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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잃어버린 20년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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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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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선 / 논설위원

9·11테러로 견제기회 놓쳐 / 오리무중된 美·中 패권싸움

명·청 교체기 정세오판으로 / 질타 받았던 김상헌에 비해
우리는 더 잘할 수 있는가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있는 법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1년 취임 직후 의회 연설에서 중국을 `잠재적 적대국`으로 규정했다. 그해 4월 미국 정찰기가 하이난섬 상공에서 중국 전투기와 충돌했다. 일촉즉발이었다.

바로 이때 뉴욕에서 9·11테러가 터졌다. 부시 행정부는 `테러와 전쟁`으로 방향을 돌렸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에 나섰고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의 협조가 필요해졌다. 견제 펀치를 날리기는커녕 2001년 12월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키는 선물을 안긴다. 관세장벽 탓에 고전하던 중국 제품은 세계 시장을 물밀듯이 장악한다.

2008년에는 미국의 자유주의 경제철학이 또 한 번 일격을 맞는다. 글로벌 금융위기다. 그 여파로 2009년 세계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중국은 늠름하게 8% 성장을 이어갔다. 이 해에 중국은 세계 최대 수출국으로도 올라섰다. 환율과 투기자본을 통제하는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이즈음 중국은 외교·경제 등 모든 면에서 주요 2개국(G2)으로 대접받기 시작한다.

아프가니스탄·이라크에서 헤매던 미국이 다시 아시아로 외교 중심축을 옮긴 건 2011년이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피벗 투 아시아` 정책으로 중국 견제에 나섰지만 이미 중국은 예전의 그 중국이 아니었다. 중국의 실질적인 구매력은 2014년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 "미국이 알카에다와 싸우면서 다른 한편으로 중국을 WTO에 가입시킨 것이야말로 진짜 재앙이었다. 그로 인해 미국은 일자리를 사상 최대로 도둑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유세에서 이렇게 날을 세웠고 미국 유권자들은 호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다시 관세장벽을 높게 드리우며 중국과 노골적인 무역전쟁에 나섰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잃어버린 20년을 단번에 만회하려는 듯한 기세였지만 이제 미국도 예전의 그 미국이 아니다. 코로나19 전염병에 12만여 명이 사망할 정도로 정말 속수무책인 나라다. 인종차별에 분노한 시위로 전국이 홍역을 앓는 나라다. 미국 언론조차 "벌써 중국이 우리보다 더 강해져 있는지 모른다"고 평가할 정도다.

중·고교 시절 역사 시간에 가장 싫어했던 인물이 병자호란 당시 김상헌이다. 명나라가 쇠퇴하고 청나라가 나날이 강성해지던 그 시절 척화파 김상헌은 "임진왜란 때 도와준 명나라를 섬기고 오랑캐인 청나라는 배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나라와 화친해야 한다"는 최명길과 맞섰다. 현실과 정세 변화를 직시하지 않고 백성을 도탄에 빠뜨린 `바보 같은 몽상가`라고 그를 평가했다.

이제는 김상헌을 위한 변명도 해보게 된다. 전쟁이든 시합이든 결과를 알고 평가하는 것과 그 결과를 모르는 상태에서 판단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인터넷·휴대폰으로 지구촌 뉴스를 훤히 들여다보는 이 시기에도 미·중 패권전쟁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그 당시에 어찌 명·청 패권경쟁의 결과를 알 수 있었으리오. 미·중 패권전쟁이 마무리된 10년 또는 20년 뒤 이 시대의 누군가도 `2020년대 김상헌`으로 후손들의 지탄을 받을 수도 있는 일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며칠 전 어느 세미나에서 미·중 패권전쟁 등을 거론하며 "그 결과는 솔직히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정답을 알 수 없다면 정답 찾는 데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빠르게 결정하고 유연하게 보완해 나가는 방식이 유효할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여기에 한 가지만 덧붙이고자 한다.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일이다. 그러자면 내 편 네 편 그만 좀 나누고 `나만 옳다`는 독선을 버려야 한다. 우리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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