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격한 어조로 남한 당국에 탈북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막으라고 요구해 이 문제를 둘러싼 향후 상황 전개가 주목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이자 대변인 격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노동신문에 보도된 담화에서 북한을 겨냥한 전단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다. 김 제1부부장은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은 개성공단 완전 철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남북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그러면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 등 모든 적대 행위를 금지키로 한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지난해 남북군사합의 조항도 언급했다. 대북 전단을 대하는 북한의 극도로 민감한 반응은 처음이 아니지만, 정부가 남북 관계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의지를 다지는 시기에 표출된 비난이어서 예사롭지 않다.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까지 마련하며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는 국면에서 북한은 호응은 고사하고 새롭게 압박하는 모양새다. 북미 비핵화 협상 경색과 남북 관계 정체 국면에서 또 하나의 부정적 변수가 아닐 수 없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달 말 김포에서 이뤄진 탈북단체에 의한 대북 전단 살포를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탈북민을 겨냥해 '쓰레기', '똥개' 등으로 비난하며 극한 혐오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담화는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실린 이전과 달리 전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에도 게재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전단살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인 셈이다. 전달 살포 중지는 판문점 선언에 담긴 남북 정상 간 합의라는 점에서 각별한 무게감을 지니지만, 그것이 '표현의 자유' 권리와 연결돼 있어 함부로 막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2014년 10월엔 북한군이 대북 전단 풍선에 고사총을 발사해 긴장이 고조된 적이 있어 표현의 자유와 주민 안전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북쪽을 향한 전단 살포를 통제하는 법안이 발의된 적도 있지만 통과되진 못했다. 국민 생명이 명백히 위험한 상황에서는 전단 살포를 제지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례는 있지만, 관련법 등 명확한 준거가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이미 준비해 왔다고 발표한 대로 살포 중단을 가능케 하는 입법이 시급함은 물론이고 이 문제를 보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대북 전단 살포 논란은 표현의 자유와 실정법 문제를 넘어서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체제 구축으로 가는 노력과 연관 지어 볼 필요가 있다. 북한 주민에게 내부 실상을 알리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것이 탈북민 단체의 의도겠지만, 문제는 이런 행위가 결과적으론 남북 관계 개선 노력에 장애 요인이 된다는 데 있다. 그러잖아도 북미 협상 교착의 여파로 남북 관계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답답한 국면이다. 간극을 좁히며 대화의 물꼬를 트려면 상대를 자극할만한 언행을 삼가야 할 때다. 더욱이 적지 않은 전단이 북쪽으로 제대로 날아가지 못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게 현실이다. 최근 북쪽으로 날린 풍선 중 일부가 경기도 양주시에서 발견됐고, 2017년 6월에도 대북 전단용 풍선들이 경기 북부 지역에서 잇따라 발견된 적이 있다. 전단 살포 행위가 보수단체와 현지 주민 간 물리적 충돌을 촉발한 적도 있다. 남남갈등을 유발할 잠재적 요소이니 이를 더욱 경계해야 할 일이다. 북한은 지난달 3일 중부전선 한국군 감시초소(GP)에 총격을 가해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했으나 여태껏 관련 반응이 없다. 책임 있는 설명과 재발 방지책으로 남한의 긴장 방지 노력에 호응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