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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인종갈등까지… 혼돈의 미국지하벙커 피신 트럼프, 재선가도'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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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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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 재미칼럼니스트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 백인 경찰의 무릎에 9분 동안이나 목을 짓눌려 사망한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46) 사건에 항의하는 미국의 폭력 시위가 6일째 이어지면서 5월 31일 현재 전국 75개 도시로 번졌다.

수많은 미국인들은 길을 가는 비무장, 무반항 흑인을 그 자리에 꿇어앉혀놓고 파리 잡듯 총격 처분하는 백인 경찰의 인권유린 행위들을 접할 때마다 "또야? 그러고도 타국의 인권을 들먹이다니..."라며 미국 정부의 위선(僞善)을 부끄러워했다.

이렇게 흑인의 생명이 속절없이 무너질 때마다 미국 전역의 흑인들은 "흑인도 생명이다"라고 외치며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다.

시위 후반부에는 약탈, 방화, 갱단이 어김없이 등장, 시위의 목적을 희석시켰고 경찰에 발포 구실을 제공하는 어리석음 때문에 이 같은 행위가 진짜 자의에 의한 것인지 의구심마저 들곤 했다.

의당 1급살인(살의가 분명한 계획된 살인)죄가 적용돼야 마땅할 백인 경찰관을 이번에도 특혜를 베풀 듯 살해 목적이 없는(?) 과실치사(3급살인)로 기소함으로써 흑인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듯 했다.

미국 전역에서 무법천지 상황이 되자 1968년 마틴 루터 킹 목사 암살 사건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27개 도시는 야간 통행금지령을 발동했으며 수도 워싱턴DC, 캘리포니아 주 등 12개 주가 방위군을 소집, 31일 현재 최소 4명이 사망하고 체포된 시위대는 1600명을 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폭력시위를 빌미 삼아 강경대응 방침만을 강조,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그는 트위터에 "약탈이 발생하면 발포가 일어난다"며 1967년 폭동 때 마이애미경찰국장의 발언을 인용, 마치 시위대를 향해 발포명령을 한 듯한 인상을 주어 시위대를 흥분시켰다.

그는 '무고한 이들에게 테러를 가하는 반파시스트와 급진좌파 집단이 폭력과 공공기물 파손을 주도하고 있다',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주지사·시장들이 시위대에 강경 대응을 안 하면 우리 군대의 무한한 힘을 활용하고 대규모로 체포하겠다'며 시위대를 자극했다.

애틀랜타 시장 "트럼프, 조용히 좀 있어라"

트럼프의 이러한 대응에 화가 난 케이샤 랜스 바텀스(50) 애틀랜타 시장은 5월 31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냥 말을 그만해야 한다. 그가 말을 하면 상황은 악화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조용히 있어야 할 때가 있는데, 지금이 바로 그 때다"라고 트럼프에 직격탄을 퍼부었다.

바텀스 시장은 미셸 오바마와 함께 조 바이든 후보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거명되는 몇몇 흑인 여성 인사 중 한 사람이다.

워싱턴 D.C.에서 시위대는 백악관 비밀경호국 직원들과 충돌했고, 백악관 밖으로는 방위군이 배치됐다. 시위대는 이어 취재를 나온 평소 트럼프 지지 보수 매체 폭스뉴스 기자를 공격했다.

뉴욕타임스는 5월 31일 트럼프 대통령이 수백 명의 시위대가 백악관 가까이 몰려오자 지하 벙커로 한 시간 가량 피신했다고 보도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시위대가 두려워 지하 벙커에 숨은 대통령이 또 있었던가.

코로나19로 사망 10만 명 이상, 실업자 4천만 명 돌파에 따른 봉쇄조치, 바닥을 친 경제, 대규모 실직사태에 겹쳐 인종갈등 문제까지 불붙으며 '세계패권국' 미국의 위상은 여지없이 땅에 떨어진 채 현재 총체적 혼란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번 흑인 시위가 이전과 다른 것은, 5월 31일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 등지에서 경찰관들이 시위대 앞에서 미니애폴리스 경찰이 흑인의 목을 눌러 숨지게 한 모습과 똑같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시위대에 동조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점이다.

특히, 캔사스시 경찰관 두 명은 "경찰의 만행을 중단하라"는 팻말을 높이 들고 시위를 벌이는 등 전례 없는 백인 경찰관의 달라진 광경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사태는 성난 시민들을 달래고 인종차별 해법을 끌어낼 지도력이 부재한 미국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코로나19에 따른 실직과 가정경제 파탄,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흑인을 살해한 백인 경찰에 3급살인죄 적용, 그에 따른 위로는커녕 분노에 부채질이나 하는 트럼프의 실망스런 언행을 향한 시민들의 눈길은 싸늘하기만 하다. 트럼프의 재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졌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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