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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투 뉴욕 한인사회… 무료 항체 검사에 현금 지원까지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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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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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 / 뉴욕 특파원

한인사회, 생계 및 감염 위험 커져
한인 의사들, 무료 항체 검사 지원
마스크-쌀 등 십시일반 온정 밀물… 불법 체류 한인 위해 현금도 지원

   
▲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주 펠리세이드파크시에서 한인 대상 ‘드라이브 스루‘ 무료 항체 검사장에서 방호복을 입은 자원봉사 한인 의사들이 항체 검사를 하고 있다. 뉴욕한인의사협회 제공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시에서 한식당을 개업한 한인 동포 김영순(가명·51·여) 씨. 식당 문을 열자마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3월 22일부터 뉴욕주 전역에 봉쇄 명령이 내려진 후 매출이 개업 초보다 90%나 급감했다.

   
▲ 박용 뉴욕 특파원

김 씨는 현재 한 달 1만4000달러의 가게 임차료, 1700달러의 아파트 월세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직원 2명도 내보냈다. 남편이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본인이 주문을 받아 배달음식만 판매한다. 하루에 100달러를 채 벌지 못하는 날이 태반이다. 그는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손님들이 예전처럼 식당에 찾아올지 모르겠다. 나처럼 간신히 버티는 동포들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더 큰 문제는 뉴욕 일대에 미 연방정부의 코로나19 지원을 받을 자격이 없는 한인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처럼 벼랑 끝에 몰린 동포들을 위해 약 20만 명의 뉴욕 한인사회 전체가 나섰다. 어려울 때 서로 돕는 ‘환난상휼(患難相恤)’ 정신으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동포들을 돕겠다며 마스크와 쌀 등 생필품 보급, 코로나19 무료 항체 검사 실시, 현금 지원 등을 아끼지 않고 있다.

○ 코로나19 공포에 떨고 경제난에 울고

뉴욕한인회는 3월 31일 코로나19 사태로 생계가 막막한 한인 동포들에게 쌀을 보내주겠다는 안내문을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뉴욕총영사관 직원들이 보내준 쌀 173포대 중 일부를 동포들에게 우편으로 직접 보내주기로 한 것이다.

공고문이 걸리자마자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 준비한 쌀도 단 하루 만에 동이 났다. 신영주 뉴욕한인회 본부장은 “어려운 한인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아직까지 쌀을 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온다”고 말했다.

뉴욕 일대에서 코로나19 환자가 하루 수천 명씩 쏟아져 나오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속출하자 뉴욕한인회 등에 도움을 요청하는 동포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밀려들었다. 한 여성 동포는 “홀로 음식점에서 일을 하며 살아가는데 코로나19 봉쇄령으로 일자리를 잃고 무릎까지 다쳐 움직일 수도 없다”며 호소했다.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거주하던 한 60대 한인 남성은 뉴욕의 한 병원에서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독감인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증상이 심각해지자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미 늦었다. 뉴욕시의 병상이 부족해 헬리콥터로 주도(州都) 올버니 병원까지 이송됐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안타까운 죽음이 알려졌지만 그의 시신을 인수할 가족과 친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신 본부장은 “가족 없이 홀로 사망하면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될 수밖에 없다. 연락이 끊긴 친척이나 친구를 찾아달라는 전화가 한국에서도 걸려온다”며 안타까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불거진 아시아계에 대한 반감 및 혐오 범죄도 한인들을 힘들게 한다. 뉴욕시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2월부터 지난달 16일까지 248건의 코로나19 관련 혐오 범죄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동양인 대상 차별 신고가 10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건)의 21배에 달했다. 일부 한인은 봉쇄령으로 인적이 끊긴 도심에서 강력 범죄자의 목표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 최근 맨해튼 도심에 있는 뉴욕한인회관에도 2번이나 도둑이 들어 경찰이 출동했다.

○ 항체 검사 한인 20%가 항체 검출

   
 

뉴욕 한인 의사들은 영어가 서툴거나 의료보험 및 주치의가 없는 한인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뉴욕한인의사협회, 재미한인의사협회 뉴욕지부 등에 속한 500여 명의 한인 의사와 의대생들은 3월 말 ‘코로나19 대응 연합’을 결성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도 돈과 언어 장벽으로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는 동포들에게 한국어 상담 및 진료 안내를 해주는 핫라인 전화부터 개설했다. ‘의료보험이 없어 치료비가 막막하다’는 동포들의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 이현지 뉴욕한인의사협회 회장은 “많을 때는 뉴욕뿐 아니라 미 전역에서 하루 150통의 전화가 걸려왔다”고 말했다.

한인 의사들은 지난달 25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진단이나 항체 검사를 받기 어려운 한인들을 돕기 위해 한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항체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항체 검사는 혈액 속의 항체를 검사하는 일종의 ‘혈청검사’다. 진단이 빠르고 무증상 감염자도 찾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들은 한인 유통업체 ‘H마트’의 기부금 3000달러 등 총 2만 달러의 성금을 모아 1000명분의 신속 검사 장비를 마련했다. 지난달 25일 동포들이 많이 사는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에서 300여 명을 검사했고, 이달 2일과 9일에는 뉴욕 퀸스 지역에서 약 700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했다.

2일과 9일 각각 400명과 278명에게 항체 검사를 실시한 결과, 각각 22%, 24%에게서 항체가 발견됐다. 항체 검사를 받은 한인 가운데 최소 5명 중 1명이 코로나19에 걸렸거나 걸린 적이 있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뉴욕시 평균(21%)과 비슷한 수치”라고 했다.

○ 불법 체류자 현금 지원까지

   
 

한인사회는 합법적 체류 신분이 없는 한인들을 위한 현금 지원을 시도하고 있다. 현지 시민단체들은 뉴욕 일대에만 약 5만 명의 한국계 불법 체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음식점, 손톱손질 가게, 세탁소 등에서 일하지만 연방정부가 주는 1인당 1200달러의 현금 및 주당 600달러 추가 실업급여 지원, 중소기업 급여보호대출(PPP)을 받을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경제적으로 타격이 가장 큰 계층으로 꼽힌다.

한인 시민단체 ‘21희망재단’의 변종덕 이사장은 10만 달러를 기부했다. 신분이 불안정한 이들에게 1인당 500달러의 현금을 주기 위해서다. 또 다른 시민단체 ‘민권센터’도 기금을 모아 1인당 400달러, 부부 800달러, 자녀 1인당 200달러 등 약 1000가구에 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김갑송 민권센터 국장은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류 미비’ 동포들에게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한인사회의 ‘현금 지급 실험’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한인사회의 결속력을 탄탄하게 만들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취지 자체에는 모두 공감한다. 다만 기금을 모으는 과정, 지원이 꼭 필요한 서류 미비자를 선별하는 일이 어려워 중복 지급 및 부정 수급 논란이 불거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 국장은 “현금 지원 대상의 기준을 ‘미성년 입국자 추방 유예(DACA·다카) 제도’, 서류 미비자 중 운전면허 취득 지원 대상자 등으로 만들어 선정하려 한다. 약 150명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 코로나19로 다시 뭉친 한인사회

코로나19 사태가 한인사회를 다시 뭉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뉴욕한인봉사센터(KCS), 플러싱 상공회의소 등은 움직이기 힘든 노약자 등에게 식료품을 무료로 나눠주는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인 시민단체인 민권센터와 시민참여센터는 뉴욕주 실업수당, 연방정부의 1인당 1200달러 현금 지원 방안 등을 우리말로 소개하는 자료와 동영상을 제작하고 상담 직통 전화도 개설했다. 에스더하재단은 코로나19 봉쇄령으로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신건강 상담을 해준다.

마스크와 방호복 기부도 이어졌다. 한인 2세들이 설립한 자선재단 ‘내일재단’은 50만 달러 상당의 한국산 의료용 방호복 2000벌을 한인 밀집 지역인 퀸스의 엘름허스트 병원에 기증했다. 솔로몬보험그룹, 뉴저지주 솔블랑 디자인, 주얼리 회사 시에테 등도 마스크를 기부했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힘을 보태고 있다. 신한금융, 코로나19 진단장비 생산회사 씨젠 등은 한인의사협회연합에 5000명분의 검사 장비를 후원했다. CJ제일제당, 하이트진로아메리카 등은 만두와 의료용 마스크 등을 기부했다. 뉴욕문화원은 웹사이트에서 ‘내부자들’ ‘말모이’ ‘사도’ 등 한국 영화 10편을 무료로 보여주는 ‘온라인 한국영화 상영회’를 6월 말까지 진행한다. 자택 격리에 지친 한인 동포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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