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0.8.7 금 17:35
재외선거, 의료보험
> 오피니언 > 본국지논단
30년 위안부 운동이 이렇게 끝나선 안된다
중앙일보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0.06.08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이정민 / 논설위원

정의연 몰래 보상금 받은 할머니
피해자 배제 위안부 운동의 반증
윤미향 의원 사퇴해 비극 막아야

   
 

검찰 수사를 받는 윤미향 국회의원과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절규하는 이용수 할머니. 피맺힌 위안부 역사만큼 구슬프고 비극적인 장면은 기부금 횡령 의혹과는 별개로 위안부 운동 30년에 근원적이고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정의연(정의기억연대)이 국경을 넘어 평화 여성인권 운동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인권단체로 세를 불려가는 동안,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해는 배상됐는가? 위안부 운동 명망가들이 줄줄이 국회의원, 장관, 청와대 비서관으로 출세가도를 달리는 동안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은 회복됐는가?

굳이 ‘피해자 중심주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권을 폭력적으로 유린하고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린 범죄 해결의 중심엔 당사자가 서는 게 마땅하다. 피해에 대한 배상과 해원(解冤)을 건너뛴 위안부 인권 운동은 정의롭지 않다. 정의연의 위안부 운동이 국민적 지지 속에 확장될 수 있었던 것도 피해자와 운동가의 확고한 결합으로 응어리진 한이 풀리길 바라는 소망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그 출발이 그랬다. 위안부 운동은 두 용기 있는 여성에 의해 발화됐다. 윤정옥 전 이화여대 영문과 교수(1925년생)와 고(故) 김학순 할머니(1924년생)다. 윤 전 교수는 이화여전(이화여대의 전신) 학생 시절, 일본군에 끌려갈 게 두려워 자퇴서를 내고 지방에 은거했던 경험이 있다. 또래 집단에 대한 강렬한 기억이 노(老)교수를 위안부 연구자의 길로 이끌었다. 10여년 간 일본·대만·미얀마·태국 등지를 찾아 피해 사례를 조사했다. 자신의 연구실 한켠에 ‘한국정신대연구소’를 차렸다. 정의연 전신인 정대협(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모태다. 한국 여성학의 효시인 이효재 전 이화여대 교수, 박순금 전 한국교회여성연합회장이 힘 합쳐 설립한 정대협(1990년)은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고발과 결합돼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위안부 운동가 윤미향’의 변신은 이번 사태를 부른 원인이다. 그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대리인이자 조력적 운동가에서 위안부 운동의 대표자로 올라섰고, 정보를 독점·통제하며 권력화했다. 정부 관료들은 그에게 찍혀 인생 망칠까 두려웠고(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 피해자 할머니들은 배신자로 몰려 불이익을 받을까 무서웠다(위안부 피해자 증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 된 정의연이 위안부 문제를 좌지우지하는 속에서 위안부 피해 화해·치유재단(2015년), 일본 총리의 직접 사과를 내용으로 하는 사사에(佐佐江) 안(2012년), 아시아여성기금(1995년) 제안이 번번이 무산된 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일본 돈 받으면 배신자 취급했다”는 고(故) 심미자 할머니의 무궁화회 파동, “윤미향이 전화 와서 일본 돈 받지 말라고 했다”는 피해자 할머니의 폭로는 귀를 의심케 한다. 이런 피해자 중심주의도 있단 말인가.

피해자를 위한다는 단체의 눈을 피해 몰래 피해 보상금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 이는 정의연의 대표성이 얼마큼 왜곡됐는지를 반증한다.(아시아여성기금 500만엔 수령자 61명, 화해·치유재단 기금 1억원 수령자 35명)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정의연)이 챙겼다. 30년 동안 위안부 팔아먹었다”(이용수 할머니)는 30년 동지의 폭로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사퇴 압박이 거세지자 윤 의원은 “국회에 들어가 피해자와 국민의 불신을 초래한 한·일 합의를 해결하는 것이 저의 과제”라며 사퇴론을 일축했다. 30년 몸담아온 위안부 운동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발언이다. 어쩌면 이 말이 이용수 할머니의 감정선을 자극했을 수도 있다. 한국과 일본의 역대 정부가 과잉 대표된 정의연에 가로막혀 풀지 못했던 위안부 갈등을 국회의원이 돼 풀겠다는 건 그럴싸해 보이지만 궤변과 다름없다. 진정성이 남아있다면 당장 사퇴하는 게 운동가다운 자세다. 국회의원보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 정의연 이사장 자격으로 양국 정부를 상대하는 게 더 효과적일 테니 말이다.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 240여명(정부 등록 기준)이던 위안부 피해자 중 살아있는 할머니는 17명뿐이지 않은가.

국민 70%가 윤 의원의 사퇴를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엊그제는 정의연이 운영하는 쉼터의 소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결단을 내릴 시간이다. 30년 위안부 운동의 유산이 비극적 결말로 끝나는 건 누구보다 윤 의원 자신이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일본의 우익이 반길 일 아닌가. 위안부 운동은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명예회복을 넘어 전시 성폭력이라는 인권의 문제로 이어져야 한다. 시대와 진영을 뛰어넘는 존엄한 가치를 생각한다면 스스로 거취를 정리하는 게 맞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회사소개광고문의기사제보구독신청찾아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 110-888 서울시 종로구 종로 19 B동 1118호 (종로1가, 르메이에르종로타운) | Tel 02)2075-7141~3 | Fax 02)2075-7144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 01003 | 등록일자 : 2009. 10. 24 | 발행인 : 이구홍(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개인정보취급담당자 : 최유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유정
Copyright 2008 세계한인신문. All Rights Reserved.mail to oktim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