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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 속 개구리는 얼마나 버틸까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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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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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덕 / 논설실장

한국 경제의 추락 경고는 숱하게 나왔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경고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한국 경제는 조금씩 뜨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생존의 위협을 깨닫지 못한다는 경고였다. 7년 전에는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가 나섰다. 한국은 정부 주도의 수출 제조업 중심 성장전략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뤘지만 이제 그 신화는 멈춰버렸다고 진단했다.

맥킨지 `한국 보고서`는 포린폴리시에도 소개됐다. 국내 정치인들도 열심히 돌려봤다. 그런 경고는 여러 번 되풀이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그 전에 이미 2030년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개발연대 성장 신화를 추억하던 이들에게는 충격적이었다. 당시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한국의 인구 고령화가 "스텔스 폭격기처럼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4년 전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 정부와 연례 협의를 한 후 한국 경제가 `구조적 역풍`을 맞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성장 정체를 부를 인구 구조, 지나친 수출 의존, 부실을 쌓은 기업, 빚에 짓눌린 가계, 왜곡된 노동시장, 낙후된 생산성, 심각한 불평등과 미약한 안전망 문제가 누적돼 성장 잠재력을 떨어트린다는 것이었다. 정부도 모르지 않았다. 8년 전 기획재정부가 낸 `대한민국 중장기 정책과제` 보고서는 글로벌 저성장, 인구 고령화, 기후·에너지 환경 변화, 사회 양극화, 남북 통일 문제까지 짚었다.

냄비 속 물은 서서히 뜨거워지다 갑자기 끓어오른다. 한국 경제의 위기도 그럴 것이다. 정부는 늘 위기 대응에 부산하다. 하지만 정작 가장 거대하고 구조적인 문제는 조금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성장 잠재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인구 구조를 보자. 총인구는 지난 반세기 동안 2800만명에서 5100만명으로 급증했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반세기에는 거꾸로 3000만명대로 줄어들 것이다. 정부는 인구 재앙을 막으려고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지구촌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고 있다. 15~64세 경제활동인구는 2030년까지 200만명 가까이 줄어들 것이다. 노동 투입이 줄면 생산도 줄 수밖에 없다. 이 예정된 미래를 어떻게든 바꿔가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끓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될 것이다.

자본 투입은 어떤가. 자본이 생산적인 부문보다는 자산 시장으로 쏠리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가 쌓아놓은 총자본(국민순자산)은 국내총생산(GDP)의 9배 가까이 된다. 그 자본의 활용도는 자꾸만 떨어지고 있다. 총자본 중 토지가 절반 남짓 차지하고 건설자산도 3분의 1이나 된다. 생산설비와 지식재산은 각각 6%와 3%에 불과하다. 땅값과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 총자본도 급속히 증가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창출되는 소득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자본의 수익률과 투자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자산시장 거품이 끓어오를수록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실물경제는 환란 후 최악이라는데 자산시장은 얼음 위 불꽃처럼 타오른다면 냄비 속 개구리는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미래 성장 투자에 쓰여야 할 자본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흐르지 않고 자산 시장에 고여 있는 것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가장 심각한 모순을 드러낸다.

3년 전 KDI는 학계와 기업계 전문가 489명에게 한국 경제가 여전히 냄비 속 개구리와 같은 처지라고 보는지 물어봤다. 88%가 그렇다고 답했다.

뜨거운 냄비에서 탈출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나 남았다고 보느냐고도 물었다. 응답자의 63%가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이 남았다고 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무엇이 달라졌는가.

경고가 거듭될수록 둔감해진 것일까. 개구리는 여전히 뜨거워지는 냄비를 뛰쳐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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