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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북한의 개성남북연락사무소 폭파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김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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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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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 / 모스크바대 국제관계학박사, 전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

   
▲ 북한이 공개한 개성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순간

김여정 제1부부장이 공언했던 대로 개성남북연락사무소 건물이 폭파되었습니다. 북한의 폭파 퍼포먼스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북한내부 단속용인지, 단순히 외부과시용인지 아니면 양쪽 다인지 분명하진 않지만 그 동안 종종 있어 온 그리 새로울 것도 없는 그런 퍼포먼스입니다. 이런 종류의 폭파퍼포먼스가 국제사회에서 이해되고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이제는 이것이 일종의 북한식 의사표현 방법 중에 하나라고는 말할 만합니다.

김여정의 예고발언에도 설마 했던 폭파쇼가 빠르게 실제로 진행되자 한국정부와 국민들은 적지 않은 충격에 빠져 이후에 북한의 도발이 어떤 방식으로 이어질까? 정말 북한의 군사행동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 속에서 현재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가 이해해야 할 점은 왜 북한이 건물 폭파라는 남한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비난 받을 만한 방법을 동원해 가면서까지 퍼포먼스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아쉽지만 우리는 북한이 상대방국가에 가진 불만과 분노를 그런 방식으로 표출하는 것 외에는 다른 어떤 뚜렷한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합니다. 북한처럼 수십 년 동안 철저히 고립되어 있는 국가가 미국이나 한국에게 무슨 방법으로 자신의 불만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요구를 표출할 수 있겠습니까? 듣기 민망한 욕설에 가까운 언사들을 상대방에게 쏟아내거나, 과격하고 위험해 보이는 군사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 외엔 뾰족한 수단이 없습니다. 대사관이 있어 대사를 소환할 수도 없고 경제관계가 얽혀있어 경제제재를 진행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은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마저 닫혀 있어서 예전처럼 이것을 무기로 삼아 남한을 압박할 수도 없습니다.

북한 입장에선 그나마 확실하게 자신들의 불만과 요구를 드러내는 수단이 생경하고 거친 표현으로 상대방에게 공식적으로 모욕을 주거나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군사적인 방법으로 도발하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북한이 원했다면 조용히 북한 인원들을 철수시키고 연락사무소를 폐쇄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남한과 미국, 세계의 이목을 북한에 집중시킬 수가 없습니다. 자신들의 불만과 요구를 홍보하는데 폭파쇼가 매우 효과가 크다고 북한이 판단하고 폭파를 실행했다고 보아야 합니다.

정치 경제가 개방되고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한 일반 현대국가의 경우는 국가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치 경제 사회적인 다양한 대응방법을 통해서 자신의 불만을 상대방 국가에 어필하고 자신의 요구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갈등이 깊어져 제재라는 수단을 동원하게 되더라도 제재의 수위와 단계를 조절해 나갑니다. 현대 국제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경제제재를 중심으로 차츰 제재의 수위를 높여가면서 시간을 가지고 상대방국가와 갈등 현안에 대해 상호 조정을 시도합니다. 이것은 바로 지금 우리 눈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일, 미중, 미러등 정상(?)국가들 간에 갈등현황과 조정과정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습니다

그런데 고립되고 닫힌 북한은 국가간의 이런 통상적인 갈등 조정 방법을 시도 조차할 수 없습니다. 북한에겐 전혀 외교적이지 않은 거친 언사를 동원해서 상대방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 외에는 사용 가능한 거의 유일한 불만 표출 방법이 지금처럼 개성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것과 같이 군사적인 성격을 가진 수단을 동원하는 것뿐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와 같은 매우 무례하고 군사적인 성격을 동반한 불만 표출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상국가들이 갈등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상대방에 대해 정치, 경제, 사회적인 각종 제재를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진행하다가 끝내 갈등조정에 실패할 경우에 최종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실제 군사적 행동을 취하는 것과 북한의 군사적인 성격을 가진 도발과는 그 의미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현재 북한이 남한에 대해 가진 불평 불만이 전혀 근거가 없진 않다는 것은 한국의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는 인정되고 있습니다.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한반도 평화와 협력의 기운이 작년 초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급속히 얼어붙었습니다. 지금까지1년 넘도록 아무런 가시적인 성과가 없이 답보상태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에게도 한국에게도 나름 할 만큼은 한 것 같은데 우린 아무런 소득도 없이 이게 뭐냐? 하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올 만도 한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북한을 탈출해 남한의 품에 안긴(북한 입장에선 배신자라고 볼 수 밖엔 없는) 탈북자들이 중심이 된 반북단체가 북한의 최고존엄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모독하는 내용이 담긴 매우 불손한 삐라를 북쪽을 향해 날린다는 대도 남한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남한정부의 이런 행태는 북한으로서는 말 그대로 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는 격과 같은 형국이었습니다.

지금 북한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적대적인 불만 표출 행동들에 대해 만일에 남한이 강대 강 구도로 맞선다면 이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의 불만표출에 나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그 불만을 표출하는 방법을 나무랄 것이 아니라 먼저 상대방으로부터 불만의 내용을 들어보고 그 불만이 근거가 있다면 함께 해결해주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더구나 이미 책임당사자가 상대방의 불평 불만내용을 훤히 꿰고 있으면서도 이제라도 함께 해결할 방법을 찾지 않고 오히려 불만을 표출하는 행위자체를, 혹은 불만을 표출하는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을 문제로 삼고 따진다면 상대방과의 갈등이 해소되기보다는 오히려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만 더욱 커집니다.

아쉽지만 그 동안 문재인정부가 남북관계에서 크고 근본적인 것이 해결되길(혹은 해결될 수 있다고) 기대하며 우선 스스로의 힘으로 북한과 함께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사업들을 너무 도외시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안타깝지만 남북관계의 크고 근본적인 문제는 결국 미국의 지지와 지원이 없다면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남북관계사를 통해서 숱하게 확인해 볼 수 있는 바와 같습니다.

짧고 얇은 끈들도 많이 모아서 꼰다면 튼튼한 동아줄이 될 수 있습니다. 만일에 한국정부에서 남북한 교류협력사업에 대해서 진정한 의사를 가지고 있다면 자신의 국민을 믿고 국민과 함께 강력한 의지로 밀고 나아가야 합니다.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으면서도 남과 북이 함께 진행해나갈 수 있는 교류 협력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어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올해 초 문재인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혔던 북한 개별관광의 경우는 매우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중앙정부의 너무 큰 그림에만 의존하지 말고 북한지방들과의 교류협력사업들을 적극 발굴하여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정부가 너무 큰 그림만 머리 속에 그리며 미국바라보기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작더라도 스스로 진행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북한과의 교류 협력사업들을 적극적으로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한국은 집권층보다는 국민들이 앞장서서 민족의 운명을 개척해 온 나라입니다. 국민들의 힘으로 그 어려운 민주화도 훌륭히 이루어 내었습니다. 한국 국민들은 위대한 국민입니다.
이제부터라도 한국 국민들이 남북한과 미국의 지도자들만 바라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협력의 길에 직접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한국정부는 민족의 생존이 달린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국민들의 자발적이고 다양한 활동들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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