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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리더십 공백과 한국의 역할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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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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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각수 / 객원논설위원·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외교부 차관

서방·中 코로나 책임 공방에
세계경제 관리 어렵게 돼
일본·호주·캐나다와 협력해
G20·WTO 정상화 추진해야

   
 

지난 연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세계화·도시화의 허점을 파고들어 반년 만에 팬데믹이 되어 지구촌을 강습하고 있다. 그 사회경제적 피해는 2차 세계대전 또는 대공황 이래 가장 극심하며, 기동성·은밀성·무차별성·불확실성을 특징으로 한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변화의 폭·속도·영구화는 코로나19 수습 기간·피해 정도·대응 양식에 따라 정해질 것이다. 방역상 차단·비대면·비접촉이 중시되면서 가상세계 의존이 증대되고, 현실에서는 장벽이 높아지면서 파편화된 세계를 보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부동성(immobility)은 세계화를 견인해온 사람·물자·자본·기술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약하면서 수요·공급·금융 경색이 겹치는 복합 경제위기를 가져왔다. IMF는 연초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3%포인트나 떨어진 -3.0%로 조정하였다. WTO도 세계 무역이 비관적 시나리오상 32%, 낙관적 시나리오상 13% 감소하면서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넘어설 것으로 보았다. 대외 의존도가 높고 세계화의 혜택을 입어온 한국 경제도 내수가 침체된 가운데 4월 수출이 24% 줄고 99개월 만에 무역적자를 기록하였다. 한국형 3T(검사-추적-치료) 방역으로 코로나19 확산을 일단 진정시켰고 제조업 기반 경제라 상대적으로 피해가 작아 OECD 회원국 중 성장률 하락이 가장 낮아 선방 중이다.

그러나 다양한 외부 악재는 향후 우리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북미와 유럽 시장은 코로나19가 진행 중이어서 수요 회복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중국은 강제 봉쇄를 통해 확산을 막았지만 생산·소비는 아직 정상화하지 않고 있다. 신흥 국가들도 세계 금융위기 대비 4배에 달하는 1000억달러 자금 유출,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외채 부담 증가,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한 재정 악화로 수요가 줄어들 것이다. 유가·원자재 가격 하락도 산유국·자원 보유국의 수요를 잠식할 것이다. 또한 서방과 중국 간 책임론 공방은 세계경제 관리에 절실한 국제 협조를 어렵게 하고 무역 마찰로 번질 우려가 크다. 특히 미국이 대중 제재로 검토 중인 관세 보복이 실행되면 작년 어렵게 봉합한 미·중 무역분쟁이 재점화할 것이다. 동시에 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정상 조업이 어렵고 국내 기업의 세계 공급망 혼란에 따른 타격도 예상된다. 가을이나 겨울에 2·3차 확산이 발생할 위험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피해를 줄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대외 경제정책이 필요하다. 외국시장 관련 포퓰리즘에 편승한 보호주의 유혹, 미·중 디커플링 심화, 세계 공급망 재조정, 세계 공급망의 국가·지역 회귀, 디지털·바이오산업 수요 증가 등에 대한 대책이 요청된다. 미·중 양국의 리더십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G20를 활성화하고, 상소 기구 기능 부전으로 위기에 빠진 WTO를 정상화하는 일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우리와 처지가 유사한 유럽·일본·호주·캐나다·멕시코 등과 함께 자유무역체제 유지를 위한 협조를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지역 단위 공급망 구축이 가속화할 전망에 대비하여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검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조기 발효, 동남아 국가·인도 등과 체결한 기존 FTA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꾀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세계 공급망 재조정 과정에서 한국이 매력 있는 주요 투자처가 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정비하는 일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또한 20대 무역·투자 상대국을 대상으로 양측 경제인들의 원활한 출입국 절차에 관한 양자·다자 차원의 협정 체결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신속한 검사 기술, 격리시설 지정 등을 적절히 활용하면 방역 친화적이면서 출입국 편의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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