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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한문서 배포 대기업 맞서 홀로 싸우는 재일교포 여성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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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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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 도쿄 특파원

   
 

재일교포 3세 여성인 A 씨가 일본 오사카에 있는 부동산 회사 후지주택에 입사한 것은 2002년 2월이었다. 일이 재미있었고, 보람도 있었다. ‘좋은 회사에 입사했다’고 생각했다.

1974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점차 규모가 커졌고 2003년 12월 도쿄증시에 상장됐다. 사원 교육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꼈던 것일까. 회사는 2010년경부터 이마이 미쓰오(今井光郞) 회장 명의의 교육용 자료를 하나둘 배포했다. 회장이 직접 글을 쓴 게 아니라 그가 감명을 받은 신문 인터뷰 기사 등이 사내 게시판에 올라왔다. 각 부서는 글을 복사해 사원들에게 나눠줬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내용이 이상했다. 예를 들면 ‘태평양전쟁은 아시아 해방을 위한 것이었다’ ‘종군위안부는 고급 매춘부로 사치스럽게 생활했다’ 등으로 부동산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었다. 한국인을 야생동물에 비유하고, 자살특공대였던 가미카제와 일본의 침략 전쟁을 정당화한 박물관인 유슈칸 등을 미화하는 글도 있었다.

분명 이마이 회장의 철학을 반영한 글이었을 텐데 혐한(嫌韓)이자 역사수정주의 문서와 다름없었다. 2012년부터 그런 자료가 부쩍 늘었다. A 씨는 일본 남성과 결혼했지만 한국 국적을 유지했고 통명(일본식 이름)이 아니라 한국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남편과 시댁 모두 A 씨 결정을 존중해줬다. 하지만 회사만 오면 매일 굴욕을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결정타는 일본의 식민지배와 아시아 침략전쟁을 미화한 이쿠호샤 역사 교과서를 채택하게끔 하는 데 동원된 사건이었다. 후지주택은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사원들에게 교과서 전시회에 참가해 이쿠호샤 교과서를 호평하는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강요했다. 그는 변호사와 상담했고, 조언에 따라 혐한 자료를 하나씩 모았다. 후지주택이 “300만 엔(약 3400만 원)을 줄 테니 회사를 그만두라”고 회유하기도 했지만 그는 2015년 8월 소송을 선택했다.

후지주택은 소송을 당한 상태에서도 혐한 문서를 계속 배포했다. 거기에 A 씨를 비난하는 문서까지 더해졌다. 회사는 소송 사실을 보도한 기사에 붙은 댓글을 소개했는데 ‘온정을 원수로 갚는다’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므로 (한국으로) 귀국하라’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5년 만인 이달 2일 1심 판결이 나왔다. 오사카지방법원은 후지주택에 110만 엔 배상을 명령하면서도 ‘원고 개인을 향한 차별적 언동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A 씨는 “위법성을 인정한 점에 감사한다. 하지만 나를 향한 차별적 문서가 아니어서 괜찮다는 판결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항소하기로 했다.

회사에서 공개적으로 “힘내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마음속으로 응원해주는 이도 있다고 한다. 바로 A 씨가 출근하면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그를 대해주는 일본인 동료들이다.

기자는 18일 A 씨와 통화한 뒤 기사화 여부를 망설였다. 기사화되면 A 씨가 더 공격받을까 우려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A 씨는 “꼭 기사화해 달라. 지금은 내가 회사에서 이상한 사람이 돼 있는데, 기사를 보면 ‘회사가 이상하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 씨의 불안한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동료들의 조용한 응원이 더 늘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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