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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숫자에 담긴 美 혁신의 역사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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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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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주 / 아주대 총장

골드러시 시작된 1849년
사람 몰려들자 철도·은행 번창
개척자 DNA가 혁신의 뿌리

강의실 밖 안가본 길 갈 때
세상 변화시킬 아이디어 나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프로 풋볼팀 이름은 포티나이너스(49ers)다. 우리말로 표현한다면 `49년돌이`쯤 될까. 샌프란시스코만(bay) 지역은 1960년대 장미 축제와 반전 운동의 발원지이고 히피 문화를 탄생시킨 곳이다. 실리콘밸리가 출현한 뒤로는 혁신의 심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지역이 49라는 숫자와 무슨 인연이 있을까?

이 이름의 뜻은 1849년이라는 해가 미국인들에게 갖는 특별한 의미와 연관되어 있다.
미 서부의 강가에서 모래와 섞인 금이 발견된 게 1848년이다. 다음 해인 1849년이 돼서는 노다지를 찾아 서부로 가는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골드러시가 서부 개척의 시대를 연 것이다. 미 동부에서뿐만 아니라 유럽과 중국 등에서도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이들을 포티나이너스라고 불렀다. 오늘날엔 `개척자들`이라는 의미로 쓰이는데, 풋볼팀의 이름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서부 개척 과정에서 오늘날 가치로 수조 원이 넘는 금이 채굴됐지만 정작 큰돈을 번 사람들은 금 채굴자들이 아니었다. 포티나이너스를 위해 은행과 옷집, 주점을 연 사람들이 부자가 됐다. 개척 시대를 다룬 서부 영화는 영화산업의 한 장르로 오늘날까지 그 여파가 남아 있지 않은가.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언택트 사회에서 유망한 분야에 투자가 몰리는 현상을 또 다른 골드러시로 보는 견해도 있다.

`서부로 서부로(Go West)`를 외치며 먼 길을 이동하는 사람들이 몰리자 미 대륙을 연결하는 철도가 건설됐다. 이 과정에서 스탠퍼드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변호사였던 그는 화재로 모든 것을 잃고서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는데, 금 채굴자들을 대상으로 잡화상을 운영하며 재기했다. 화재로 인해 폭삭 망하지 않았다면 평생 변호사의 삶을 살다가 죽었을지도 모르니 새옹지마의 예일 수 있겠다. 스탠퍼드는 나중에 철도회사를 운영하며 큰 부자가 됐는데, 철도 건설 과정에서 부족한 노동력을 중국인 노동자들을 이주시켜서 해결했다. 극악한 생활 환경에서 지내야 했던 중국인 이민자들은 함께 모여 살면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을 탄생시켰다.

골드러시에서 드러난 `안 가본 길을 가는 개척자`의 문화는 이 지역의 DNA가 됐다. 1960년대 이 지역에서 시작된 히피 운동은 모두가 현대 문명의 밝은 면만을 얘기할 때 베트남전과 무소유의 삶을 꺼내 들었다. 지금도 매년 특정한 날에 전국의 히피들이 이 지역에 모여서 문명의 명암을 얘기하고, 그런 모임 옆에서는 실리콘밸리를 모태로 IT 시대를 이끄는 혁신이 일어난다. 나타나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만 상이한 방식의 개척자 면모를 각자의 방식으로 가진 포티나이너스인지도 모르겠다.

올해 초에 실리콘밸리를 방문했다가 구글 등의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 젊은이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세상을 바꾸는 혁신의 현장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이 느껴졌지만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반면에 해결해야 하는 업무량이 끝이 없다고. 누군가가 시킨 것을 단순 이행하는 업무란 건 상상하기 힘들다. 자신의 생각이 들어가고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는 필수다. 전 세계에서 입사 희망자가 넘치는데 세계적인 기업에 성공적으로 취업한 비결이 있느냐고 물었다. 대학 시절 여름방학 인턴을 관련 기업에서 했다고 했다.

이런 인턴 경험 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실리콘밸리에서의 취업은 이젠 어려운 것 같다고.

아직 우리나라에선 대학생들의 기업 인턴 경험이 일부에 그친다. 특별한 역할 없이 짐 나르고 복사나 하다가 끝났다는 경우도 있다. 작은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해서 문제 해결의 경험을 가지면 강의실에서보다 더 많은 걸 배울 수도 있다. 이젠 기업 인턴이 대학 교육이라는 퍼즐의 한 조각이 되는 시대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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