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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스루 졸업과 차별의 추억
미주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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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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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태 / SAS 대학인가컨설팅

   
 

얼마 전에 둘째가 고등학교 졸업을 했다. 드라이브 스루 5분 졸업이었다. 학교 주차장을 통과하면서 졸업생만 하차해서 교장선생님과 사진만 찍는 희귀한 졸업식이었다. 하지만, 학교가 많은 준비를 하고 안내와 진행이 원활해서 감사했고 역사상 처음 있는 방식이라 기억에 많이 남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역사에 없는 졸업식을 경험하면서 동시에 흑인 플로이드의 죽음이 미국 전역을 흔드는 요즈음 이민자로서 나는 인종차별이라는 깊은 추억에 잠기게 된다. 20년 전에 미국에 유학생으로 와서 개인적으로 겪은 인종차별을 지금도 마찬가지로 경험하고 있다. 때로는 분노했고 때로는 내가 바꿀 수 없는 환경이므로 체념했다. 그런데 아이들 학교에서 겪은 차별에 대하여 나는 침묵할 수 없었다. 여러 차별들 중에서 한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변호사들은 뚜렷한 결과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수임을 하지 않아 결국 영어도 짧은 내가 직접 모든 이의제기 서류를 작성해야 했다.

큰 애가 고등학교 졸업학기였다. 교사에게 이메일로 요청한 것을 교사가 거절하며 자존심 상할 표현을 했다. 큰 애는 괜찮다고 했지만 나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부모로서 교사에게 정중하게 이메일을 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 답장이 없었다. 학교에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묻고 학교 사무실에서 확인한 결과 교사는 내가 보낸 이메일에 영어 아닌 외국어가 일부 있어서 불량 이메일인 듯 하여 열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말은 타당하지 않았다. 자동으로 뜨는 나의 이름만 한국어로 되어있지 이메일의 제목과 내용은 모두 영어로 기술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제목만 봐도 자신의 학생에 관한 문의인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는 백인 교사였다.

지역 교육구에 전화를 했더니 담당관이 만나자고 했다. 상황을 듣더니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교사의 잘못인 것 같다고 하며 대신 미안해하며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달에 걸친 지역 교육구 심의 결과는 구체적인 이유 기술도 없이 교사에게 차별의 책임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캘리포니아 주 교육부에 이의 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했다.

당시 학교는 상임교장과 지역구 온라인교육 총책임자가 공동교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둘 다 흑인이었다. 상임교장은 발생한 일에 대하여 너무 미안하다며 대화를 마친 후 내게 90도로 인사를 했다. 미국인에게 90도 인사를 받아본 적은 처음이었다. 교장은 큰애 졸업식 후에 동일 과목을 온라인으로 재수강하게 해주겠다면서 바로 공동교장에게 전화를 했다.

온라인교육 총책임자인 공동교장을 만나러 갔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당신에게 참으로 감사하다. 당신 같은 부모가 많아야 한다. 당신같이 침묵하지 않고 말하는(speak out) 부모들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서 그 교사는 너무나 오랫동안 골칫거리라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 그는 큰애가 재수강해야할 과목이 여름에 개설이 안 되어있지만 특별히 개설하고 등록해주겠다고 했다. 큰 애는 여름 2주 동안 온라인 과목을 잘 마칠 수 있었다.

나의 사정을 경청해 준 지역교육구 담당관과 두 흑인 공동교장이 참으로 고마웠다. 평범한 부모의 이야기를 경청해주는 절차와 제도가 있는 미국교육체계에 감사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는 정신적으로 몇 달간 힘들었다. 결국 큰애와 둘째가 같이 다녔던 그 학교를 떠나고 10년간 살았던 그 도시를 떠나기로 했다. 우리 가족은 멀리 외곽으로 떠나 둘째는 전교에서 유일한 한국인 재학생이 되었고 유일한 아시안 졸업생이 되었다. 둘째는 착한 흑인, 히스패닉 친구들 때문에 행복해했고 가장 의미 있고 가장 잘 배운 학교였다고 했다. 어수선한 일부 수업 분위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들의 삶과 문화를 접하고, 순박한 그들과의 사귐이 훨씬 큰 배움의 기회였다. 교장 선생님과 교직원들 역시 친절하고 보살피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드라이브스루 졸업식 다음날 교장선생님에게 감사 이메일을 보냈다. 당신의 학교가 베스트였다고 한 둘째의 말을 전해주었다. 교장 선생님은 나에게 감사하다는 답 메일을 해주었다.

현재 인종차별로 인한 시위를 보며 나의 마음속에는 눈물과 동시에 희망이 흐른다. 불의에 대한 침묵은 선이 아니며 1분이라도 무릎을 꿇을 때 흑인 플로이드의 애통한 가족과 불의에 좌절했던 모두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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