에겐 유독 부정적(70.9%)이었다. 중동 다음으로 부정적 인식이 높았던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51.7%)의 경우 긍정·부정적 인식 차이가 오차범위 내였다. 즉 중동 출신 이민자에 대한 한국인의 내재된 편견이 두드러지게 강했다. 중동 이미지에서 테러 및 정치 혼란을 떠올린 비율이 낮았음에도 중동 출신 이민자에 대한 인식은 나빴다. 거리를 두면 중동 이미지가 우호적이지만 이민자로 바라볼 경우 중동에 대한 낙인 효과가 작동한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모순은 여성과 젊은 층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한국인의 대(對)중동 배타성은 시리아 난민 문제에서도 드러났다. 절반 이상(60.5%)이 시리아 난민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한편 미국발 이란 제재 참여에 대해선 절반 넘게(61.4%) 동참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미 대통령 주도의 이란 제재를 향한 부정 인식은 중동 이미지, 중동 출신 이민자, 시리아 난민 문제에 대한 태도와 관계없이 나타났다. 국내외에서 확산되는 반(反)트럼프 정서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국내 정책뿐 아니라 외교에서도 `사람 중심` 의제를 내세워 상대 국민의 마음을 얻겠다고 천명했다. 그런데 한국인의 중동 편향과 이슬람 혐오는 상대 마음을 얻는 외교에 걸림돌이다.

젊은층과 여성의 오해와 달리 국내 난민 신청자는 잠재적 범죄자가 아닌 테러·전쟁·독재정권 폭력의 피해자에 가깝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불필요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난민 심사가 난민협약조약국인 한국의 난민법에 따라 엄정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널리 알려야 한다. 법과 절차에 따른 난민 수용의 공론화는 다문화 사회로 갈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필수적 노력이다. 한국인 다수가 중동의 전략적 중요성에 공감한다고 하니 이는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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