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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열등감 예방할 코로나 바이러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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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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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몬 파체코 파르도 / 킹스 칼리지 런던 국제관계학과 부교수·브뤼셀 자유대 KF-VUB 한국학 석좌교수]

   
 

최근 한국 언론에서는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해 거대한 쓰레기봉투를 덮어쓴 유럽 간호사들의 사진이 넘쳐났다. 이에 대한 주된 반응은 한국과 비교해 훨씬 열악한 조건에서 일해야 하는 유럽 의료진의 업무 환경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나는 한국인들처럼 딱히 놀라지 않았다. 지난 20년간 한국을 방문하고, 연구하고, 가르치며, 그간 서울에서 두 번이나 거주했다. 그 기간에 한국을 오가면서 생긴 수수께끼 중 하나는 서구를 이상화하고 자국을 무시하는 한국인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한국의 의료 시스템을 예로 들어보자. 여러 한국 의료기관이 꾸준히 세계 최고 수준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의 의료진은 세계적 수준이며, 병원은 깨끗하고 현대적이고, 환자 부담 비용이 일반적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그러나 많은 한국인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면서야 비로소 한국의 헬스케어 시스템이 서유럽과 미국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음을 자각하게 된 듯하다.

이는 한국인들이 자국의 강점을 과소평가하는 태도와 관련이 있다. 2003년 유학생으로 서울의 한 의료원을 방문했을 때 치료를 도와준 간호사, 의사, 약사는 모두 전문적이고 친절했으며, 내 건강 상태를 이해하기 위해 시간을 들여 진찰했다. 그곳의 의료원과 약국은 유럽의 어느 곳 못지않게 좋았다.

그 후 며칠 동안 친구들과 교수님, 대학의 교직원분들은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의료원과 약국을 방문한 것은 어떻게 됐는지 물어봐주었다. 다만, 그들이 궁금한 것 중 하나가 한국 의료 수준에 대한 외부(인의) 검증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렸다.

이는 얼마나 많은 한국인이 자국을 다른 서유럽,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와 비교하는지 보여주는 한 사례에 불과하다. 지난 몇 년 동안, 수많은 한국인이 자국의 가요(예컨대 “모든 케이팝 음악은 똑같다”는 이야기), 5G(“서비스 질이 나쁘다”는 이야기), 더 나아가 총체적인 한국에서의 삶까지(“헬조선”) 거의 전반적 영역에 대해 자국을 경시하는 것을 수없이 들었다.

물론 한국의 모든 것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불평등, 공교육의 경쟁구조 또는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 등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타당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서구 국가들은 한국의 좋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요점은 한국인들이 단순히 여타 국가가 주어진 문제를 더 잘 해결할 것이라 단언하지 않고, 다른 국가들이 시행하는 것을 맹목적으로 모방하려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다른 국가들이 우수하고 한국은 못하다’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이보다 한국이 시행하고 있는 것들과 다른 국가의 정책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고, 나라에 맞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 오히려 생산적 접근일 것이다.

다시 코로나19로 돌아가 보자. 최근 코로나19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한국인은 현재 정부의 대응에 만족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외국에서 한국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잘 대응한 것에 대해 극찬하는 것을 기뻐한다. 이는 최근 치른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초기에 정부가 코로나19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국내에서는 논쟁이 컸다. 일부는 미국이 중국발 모든 비행편을 신속하게 금지한 반면, 한국 정부는 미국과 같이 중국을 오가는 비행편을 금지하지 않은 것을 비판했다. 이런 주장이 타당할 수 있으나, 한국 정부가 단순히 미국 주도에 따라야 했다는 것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한국 정부는 한국에 가장 적절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코로나19의 제1의 물결이 물러가고 세계가 제2의 물결, 어쩌면 더 심각한 파도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인들은 여러 유럽 국가가 영감과 교훈을 얻기 위해 자국을 바라보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 이는 열등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코로나19를 대처하는 데 앞장섰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 사례는 한국이 반드시 ‘외부 검증’이 필요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은 자국의 강점에서 위안을 얻고 이를 더 키워갈 필요가 있다. 의료 분야, 그리고 그 밖의 어떤 분야에 대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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