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0.6.1 월 21:46
재외선거, 의료보험
> 오피니언 > 본국지논단
‘위안부 운동’의 시계는 돌아가야 한다
경향신문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0.05.21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조호연 / 논설고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 제기에 따라 회계부실로 시작한 의혹이 안성 쉼터 고가 매입 및 헐값 매각, 아파트 매입 자금 논란 등 개인 비리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윤 당선인의 앞뒤 안 맞는 해명과 입장 번복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윤 당선인의 ‘위안부 운동’ 30년 헌신을 고려하면 이런 사태 자체가 안타깝다. 그렇다고 도덕적, 법적 잣대를 피할 수는 없다. 세계 여성인권 운동으로 확장된 위안부 운동의 위상과 대의에 걸맞게 엄정해야 한다. 특히 회계 투명성과 비리 의혹에는 진영이 없어야 한다. 현실 정치에 연동된 무차별 흠집내기도 문제지만 온정주의도 타당하지 않다. 철저히 검증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

이와 별개로 이용수 할머니의 진의가 묻히는 것은 우려스럽다. 할머니가 요구한 것은 기왕의 위안부 운동에 대한 성찰과 연대였다. 그러나 현실은 분열과 비난으로 치닫고 있다. 위안부 운동의 발전 방향에 대한 논의는 실종되고 비리 공방만 난무하는 이유다. 이런 틈을 타 이른바 ‘전직 고위외교당국자’들이 익명의 그늘에 숨어 ‘사전 인지설’과 ‘회유설’을 제기하고 있다. 박근혜 외교부 인사들로 추정되는 이들의 주장은 내용이 고약하고 악의적이다.

사전 인지설은 윤 당선인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합의 내용을 사전에 외교부로부터 전해들었으면서도 할머니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당시 외교부가 ‘사전 설명’한 것은 전체 합의에서 ‘소녀상 철거 노력’ ‘최종적·불가역한 해결’ 등 굴욕적인 3개항이 빠진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피해 할머니들과 협의가 불가능한 저녁 시간에, 그것도 시민사회가 반발할 게 분명한 핵심 조항을 숨긴 채 전하고는 마치 전체 내용을 알려준 것인 양 꾸민 것이다. 정부의 피해자 의견수렴을 중간에서 막았다고 덮어씌우는 이간책이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이를 1907년 들불처럼 타오르던 국채보상운동에 대한 일제 탄압 방식에 연결했다. 의연금 수납처인 신문사 간부들을 의연금 유용혐의를 뒤집어씌워 체포함으로써 열기를 꺾은 수법을 빼닮았다는 것이다. 메신저를 공격해 메시지를 훼손하는 수법이다.

일본이 제공한 10억엔을 할머니들이 받지 말도록 회유했다는 주장도 맞지 않다. 정의연이 할머니들에게 수령 여부를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오히려 피해 할머니들을 회유한 것은 박근혜 정부였다. 거출금 수령을 거부하는 할머니들을 비밀리에 찾아가 “일본 정부가 사죄하고 그 책임으로 10억엔을 지원했다”며 돈을 받으라고 권유한 김태현 화해·치유재단 이사장이 증인이다. 김 이사장은 할머니들의 고령을 거론하며 “살아계실 때 돈을 받고 사과받았다고 생각하시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굴욕적 합의를 해놓고 국민적 반발이 일자 명분 확보를 위해 할머니들을 공략한 것이다.

한·일 위안부 합의는 시민사회는 물론 정작 박근혜 외교부조차 존중하지 않았다. 이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더 이상의 사과는 없다”고 선언, ‘조치의 착실한 이행’이란 합의 조건을 심각하게 위반했는데도 문제 삼지 않은 데서 확인된다. 합의를 무겁게 여겼다면 발언 철회를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합의 무효를 선언했어야 했다. 아베 총리는 이후에도 사과한 게 아니라 ‘사과 표명’만 한 것으로 의심되는 행태를 이어갔다. 일본이 자행한 모욕과 무례는 놔둔 채 위안부 운동가들에게만 쌍심지를 켜는 외교부 당국자들을 어떻게 봐야 할지 난감하다. 성찰은 위안부 활동가들의 몫만은 아니다. 한·일 위안부 합의의 가장 큰 폐해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으면서 아예 해결할 길을 막아버린 데 있다. 형식논리이지만 ‘합의 했다’는 기록은 새로운 합의를 시작할 수조차 없게 만든다. 양국 간 갈등의 더께는 전보다 훨씬 두꺼워졌다. 이런 절벽 같은 현실을 극복할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전직 외교당국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이제 18명밖에 남지 않았다. 그들이 생존해 있는 동안 문제를 푸는 게 중요하다. 이번 사태에 대한 진실규명과는 별개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새로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용수 할머니의 외침도 그것이다. 길은 첩첩산중인데 시간은 많지 않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회사소개광고문의기사제보구독신청찾아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 110-888 서울시 종로구 종로 19 B동 1118호 (종로1가, 르메이에르종로타운) | Tel 02)2075-7141~3 | Fax 02)2075-7144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 01003 | 등록일자 : 2009. 10. 24 | 발행인 : 이구홍(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개인정보취급담당자 : 최유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유정
Copyright 2008 세계한인신문. All Rights Reserved.mail to oktim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