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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맹의 대안은 정말로 없는가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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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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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한·미 동맹의 운명을 결정하는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 주한미군 철수도 과거처럼 한국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미국의 일방적 조치로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면 이는 한반도 상황이 변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국가이익에 따른 행동임을 알아야 한다.

미국이 한국에 개입하게 된 계기는 일본을 항복시키는 과정에서 소련이 힘의 공백이 생긴 한반도를 메우면서였다. ‘38선’은 미국의 전략적 차원의 한반도 정책 일환이라기보다는 소련의 남하를 견제하기 위해 임시로 취해진 조치였으며, 이런 이유로 1945년 9월 미 육군 7만여명이 한반도에 진주하게 됐다. ‘점령군’ 성격이 강했다. 곧이어 주한미군사령부가 서울에 설치되는 등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3년간 미군정(美軍政)이 남한 내의 유일한 통치기구로 행정기능을 수행했다.

해방 이후 한·미 관계는 이처럼 후견·피후견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출발했으며, 이는 1953년 8월 한·미 상호방위조약 초안이 합의되고 그 이듬해 11월에 발효된 이후 지금까지 상호방위조약이 비대칭적 동맹의 뿌리임을 보여준다. 동시에 동맹이 거의 70년이나 유지되고 있음은 한반도가 미국의 국익에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분명한 증거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한반도가 미국에 지정학적으로 늘 중요했던 것은 아니다. 맥아더 극동사령관은 알류샨열도부터 일본이 통치하던 크고 작은 섬들과 필리핀 그리고 오키나와를 연결하는 ‘U자형 지대’를 구상하였으며, 조지 케넌 역시 맥아더의 구상을 지지하면서 한반도에서 미군이 “조속히 철수할 것”을 주장했다. 유럽을 중시한 미국의 당시 대외정책에서 주한미군은 소련의 공격에 대해 최소한의 방어전선만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다 1949년 6월 한반도 주둔 미군병력마저 완전히 철수하고, 급기야 1950년 1월 ‘애치슨 라인’이 그어졌다. 6·25는 예견된 전쟁이었다.

정전 후 1969년 7월 ‘닉슨 독트린’이 발표되면서 주한미군 감축이 단행됐다. ‘아시아의 안보는 아시아인의 손으로’ 명명된 닉슨 독트린의 핵심은 미국이 베트남전 같은 ‘연루 우려’를 피하려 아시아에서 미국의 핵심적 이익이 걸려있지 않은 국가에 대해 개입을 자제하고 방위비를 줄이려는 것이었다. 제주도를 핵무기 기지로 제공하겠다는 박정희의 제안에도 불구, 1971년 7월 2만명 철수가 이뤄졌다.

1991년 시작된 방위비 분담을 두고 한·미 갈등이 장기화되자 주한미군이 감축되거나 철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또 튀어나왔다. 하지만 지난 7일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우리가 방위비 분담금을 올려주지 않아도 주한미군은 절대 철수하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미군이 철수하는 그날로 태평양이 중국의 바다가 된다고도 했다. 그러자 다음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상당히 고위직에 있는 분들이 아무리 해도 주한미군이 절대 나갈 리 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걸 보고 참 경악스러웠다.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동맹은 변해왔고 변해갈 것이다. 하지만 북한, 중국 등의 위협이 상존하는 상태에서 한국을 동맹의 바깥에 주차하는 게 우리의 국익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미국의 경직된 태도로 방위비 분담 협상이 결렬되면서 민족주의에 편승한 반미와 철군 요구가 증폭될 경우 미국 의회와 싱크탱크, 언론계 등에서 철수 내지 감축 여론이 비등해질 수가 있다. 철군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동맹파기 수순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친미, 숭미(崇美), 반미, 혐미(嫌美), 탈미(脫美), 용미(用美), 지미(知美) 등 온갖 둔사(遁辭)로 70년 동맹을 개칠(改漆)하는 B급 전문가들에게 더는 현혹되지 말고 북한비핵화, 전작권 전환, 주한미군 주둔 문제 등 미국의 한반도군사정책을 국익에 최대한 유리하도록 만들어나가는 혜민(慧敏)전략을 짜고 이를 실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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