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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한국학교의 교실이 콩나물시루 같은 이유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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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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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도쿄 특파원

   
 

2000년대 초까지 서울 내 일본인학교는 강남구 개포동에 있었다. 주한 일본 기업인 모임인 서울재팬클럽(SJC)은 개포동의 부지 1만6077m²를 사들여 일본인학교를 짓고 1980년에 문을 열었다.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했던 동부이촌동에서 개포동 학교까지 통학버스로 약 1시간이 걸렸다. 서울 특파원을 경험했던 한 일본 언론사 간부는 “유치원생이 1시간 동안 소변을 참느라 힘들어했다”고 옛 기억을 떠올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학교 건물도 점차 낡았다.

SJC는 2009년 일본인학교 부지를 서울시에 팔고 그 대신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내에 있는 부지 1만3532m²를 구매해 최신 건물을 지었다. 2010년 9월 개교하자 동부이촌동에서 통학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 SJC 측은 “일본 기업이 안정적으로 활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더 많은 일본 기업이 서울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서울시는 DMC 활성화를 겸해 일본인학교 이전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반일 감정이나 한일 정치 갈등은 일본인 학생들을 위한 학교 이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동경한국학교는 1954년 일본 신주쿠구 와카마쓰정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본부 건물에 처음 들어섰다. 개교 시 학생은 26명. 현재 학교는 1991년에 새로 지어졌는데 당시 초중고교생을 합쳐 700여 명이었다. 이후로도 계속 학생 수가 늘어 현재 1395명이 공부하고 있다. 학교 측은 교무실, 자습실 등을 없애고 교실을 최대한 늘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학 대기생이 넘친다. 초등학생의 경우 많게는 100명 이상이 입학 대기를 하기도 했다.

2014년 7월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당시 도쿄도지사가 방한했을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은 동경한국학교 확대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지한파 지식인이자 한일 관계를 중시했던 마스조에 전 도지사는 적극적으로 나섰다. 동경한국학교와 가까운 신주쿠구 야라이정의 부지(약 6100m²)와 건물을 제2한국학교로 대여하기로 했다. 2016년 초 구체적인 임대료 액수까지 거론될 정도로 진척됐다. 마스조에 전 도지사는 “2010년 서울에서 일본인학교를 이전했을 때 서울시가 전면적으로 협력해줬다. 거기에 대한 은혜를 갚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아이들의 학습권은 보장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2016년 7월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강경 우익 성향의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씨가 당선되면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그는 선거 운동 때 ‘제2한국학교 부지 임대 계획을 백지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도지사 취임 후 기자회견에서 “여기는 도쿄이고 일본이므로 우리나라가 주체가 돼 판단하겠다”며 전임자의 정책을 뒤집었다.

도쿄도지사 선거가 5일 실시된다. 고이케 도지사가 ‘코로나 여전사’로 떠오르면서 그의 재선이 유력하다. 일본 첫 여성 총리로도 이름이 오르내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는 외국인 지방참정권에 반대하고, 옛 일본군의 위안부 연행 관여를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 재검토를 요구한 우파 인사다. ‘도민 퍼스트’를 외치지만 도민 속에 한국인은 없는 그의 철학을 보면 동경한국학교 학생들은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기약 없이 더 공부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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