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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태, 한국인인가 민족인가?
김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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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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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오 /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전 국립호주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쌍소리와 선동적인 요소가 없으면 관심을 못 끄는 요즘, 행태와 같은 무덤덤한 말로 시작하는 글이 잘 읽힐 리 없겠다. 한국인 대부분이 경제 성장과 함께 잘 못 익숙해진 물질과 안락 중심의 안일한 태도 탓이다. 왜 그게 안일한 건가요? 고국이 잘 살게 되었다지만 저렇게 시끄럽고 망신스러운 사건들(물론 좋은 일도 없지 않지만)로 국가 이미지가 먹칠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고, 당연히 그 해법 또한 거기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위에서 한국인이라고 말했을 때 나는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북한과 전세계에 퍼져 나간 모든 김씨, 이씨. 박씨와 다른 한인 성씨로 불리는 한민족이란 넓은 뜻으로 쓴다. 민족이라고 하면 민족주의를 떠오르기 쉽다. 전형적인 다문화주의 국가에 사는 나는 민족주의자가 아니다. 다만 한국, 북한, 해외에 사는 한인들의 행태는 한민족이라는 큰 테두리를 떠나서는 제대로 분석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행태(Behavior)란 무엇인가? 굳이 설명한다면 가치관과 그게 밖으로 나타나는 행동양식이다. 영미국가에서는 이 말을 이빨 빠진 할머니들도 잘 쓴다. 행태 관련 조사.연구도 많고, 그 만큼 그 말도 흔하게 듣게 되니 그럴 것이다. 한 20여 년 전 만 해도 행태를 형태로 고치는 편집장이 한국에 더러 있었다. 지금은 그런 정도는 아니나, 그 말은 역시 무덤덤하고 탁상공론을 즐기는 학자들의 용어 정도로 치부되기 쉽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오늘 한국의 심각한 문제는 우리가 크다고 보는 경제, 군사, 과학 기술과 기타 어느 것도 아니다. 그 분야들은 더 이상 잘 할 수 없다.

행태를 행동양식이라고 정의한다면 행태의 레퍼토리는 우리의 일상생활 영역만큼이나 넓지만, 여기 논의의 핵심은 그 가운데 공동선을 위하여 구성원이 지켜야 할 도덕성과 보편타당한 가치와 그 실천이다. 우리가 인성교육을 말하느라 정의, 양심, 정직, 성실, 반대로 불의, 비양심, 사기, 후안무치, 탐욕, 기회주의와 같은 행위를 말한다면 바로 그것이다.

특정 민족과 집단이 다른 민족과 집단에 비하여 행태적으로 더 못하다거나 좋다고 한다면 거기에는 이유가 꼭 있다. 그 이유를 과학적으로 찾아내는 일은 사회과학의 몫이다. 다른 나라들도 활발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지만, 돈 안 되는 이 분야는 한국에서 황무지와 같아 보인다.

대체적으로 사회가 돌아가는 형편은 대중매체를 보면 안다. 비리를 폭로하고 질타하는 인문학자들의 글은 과잉이라고 할 만큼 많지만, 왜 그런가를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종합적 연구를 개인 또는 일단의 교수들이 추진하고 있다거나 이미 결과 보고서가 나와 있다는 보도를 보고 들은 적이 없다. 연구 발표 하나가 지금과 같은 얽히고설킨 사회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 없지만, 구체적 실천 프로그램을 가지고 길을 밝히려는 체계적 접근마저 없다면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창피한 전쟁 위안부 논쟁

앞에서 우리 사회가 잘 살게 되었다지만 시끄럽고 망신스럽다고 말했었다. 이건 나의 오버센스일까? 기대어야 할 잣대는 역시 대중매체다. 매체는 잘하든 못하든 사회를 비춰주는 거울이다.

전통 매체는 일단 접어두고, 누구나 휴대하고 다니는 스마트폰에 뜨는 유튜브 장면만 보고 말해 보자. 그것 모두 가짜 뉴스라고? 한때 책임 있는 자리에서 ‘내로라했던’ 인물들이 나와 가짜 뉴스를 가지고 저렇게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시끄럽고 망신스러운 게 아닌가?

시끄러운 뉴스와 논란의 메뉴는 너무도 많고 다양하다. 이 글을 위해 하나만 들어본다. 이른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돕고 정의를 찾겠다며 30여 년째 국제사회에서까지 큰 반향을 일으키며 활동해온 시민단체를 놓고 최근 불거진 깜짝 놀랄 비리 공방이다.

비리의 진위를 멀리서 성급하게 속단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보도된 두 가지 쟁점 사안만 들어봐도 대단한 국가 망신이다. 하나는 정의 회복을 위하여 투쟁해 왔다는 이 시민단체는 불운한 ‘할머니’들을 팔아 자기들 배만 채웠다는 거고, 다른 하나는 위안부 피해자 가운데는 가짜도 섞여 있다는 빌미를 주기에 충분한 발언들이다. 모두 직접 이해 당사국인 일본이 고소해 하고 한국인을 조롱하기에 딱 맞다. 이미 그게 현실이 되고 있다.

이때까지 쓴 것은 한국에서 자세히 보도되고 있는 사건과 이슈를 단순히 전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과거 나의 고국 관련 글의 목적과 스타일이 그런 대로 이번에도 한민족의 총체적 정직성 또는 성실성(integrity)의 위기 속에서 해외 한인사회의 위치와 역할을 또 한 번 조명해 보자는 것이다. 길게 쓸 수는 없겠다.

앞서 시사 한 대로 해외 한인들은 한민족의 일부다. 그 가운데 서방지역의 한인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다른 지역보다 더 고국 지향적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한국의 경제와 국력이 커지면서 더 그렇다. 고국이 잘 되어야 우리가 해외에서 기를 펴고 살 수 있다고들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 자체에 잘 못은 없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고국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60-70년대와는 달리 주머니에 달러가 두두룩해진 한국은 디아스포라들에게 외화를 보태 달라고 하지 않는다. 더욱 가치가 떨어진 호주화는 가져가도 몇 푼 안 된다. 그렇다면 선진국에 살게 된 우리가 고국에 기여할 수 있는 오직 한 가지 길은 이 나라가 잘 살뿐더러 반듯한 나라와 사회가 될 수 있게 멀리서나마 모범을 보이는 일이다. 큰돈은 못 벌어도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 학습 현장이다.

미국은 모르겠다. 해외 한인사회에서는 쉽게 돈 벌 수 없고 고국에서처럼 흥청망청 굴러다니는 눈 먼 돈이 없어 외견 상 조용하다. 그러나 몇 푼의 이권이나 작은 개인 안위를 위하여 고국을 떠나올 때 버리고 왔어야 할 후안무치한 꼼수를 부여잡고 사는 인사들은 없는 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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