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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日 ‘증오 확대 반대’ 피해자 苦言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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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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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창수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영화 ‘아이 캔 스피크’(2017)의 모델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이 할머니의 상당한 희생과 노력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30여 년간 국내외에서 위안부 관련 사회운동을 해 온 이 할머니의 폭로성 기자회견을 접하게 되니 과거사 해결을 위한 한국 사회의 한계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된다.

한·일 관계는 감정·이익·전략을 둘러싼 복합적 이해관계의 산물이다. 일본이 식민지 시대의 반성과 사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현실에서 경제성장이라는 이익과 국제관계의 전략을 위해서는 양국의 타협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일본이 반성과 사죄를 뒤엎는 행동을 거듭하면서 최근까지도 한·일은 원만한 화해 과정을 가질 수 없었다. 아직도 위안부 문제는 미결 상태다. 최근엔 한·일 양국이 강제징용 문제를 둘러싸고 극단적인 감정 대립으로 치달으면서 역사 화해의 프로세스는 실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일 과거사 갈등은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역사 수정주의적인 인식과 함께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우선, 일본의 여론 변화로 인해 과거사 문제에서 한국이 가지는 도덕적 정당성 우위의 대일(對日) 정책을 일본에서 좀체 받아들이지 않게 된 것이다. 일본은 한국에 약속을 지키라고 도리어 큰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 됐다. 일본 국민이 한국의 과거사 주장에 피로 현상을 보이면서 ‘한국에 끌려다녀선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된 탓이다. 피해자 우선주의를 주장하는 한국 정부로서도 피해자들이 원하는 일본의 반성과 사죄를 받아내기 힘들어졌다. 또, 피해자들의 입장이 각양각색이라 한·일 관계의 해법을 내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과거사 피해자와 이를 옹호하는 변호사로서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탐탁히 여기지만은 않는다. 이제 한·일 양국의 역사 화해는 한층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

또한, 한·일 관계에서 감정이 이익과 전략보다 우선시되는 상황도 과거사 해결을 어렵게 한다. 최근 한·일 양국의 상황은 반일과 반한이 정치적인 지지를 얻는 상황이라 이익이나 전략의 부분이 도외시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한·일 양국의 극단적인 대립은 이제 대화조차 힘들어질 만큼 꼬이고 꼬였다. 최근 코로나 사태에 대한 양국의 대응을 보더라도 국내정치를 우선해 상대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양국의 국민은 피해를 봤건만, 정작 양국은 감정에 치우쳐 한·일 관계의 관리에 대한 고려는 아예 하지도 않는다.

한·일의 갈등 코스트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양국은 과거사는 관리하며, 이익은 확대하고, 전략은 공유해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이 점에서 이 할머니의 ‘수요집회는 증오와 상처만 가르친다. 올바른 역사교육을 받은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이 친하게 지내며 대화해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지적은 우리가 되새겨봐야 한다. 이 할머니는, 우리의 정당성을 일본에 강조할수록 한·일 간 갈등이 확대되는 아픈 현실을 ‘증오의 반복’이라고 본 것이다. 이 할머니의 고언(苦言)을 발전적이고 현실적인 해법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지금이라도 진정한 한·일 양국의 역사 화해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대립을 통해 상대방을 강요하기보다는 대화를 통한 자발적인 화해의 프로세스가 결실을 이룰 때 이 할머니의 한(恨)도 풀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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