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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 베트남의 미래를 묻는 이에게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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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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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 / 하노이 특파원

관제 경제 뿌리 깊어 성장 '정체'
정부 만능주의 빠진 한국 연상

   
 

베트남 하노이에서 약 1년을 보냈다. 지인들로부터 ‘10년 뒤 베트남의 미래가 어떨 것 같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관심사는 비슷했다. “베트남이 한국처럼 ‘제조입국’에 성공할 것인가” “중국처럼 때가 되면 외국 기업을 쫓아낼 것인가” 등이다. 베트남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날 때마다 같은 질문을 던졌다. 대답은 십중팔구 같았다. “한국처럼 산업국가로 발전하지 못할 것이고, 따라서 중국처럼 외국 기업을 쫓아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반응이다.

베트남을 많이 알수록 이 나라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건 왜일까. 혹자는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를 꼽기도 하고, 부정부패와 이로 인한 사회 양극화를 지목하는 전문가도 꽤 있다. 종합해 보면 뿌리 깊은 ‘관제(官制) 경제’가 문제라는 것이다. 1986년 ‘도이머이’라는 이름으로 시장경제로의 이행을 선언했지만 30여 년이 흐른 지금도 베트남은 국가가 모든 걸 결정하는 사회다.

관제 경제의 특징은 ‘계획 지상주의’다. 투입이 올바르면 산출도 계획대로 나올 것이란 맹신이다. 1980년대 초까지 베트남 경제는 15명으로 구성된 국가계획위원회(SPC)가 좌지우지했다. 결과는 모두 아는 바다. 전국에서 이모작을 하는 나라가 쌀 부족에 시달렸다. 개혁개방 이후 SPC는 사라졌지만, 계획 지상주의는 사라지지 않았다. 베트남 정부는 지금까지도 5년, 10년 단위로 무수한 계획을 쏟아낸다. 워낙 많은 계획이 발표되다 보니 무엇이 이행됐고, 실패했는지를 따지는 이들조차 없다.

뿌리 깊은 관제 경제의 최대 폐해는 민간 혁신의 실종이다. 베트남 정부는 거창한 계획을 내놓을 때마다 기업을 동원한다. 베트남 재계 1위인 빈그룹이 자동차, 스마트폰, 가전 사업에 뛰어든 게 대표 사례다. 부동산과 레저사업으로 안정적으로 돈을 벌던 빈그룹이 산업 생태계조차 없는 완성품 제조에 뛰어든 걸 자의로 보는 이는 없다.

혁신 없는 성장은 베트남을 ‘자원의 저주’라는 함정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1986년 이전 배급제 시절엔 소련의 원유와 중국의 철을 누가 받아오고, 배분하느냐가 권력의 원천이었다. 2010년을 전후해 외국인투자가 폭증하자 베트남은 달러에 나라의 명운을 걸고 있다. 도이머이 이후 30여 년 동안 수차례 제조입국의 기회가 있었지만 지금도 베트남 정부는 “인건비가 싼 베트남에 투자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저임금 노동이란 자원의 저주에 빠져 있는 것이다.

한국도 1987년 이전까지는 지금의 베트남과 비슷했다. 1986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760달러로 2019년 베트남(2740달러) 수준이었다. 서방 세계의 사고 틀에서 보면 당시 한국은 베트남과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민주화 물결은 이를 송두리째 바꿔놨다. 정치적 민주주의의 완성뿐만 아니라 관제 경제에서 민간 경제로의 대전환을 위한 물길을 텄다는 점이 중요했다. 헌법상 사문(死文)이었던 민주와 자유가 현실이 되자 민(民)의 혁신이 이뤄졌다. 대우그룹은 세계를 누볐고, 삼성은 반도체 대국의 기틀을 다졌다. 현대자동차는 ‘엔진독립’을 이뤘다.

하지만 먼발치에서 본 지금의 한국은 다시 정부만능주의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농후하다. 민의 혁신이 국가의 생사존망을 가르는 시대에 시대착오적인 관제 경제로 회귀하려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베트남을 떠나며 국가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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