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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정상통화서 거론된 외교관 성 비위…수사 협조로 신뢰 회복해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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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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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외국 정상 간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 외교관의 성추행 의혹이 거론되는 민망한 일이 벌어졌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28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한 정상 통화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한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해 지지를 당부했다면서 양국 정상이 우리 외교관의 성추행 의혹 건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이번 통화는 아던 총리의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사흘 전 뉴질랜드의 한 방송사가 심층 보도 프로그램을 통해 2017년 말 주뉴질랜드 한국 대사관에서 발생한 성추행 의혹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정상 간의 대화에서 특정 외교관의 일탈 문제가 논의된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이례적이다. 공직자들의 안이한 성 인식이 국경을 넘어 끝내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하는 것 같아 개탄스럽다.

뉴질랜드의 뉴스허브 방송은 2017년 말 뉴질랜드 근무 당시 대사관 남성 직원을 세 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한국 외교관 A씨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A씨 기소를 위한 뉴질랜드 외교부의 협조 요청도 한국 정부가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2018년 초 귀국해 외교부의 자체 조사를 받은 A씨는 감봉 1개월 징계 처분을 받았으나, 지금은 동남아시아 한 국가의 총영사로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체적 진실은 더 확인해봐야겠으나 징계 수준으로 볼 때 외교부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판단하지 않은 듯하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억울함을 토로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한다. 실제로 문화적 차이로 인한 오해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뉴질랜드 언론이 A씨의 얼굴, 이름, 현재 근무지까지 공개한 것도 지나친 감이 있다. 하지만 우방에서 현지인을 상대로 발생한 성 비위 사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적절히 대응했는지는 의문이다. 현지 한국 대사는 "A씨가 뉴질랜드로 들어와 조사를 받을 것인지 여부는 A씨 자신이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는데 정부가 외교관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곤란하다. 과거 국내에서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도 외교관 면책특권을 내세워 조사와 수사를 회피했던 다른 나라 외교관의 경우를 역지사지해볼 필요가 있다.

외교부는 주에티오피아 대사관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2017년 성 비위로 징계를 받을 경우 그 수위와 관계없이 공관장 재ㆍ보임을 금지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으나 그 이후로도 재외공관의 성 추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주캄보디아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외교관이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직위해제 됐고, 일본 주재의 한 총영사는 강제 추행 혐의로 국내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외교관은 해외에서 우리 국민을 대표하는 국가의 얼굴이다. 국내에서보다 더욱 신중하게 처신해야 하는 데 오히려 말썽을 일으켜 현지인들에게 대한민국 이미지를 깎아 먹는 경우가 있다. 국익에 반하는 일이다. 재외 공관의 모든 외교관이 근본적으로 성 인식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 국가와 국민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다시 한번 돌아볼 것을 촉구한다. 이번에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성추행 의혹 사건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지금이라도 국제관례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현지 당국의 수사에 협조함으로써 양국 간 신뢰가 더욱더 굳건해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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