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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진 세계화 퇴조, 寒齒亡脣을 새긴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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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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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회 / 논설위원

글로벌 패권 각축 심해지고
코로나로 탈세계화도 가속
美·中 `30년전쟁` 돛올린건가
동네북 면하려면 이 튼튼해야

   
 

`춘추좌씨전` 희공 5년조에 나오는 얘기다. 중국 대륙에 제후국이 우후죽순 들어서 다투던 춘추시대 말기. 진나라 헌공이 괵나라를 치려는 야심으로 우나라 우공에게 길을 터달라고 요청했다. 천리마 한 필과 귀한 옥이 뇌물로 건네졌다. 속셈을 꿰뚫은 우나라의 중신 궁지기는 "광대뼈와 잇몸은 서로 의지하고(輔車相依)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脣亡齒寒)"면서 길을 내주지 말라고 우공에게 간했다.

괵과 우는 한 몸이나 마찬가지여서 괵나라가 망하면 우나라도 망한다는 우려였다. 하지만 보물을 탐낸 우공은 "진과 우는 같은 주 황실에서 나왔는데 해칠 리 없다"며 길을 터줬다. 결국 진나라는 괵나라를 정벌하고 돌아가는 길에 우나라도 멸망시켜 버렸다. 순망치한으로 알려진 이 고사는 꼭 필요한 사이를 이를 때 쓰인다. 동맹국이나 글로벌 분업체계의 일익을 맡아 상호의존하는 관계에 빗댈 수 있겠다. 안타깝게도 고사처럼 순망치한을 고려한 외교란 현실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 반대를 무릅쓰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들여놔 경제보복에 시달릴 때 미국이 수수방관한 게 단적이다. 피해는 온전히 우리 몫이었다. 요즘 미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키우던 중국을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빼려 한다. 중국 제재에 동맹국 동참도 강권하고 있다. 대만은 벌써 반도체칩 공급을 끊었고, 독일·이탈리아·호주·뉴질랜드 등도 줄줄이 중국산 5G 통신장비 사용 금지에 나섰다. 우리나라엔 한술 더 떠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도 압박 중이다.

이러니 한치망순(寒齒亡脣)이 더 들어맞는 판이다. 애초 이가 부실하면 입술이 덮어줘도 시릴 텐데 지금은 입술이 있는지조차 헷갈린다. 미·중 고래싸움에 낀 새우 격인 우리로선 선뜻 한쪽 편을 들기 힘들다. 따져봐야 할 게 많다. 한때 우린 코로나19 진원지였던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확진자가 많았다. 눈치 보느라 중국서 들어오는 입국자를 막지 못한 게 직격탄이었다. 150여 개국에서 입국 금지 굴욕도 겪었다. 그사이 치열하게 감염병과 싸워 겨우 한숨을 돌렸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불편을 감수하며 애쓴 결과다. 주변 상황이 여전히 녹록지 않아 안심하긴 이르다. 초강대국 미·중이 무역·환율전쟁을 불사하는 터여서다.

2차 대전과 미·소 냉전을 지나 공고해진 미국 중심 세계 분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앞에서 급브레이크를 밟고 있다. 국경을 넘는 인력 이동이 어려워진 데다 자국 중심주의로 무역분쟁이 가열되고 세계화에도 균열이 커졌다. 사실 다자 간 자유무역의 퇴조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아시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지역 블록화와 탈세계화에 속도가 붙던 차였다. 영국이 유럽연합(EU) 틀을 깨고 브렉시트를 결행했고, 여진이 이어지는 와중에 트럼프 현상과 감염병 사태가 기름을 부었다. 그러잖아도 찢겨진 나라들이 더 찢어지고 세계화는 후퇴를 거듭해 폭발할 지경이다.

일각에서는 `30년전쟁` `백년전쟁`을 떠올리며 걱정한다. 군사 충돌로까지 번질지는 미지수지만 경제전쟁이 돛을 올린 건 명확해 보인다. 그것도 끝이 안 보이는 전쟁이다. 글로벌 패권을 쥐려는 아귀다툼이다. 누가 방아쇠를 먼저 당겼는지는 중요치 않다. 분명한 건 중국도 예전과 달라졌다는 점이다. 중국은 시진핑 집권 후 덩샤오핑의 `100년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을 버렸다. 칼집 속에 고이 간직했던 칼을 꺼내 휘두르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도 신냉전의 막다른 길로 이미 들어선 듯하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리더십이 바뀌더라도 돌이키긴 쉽지 않다. 우린 줄타기를 잘못했다간 동네북이 될 처지다. 사드 때처럼 헛발을 딛지 않으려면 입술 도움을 바라기 전에 스스로 이를 튼튼히 할 수밖엔 없다. 북한 도발에 갈팡질팡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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